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재난 일상화와 유료방송 역할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

수많은 인명과 시설물 피해를 야기한 올해 장마는 무려 54일 지속됐다. 부산을 비롯해 주요 도시 곳곳에 집중호우로 인한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 막대한 피해를 낳았다. 재난 상황 시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재난방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속성과 함께 실제 정보의 제공이다.

비가 얼마나 왔고 어떤 피해가 발생했다 등 현황 중계도 중요하지만 대피소 위치, 사고 발생 시 신고 요령 등 지역민에게 필요한 재난 대응 실제 정보를 시민 관점에서 제공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

재난 주관 방송사인 지상파는 폭우가 쏟아지던 당시 가장 다급한 시간에 특보가 아니라 정규방송을 내보냄으로써 시민들의 비난과 비판을 들어야 했다. 재난은 대부분 국지성 발생이기 때문에 전국 뉴스를 다뤄야 하는 지상파는 구조 특성상 지역 단위 재난방송을 빠르게 하기가 어렵다.

또 예능이나 드라마 등 정규 편성물을 방영하지 못했을 때 광고주 반발 등 제약이 많은 게 현실이다.

이와 비교해서 지역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는 집중호우가 쏟아질 때 부족한 인원과 열악한 취재 환경 극복을 위해 시민기자단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적극 활용, 신속히 현장을 연결하고 피해를 분석하는 등 2차 피해에 선제 대응하며 대조를 보였다.

시민기자단과 전문가 활약이 인상 깊었다. 지역 기초단체 의원부터 마을 이장, 대학생까지 다양하게 구성된 지역별 시민기자단이 현장 상황을 생생하게 공유했다.

SO 재난방송의 특징은 재난과 재해정보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이다. 국민 행동요령과 속보성 자막은 국어 및 영어뿐만 아니라 일본어·중국어·베트남어 등으로 제작, 재난 관련 특보에 상시 송출했다.

모든 재난방송은 유튜브에도 동시 송출, 시민 접근성을 높였다. 지역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SNS나 자사 채널로 중계, 비 피해로 인한 시민 혼란을 막은 점도 의미가 있다.

국지성 재난 상황에서 SO가 재난 방송에 적합한 매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재난방송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지역채널의 공공성 역할 확대와 지원이 필요하다.

SO는 민간 사업자임에도 방송법에 따라 장애인 및 재난 방송 편성·제작을 해야 하는 의무 사업자다.

78개 권역 케이블 TV는 지역 정보 제공 책임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늘어나는 국지성 재난 상황에서 시민들의 높아진 요구를 충족시키고 지역의 2차 피해 예방을 위해서는 지역채널 재난방송을 강화해야 한다. 방송발전기금을 포함한 정부의 적극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

24시간 끊김 없는 재난 정보 전달을 위해 재난방송 자동자막 방송 송출시스템 지원도 필요하다. 또 지역 거주 외국인, 장애인을 위한 외국어 자막과 수어방송에 대한 상시화 및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

가장 많은 방송발전기금을 지급하는 SO 지역채널과 지역채널이 운영하는 재난방송에 대한 투자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방송법상 지역성 개념을 명확히 명문화하고, 지역방송 개념에 SO를 포함시키는 '지역채널 활성화 특별법' 등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재난과 재해가 일상화된 현실에서 SO 재난방송에 중앙·지역을 잇는 재난 컨트롤 타워 역할을 부여하는 등 방송 재난·재해 대응 수준을 높여야 한다. 언제 어디서 벌어질지 모르는 국지성 재난 상황 대응을 위해 전국 78개 권역에 퍼진 케이블TV 지역채널의 역할을 인정하고, 그에 걸맞은 충분한 행·재정 지원을 고민해 볼 때다.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 yh.kim@soongsil.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