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화폐의 혁명, 스마트폰

한 달 전에 지갑에 넣어둔 10만원이 아직도 남아있다. 그동안 아무 것도 사지 않고, 은둔생활을 한 건 아니다.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샀고, 택시도 탔다. 지금 시대에 '돈'이란 무엇일까? 지갑 속 지폐는 더 이상 필수 거래수단이 아니다. 손에는 항상 스마트폰이 있고, 물건을 구매할 때 이를 가져다 대면 된다.

[월요논단]화폐의 혁명, 스마트폰

우리 사회에는 무언가를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이 존재한다. 이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거래가 일어난다. 이를 이어주는 매체가 돈이다.

돈은 언제부터 생겼을까? 구석기 시대에도 인간은 거래를 했다. 가장 간단한 형태가 '물물교환'이다. 필요한 모든 것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 하나를 만들어 교환하면 서로에게 이익이다. 그래서 교환경제가 존재했다. 다만 물물교환은 각자 가진 특정 물건의 이익이 일치할 때만 거래가 일어나는 한계점이 있다.

이를 해결해 준 것이 바로 '돈'이다. 구석기 시대에는 정부가 존재하지 않았지만 돈은 있었다. 자연스럽게 돈의 필요성을 느끼고, 돈이라는 사회적 약속을 정한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조개껍질, 동물 뼈다. 희소하고 내구성이 있으면서 서로 약속만 하면 무엇이든 돈이 될 수 있었다. 그래서 돈은 '자생적 질서(spontaneous order)'라는 구조 속에서 만들어졌다. 다시 말해 누군가 제도를 만들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생겼다는 의미다.

거래와 돈은 자생적 질서의 결과일 뿐이다. 이후 인간의 문명이 발전하면서 돈은 동전 및 지폐 등으로 진화했다.

인류는 정보혁명이라는 문명을 만들었다. 이후 호모사피엔스가 살아왔던 방식에서 또 다른 혁명의 시대를 열고 있다. 돈이 '플라스틱 돈', 즉 신용카드로 대체되면서 획기적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으로 모든 거래가 이뤄진다. 돈이라는 물리적 매체는 없어지고 '지불행위'만 존재한다. 정보만 오갈 뿐이다. 거래행위는 곧 '정보흐름'이 됐다. 정보흐름에는 기술이 필요하고, 그 기술은 날로 발전한다. 정보흐름의 과정에서 거대한 부가가치가 창출되기 때문이다.

부가가치가 높은 정보흐름 산업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윤이 있는 곳엔 기업이 나온다. 정보흐름을 개발하는 기업이 만들어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돈의 거래를 담당하는 은행이나 신용카드 업체가 새로운 정보기술을 도입해 '핀테크 기업'이 탄생했다. 반대로 카카오나 네이버처럼 정보기술 기업이 돈의 흐름을 응용하는 '테크핀 기업'이 생겨나고 있다. 이제는 특정산업에 국한돼 독점적 위치를 구축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모든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고, 부가가치가 높은 영역에는 어떤 기업이든지 자유롭게 진입한다.

한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95% 수준으로 세계 최고다. 지금까지 모바일 간편결제를 경험한 사람도 약 30%에 달한다. 앞으로 스마트폰을 가진 모든 국민이 모바일 간편결제를 하는 세상이 올 것이다. 돈의 정보흐름 산업 부가가치는 더욱 더 높아질 전망이다.

국내뿐 아니다. 국제 간 거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비중도 높아졌다. 1980년대부터 시작된 개방화 세계는 모바일 간편결제라는 새로운 방식에서 혁명이 일어남에 따라 국경 없는 거래가 더 활성화될 것이다.

정보흐름의 시장은 국제적으로도 어마어마한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인간의 일상생활을 바꿀 것이다. 인류는 변화에 잘 적응하면서 진화했다. 이제 비대면 경제거래가 활성화될 것이다. 이는 모바일 결제시장이 더 커짐을 의미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폰을 보유한 한국은 정보흐름 산업, 즉 모바일 결제산업에서 상대적 우위를 가졌다.

우리 먹거리는 삼성전자 같은 단말기 생산에서도 나오지만 스마트폰을 사용한 모바일 결제산업을 통해서도 창출될 수 있다. 모바일 결제산업은 소비자가 사용하기에 편리한 방식을 개발하고, 안정성을 보장하는 서비스 경쟁이다. 모바일 결제산업에 대한 정부정책의 핵심은 모바일 결제산업의 진입과 퇴출장벽을 없애고, 기업 간 경쟁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다. 국내 경쟁을 통해 국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등장한다. 이제 삼성에 이어 한국의 먹거리를 새롭게 창출하는 모바일 간편결제 산업에서 거대 기업이 창출되기를 바란다.

현진권 국회도서관장 jkhyun@nanet.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