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지자체, 전기차 예산 반납...6.5만대 달성 '빨간불'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전국 9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서울·제주·대구 등 6개 지방자치단체가 환경부로부터 배정받은 전기차 보급 물량(예산)을 반납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전기차 보조금은 환경부로부터 받은 국비와 지방비 보조금을 매칭해 지급되는데 이들 지자체에 보급된 예산이 코로나19로 인한 긴급 지원에 투입, 해당 예산이 바닥났기 때문이다. 서울 등 일부 지자체의 민간 보급 사업이 이달부터 중단되면서 올해 정부가 목표로 한 6만5000대 승용 전기차 보급 목표 달성은 어렵게 됐다. 이달부터 신차 판매를 시작한 프랑스 완성차 업체 르노, 푸조 등 전기차업계도 영업에 비상이 걸렸다.

환경부는 올해 승용 전기차 6만5000대를 보급할 목적이었다. 이 가운데 절반의 보급 예산(국비 보조금)을 1차(2~8월), 나머지는 2차(9~12월)에 각각 배정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1차 배정 물량도 다 채우지 못했다. 지자체가 지원할 예산을 책정하지 못하면서 2차 추가 물량은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계획대로라면 9개 광역단체의 1차 보급 물량(승용 기준)은 2만3578대지만 국비 보조금을 반납하면서 1만3184대만 보급할 수 있게 됐다.

이들 지자체 가운데 애초 배정 물량이 가장 많은 제주도가 7961대에서 1600대로 줄였다. 서울시는 5632대에서 5132대, 대구시는 4700대에서 1900대로 각각 줄였다. 다만 이들 지자체는 승용 전기차를 줄이는 대신 400~1000대 수준의 전기트럭을 추가로 보급할 계획이다.

환경부가 올해 확보한 전기차 총 보급 물량은 승용 전기차 6만5000대를 포함해 8만4150대다. 지난해 말 광역·지자체별 대상 전기차(승용·상용) 민간 보급 수요 조사에서 제주도는 2만1896대, 서울시는 1만5355대, 대구시는 1만1039대였다. 이 가운데 승용 전기차 비중이 평균 77%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 이들 지자체 보급 실적은 30% 수준이고, 나머지 물량은 반납 절차에 들어간 셈이다. 서울시는 9월 현재 상반기 배정 물량 5132대의 예산을 전부 소진, 올해 말까지는 차량 구매 지원이 어렵게 됐다.

지자체별 결정으로 프랑스 완성차 업체 르노와 푸조 등 신규로 전기차를 내놓은 업체들은 사업 차질이 불가피하다. 르노와 푸조는 자국 내 1~2위 전기차 판매 모델 '조에' 'e208'를 이달부터 국내 판매할 계획이지만 해당 지역의 판매가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9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프랑스 르노 전기차 조에.
9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프랑스 르노 전기차 조에.
9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프랑스 푸조 전기차 e208.
9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프랑스 푸조 전기차 e208.

한 광역자치단체 관계자는 “올해 코로나19 사태뿐만 아니라 한전의 충전용 전기 요금 인상, 국산 신차 부족 등으로 전기트럭 말고는 전기차 판매가 크게 저조한 상황”이라면서 “정부가 올해만이라도 지자체 예산 없이 차량당 국고 보조금을 더 늘리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기차업계는 광역단체의 전기차 보급 사업 조기 마감으로 올해 전기차 판매량이 애초 정부 계획 6만5000대에서 3만대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누적 보급된 전기차는 약 11만대다. 문재인 정부는 2022년까지 43만대, 2025년까지 113만대 전기차를 각각 보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표】전국 9개 광역단체별 변경된 전기차 보급 물량(자료 9개 광역단체)

6개 지자체, 전기차 예산 반납...6.5만대 달성 '빨간불'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