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온고지신]방사능 분석 오류, 숙련도시험으로 해결한다

황상훈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방사능측정표준팀장
황상훈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방사능측정표준팀장

2018년 방사성 폐기물의 핵종농도 분석 오류가 발견돼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이 오류로 인해 1년 동안 해당 공단의 방사성 폐기물 인수·처분 업무가 중단됐고, 재발 방지 대책이 세워졌다. 지난 7월에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의 발생·인수·처분 과정에 대한 안전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고시가 개정, 시행되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당시의 분석 오류로 인한 금전적 손해가 560억 원에 달했다는 보고서가 기사화되면서 정확한 방사능 분석에 대한 중요성이 다시 한 번 부각되고 있다.

해당 사건의 분석 오류는 분석과정의 검증과 분석 결과의 비교가 없었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방사능측정기관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측정능력 향상 교육 및 비교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 나라에서는 측정숙련도시험을 실시하고 있는데, 교정기관이나 시험기관들은 측정 수행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숙련도시험에 적어도 3년에 1회 이상 참가해야 한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방사능측정표준팀에서는 2015년부터 방사능측정 숙련도시험을 실시하고 있으며, 첫 해 25개 기관이 참여한 이래 매년 참가 기관이 늘어 현재 46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표준연에서 실시하는 숙련도시험은 모든 평가절차와 평가방법, 그리고 평가기준이 국제표준에 적합하게 수립돼 있다. 이 덕분에 숙련도시험에 외국 방사능 측정기관이 참여할 수 있으며, 참가 기관의 숙련도시험 성적서가 외국 규제기관에도 유효하다. 특별히 숙련도시험에 참가하는 기관은 측정숙련도뿐만 아니라 측정소급성도 시험할 수 있다. 표준연이 우리나라 측정표준정점기관으로서 방사능측정의 기준값을 정하고, 이를 통해 측정소급성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우리 연구원에서 연간 수행하고 있는 숙련도시험은 방사성 동위원소 7~8개를 대상으로 약 103~174건에 이른다. 현재는 식품과 환경에서의 방사성 오염 여부를 선행적으로 분석해 판단할 수 있는 감마선 분광분석법과 베타 방사능 측정법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국민의 먹거리를 지키고, 방사능 오염으로부터 안전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분석법과 핵종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특히 참가 기관이 측정숙련도 시험 항목을 각자의 업무특성에 맞게 취사선택할 수 있도록 숙련도 시험용 표준물질의 방사능 준위를 환경준위, 중준위, 그리고 고준위 등으로 다양화할 예정이다.

또 숙련도시험의 질을 더욱 높여 분석기관의 측정능력 향상에 기여할 것이다. 참가 기관의 방사능 측정 불확도 평가 능력이 향상되면 해당 기관의 불확도도 평가기준에 포함시킬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해당 기관의 합격, 불합격이 참가 기관의 전체 측정값의 분포에 의해서가 아닌 온전히 해당 기관의 측정값과 측정 불확도만으로 판정되므로 그 결과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사라진다. 또한 참가 기관이 제출한 불확도의 적정성을 평가해, 과도하게 크거나 작은 불확도를 낸 기관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컨설팅을 통해 실력향상을 도울 계획이다.

공연을 무대에 올리기 전 실제와 동일하게 리허설을 하는데, 방사능측정 숙련도시험이 곧 리허설과 같다. 적절한 인증표준물질을 사용하고, 소급성 있는 분석기기를 정기적으로 교정하고, 측정시료를 바르게 샘플링하더라도 방사능 분석 오류가 발생할 수 있는데, 숙련도시험이 이런 오류를 최종적으로 막아주는 방어막 역할을 한다. 제2, 제3의 방사성 폐기물 핵종농도 분석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표준연 방사능측정 숙련도시험이 잘 활용되기를 바란다.

황상훈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방사능측정표준팀장 shhwang@kriss.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