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정 아파트에서 배달주문 발생 시 1000~3000원 가량의 '특수상권 배달비'를 추가로 부과하는 일이 생겨나고 있다. 해당 아파트가 소음이나 주민 민원 등을 이유로 단지 내 배달 이륜차 진입을 제한한 경우다. 이들 아파트는 배달 난이도가 높고 시간도 오래 걸려 배달기사들이 콜 수락을 기피함에 따라 배달료가 차등 책정되기 시작한 것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 지역 배달음식점 A사는 이달 상권 내 아파트 4개 단지를 대상으로 추가 배달비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들 아파트는 모두 비교적 최근에 건축된 고가 아파트들로, 배달 이륜차 진입 자체를 막거나 지하 주차장을 통한 이동만 허용하고 있다. A사 업주는 “배달대행업체에서 추가 배달비 결제를 요청해 별도 요금 책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A사 사례 뿐만 아니라 특수상권 배달비를 적용하는 음식점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코로나19 재확산 이후 배달 주문량이 급증하면서 기피지역 배달에 대한 기회비용도 함께 증가했다. 배달 물량이 충분해 기피지역 배달 1건 수행할 시간에 다른 배달지 2~3곳을 더 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역 배달대행업체들 상당수는 특정 건물이나 아파트에 대한 배달비를 올려받고 있다. 음식점들은 초기 이를 자체 부담했으나, 주문량 증가에 따라 부담이 가중되면서 증가분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배달기사들은 코로나19를 계기로 그동안 누적된 불만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고 보고 있다. 배달대행업체 조사에 따르면 실제 서울 강남 지역에서만 35개 이상 아파트가 단지 내 배달 이륜차 통행을 금지한다. 이들 아파트에서는 이륜차를 단지 입구에 세워두고 도보로 배달을 수행해야 한다. 이 경우 단지 내 이동에만 30~40분 가량 소요된다. 주로 대단지가 많아 이동거리가 길고 복잡하며 방문자 명부 작성, 공동현관 통과, 엘리베이터 대기 시간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인천 지역에서 활동하는 배달기사 B씨는 “모 아파트는 '배달 오토바이가 지상으로 오면 업체에 주문을 취소한다”는 문구를 붙여놨다. 지상으로 갔다가 입주민들에게 욕설을 들은 적도 있다”며 “이런 사정으로 배달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데, 손님들은 왜 이렇게 늦느냐며 주문을 취소해버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하 주차장 이동만 허용하는 아파트의 경우 경우, 이동 시간은 줄어들지만 이륜차 사고 위험이 높다. 지하주차장 바닥 마감재는 방수 및 관리 목적으로 에폭시페인트나 대리석을 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비나 눈이 오는 날씨에는 표면 마찰력이 극도로 낮아져 이륜차의 슬립 사고가 급증한다.
배달대행업계 관계자는 “배달거리나 예상 소요시간 등 조건이 모두 다른데, 모두 같은 요금을 받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지 않다”며 “최근 배달수요가 급증하면서 배송 주도권이 소비자에서 공급자로 많이 넘어갔다는 점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