[이슈분석]'매출 1조원' 빠진 타이어 빅3…이대로 가면 '펑크'

[이슈분석]'매출 1조원' 빠진 타이어 빅3…이대로 가면 '펑크'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1년 간 재고자산 추이국산 타이어 3분기 실적 추정치상반기 경영실적 추이

“절박한 상황이죠. 이대로 가면 공장 문 닫아야 합니다.”

국내 한 타이어 업체 전직 임원은 위기에 휩싸인 업계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공급이 줄어든 현재 상황에서 앞으로 추가 수요를 확대할 뚜렷한 반등 요인을 찾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향후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만 예측해 해외 공장을 무리하게 확대한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한국타이어 금산공장.
한국타이어 금산공장.

◇타이어 3사 상반기 매출 1조원 증발

국내 자동차 부품산업 핵심 축 타이어 업계를 지탱하던 빅3가 휘청이고 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금호타이어·넥센타이어 모두 창립 이래 최악의 경영 상황에 직면했다. 지난 수년간 완성차 판매가 정체된 데다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타이어 공장은 셧다운을 반복했고 이는 경영 실적 악화로 직결됐다. 실적 악화 외에도 경영권 분쟁, 노사 갈등, 국산차 신규 수주 실패, 반덤핑 관세 등 대내외 악재가 잇달아 터지면서 하반기 전망도 불투명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금호·넥센 타이어 3사 올해 상반기 합산 매출액은 4조5303억원으로 전년 동기(5조5797억원) 대비 18.8% 감소했다. 매출 1조원 이상이 증발한 셈이다.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3562억원) 대비 64.9% 급감한 1251억원에 머물렀다.

금호타이어 크루젠 프리미엄 제품.
금호타이어 크루젠 프리미엄 제품.

같은 기간 국내 1위 한국타이어 매출액은 2조8002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3830억원) 대비 17.2% 줄었다. 금호타이어는 전년 동기(1조1667억원) 대비 18.0% 감소한 9563억원, 넥센타이어는 전년 동기(1조300억원) 대비 24.9% 하락한 7738억원이다. 두 회사 모두 매출 1조원 아래로 추락했다.

수익성 악화는 더 심각했다. 한국타이어 영업이익은 1761억원으로 전년 동기(2463억원) 대비 28.5% 떨어졌다. 금호타이어는 539억원의 적자를 냈다. 넥센타이어 역시 전년 동기(1113억원) 대비 97.4% 급감한 29억원에 그쳤다. 2분기 기준으로 금호와 넥센은 각각 354억원, 224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금호타이어 미국 조지아공장.
금호타이어 미국 조지아공장.

◇코로나19 확산에 공급과잉 위기 지속

타이어 3사의 주요 수익원은 신차용 순정 타이어(OET) 공급과 교체용 타이어(RET) 판매다. 그러나 올 상반기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자동차 판매 감소율은 전년 동기 대비 29.2%에 달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8800만대 수준이던 자동차 판매는 올해 7000만대 초반대에 머물 전망이다.

상반기 글로벌 자동차 공장이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3사 국내외 타이어 공장도 휴업을 거듭했다. 내수보다 수출 비중이 큰 타이어 3사 사업구조 특성상 미국과 유럽 자동차 공장 셧다운 타격이 컸다. 전체 매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해외 시장 수요가 코로나19 충격으로 줄면서 재고 조절을 위해 가동 중단을 결정한 것이다.

올 2분기 한국타이어는 대전과 금산 공장은 물론 미국과 헝가리 공장이 가동 중단을 반복했다. 금호타이어도 넘치는 재고 탓에 광주와 곡성, 평택 공장은 물론 미국 조지아 공장까지 가동을 수차례 중단했다. 넥센타이어는 첫 해외 생산기지 체코 공장을 멈춰 세우고 생산량을 조절했다.

한국타이어 중국 중경공장이 생산하는 트럭·버스용 타이어.
한국타이어 중국 중경공장이 생산하는 트럭·버스용 타이어.

안방에서조차 자리가 위태롭다.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국산차 업계는 국산 타이어 대신 수입 타이어 비중을 확대하는 추세다. 제네시스 등 고급차 외에도 카니발 등 대중차로도 공급 물량을 수입 브랜드에 내줬다. 가뜩이나 해외에서 어려운데 국내 공급마저 크게 줄었다.

공급과잉은 코로나19 이전부터 계속 제기돼온 문제다. 전 세계적 타이어 공급과잉 추세에 원자재 가격 등락과 고정비 상승, 중국 신생 타이어 브랜들과의 경쟁 심화 등으로 배경이 됐다. 여기에 올해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된 셈이다.

서울 마곡 넥센타이어 중앙연구소.
서울 마곡 넥센타이어 중앙연구소.

타이어 공장은 사실상 24시간 생산 체계다. 특별한 이슈가 없다면 계속 타이어를 찍어내는 구조다. 전체 타이어 시장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RET 시장은 코로나19로 이동 수요가 줄면서 타이어 교체 주기가 길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충격이 점차 해소되고 있지만 세계적으로 타이어 공급과잉 상황이 계속되는 이유다. 타이어 3사 역시 무리한 해외 공장 확대로 수년째 공급과잉의 늪에서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업계는 올해도 타이어 산업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 코로나19로 세계 자동차 시장 회복이 더뎌 신차용 타이어 수요가 부진하고, 원재료 투입 단가에도 큰 변화가 없어 수익 구조 위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