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투자 홍수 속에서 살아남기

코로나19 여파로 증시가 폭락하자 태어나서 처음으로 주식계좌를 개설하는 등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형 우량주 매수 열풍이 불었다. 초기 투자자본이 적은 대학생부터 70대 이상 노년층까지 직접 투자 열기로 후끈거렸다.

[기자수첩]투자 홍수 속에서 살아남기

거세게 불어닥친 투자 열기 속에서도 주식투자를 잘 모르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 금값이 뛰었다는 소식에 뒤늦게 금 투자에 관심을 기울여 보지만 여전히 실물 금괴를 매수하는 방법 외에는 모르는 사람이 많다. 한 지인은 KRX 금 거래를 시작했다가 주변에서 “그런 것도 있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한다.

주식 직접 투자에 어려움을 느끼는 투자자는 자연스레 펀드로 눈길을 옮기게 된다. 끝없이 많고 복잡한 펀드 상품군 속에서 또다시 좌절을 맛보게 된다.

지난 2000년대 펀드 열풍에 편승해 10년 이상 적립식 투자를 하다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경험한 적이 있다. 이후 다시 펀드 가입에 도전하기는 쉽지 않았다. 펀드는 장기 투자가 정답이라는데 정작 10년 후 판매사 창구를 찾으니 '너무 오래된 펀드라 운용사가 관심 주지 않는 상품이니 갈아타라'고 권유했다.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최근 일부 자산운용사가 펀드 직접 판매에 나선 이유다. 중간 판매 채널을 없애고 직접 펀드를 판매, 고객에게 상품 이해도와 신뢰도를 높여서 장기 투자를 유도하는 전략이다. 직접 판매 채널을 유지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백화점식 판매가 아닌 소수 펀드를 집중 운용한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낄 만하다.

투자 열풍이 이어진 약 9개월 동안 금융시장의 변화를 보며 느낀 것은 '투자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인공지능(AI) 기반 자산관리 서비스도 있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투자자 개개인의 수익률을 맞춤 관리하는 수준의 기술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개인 상황에 맞게끔 자산 배분을 해야 하는데 결국 신뢰성 있는 금융투자 회사와 상품도 필요하지만 투자자 본인의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한국만큼 직접 투자자 비중이 높은 국가는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그러나 어릴 적부터 투자를 경험하며 금융 경험치를 쌓는 문화는 성숙하지 않았다. 최근 다채로운 주제로 금융시장을 무료로 공부할 수 있는 채널이 많아졌다. 지인이 찍어 준 종목, 추천해 준 상품이 아니라 스스로 살펴보고 결정하는 힘을 기르는 노력이 필요하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