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대 큰 박정호의 'SKT 혁신'

[사설]기대 큰 박정호의 'SKT 혁신'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연일 파격에 가까운 행보를 이어 가고 있다. 기존 틀을 깨는 과감한 조치로 혁신의 최선봉에 섰다. 박 사장은 최근 열린 최고경영자(CEO) 타운홀 미팅에서 비대면 시대를 맞아 현재 추진하고 있는 거점오피스 사업과 관련해 32세 매니저를 직속 팀장으로 선임했다고 소개했다. 매니저는 입사한 지 이제 3년을 넘겼다. 팀장 승진 연령대가 40대 이후임을 감안하면 파격 인사다. 이보다 앞서 SK텔레콤은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등 5단계로 구성된 직위 체계를 없애고, 호칭을 매니저와 팀장으로 통일했다. 안팎에서 '인사 혁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 사장이 욕심 내는 거점오피스도 기존 사무실 개념을 뒤흔든 시스템이다. 단순히 재택이나 유연 근무제 수준이 아니다. 5세대(5G) 이동통신 스마트오피스 기술을 결합한 '워크 애니웨어'를 표방, 눈길을 끌었다. 박 사장은 또 통신사업자 경쟁력 기준까지 재설정하겠다고 밝혔다. 경쟁력을 가입자당 월 매출(ARPU), 가입자 등으로 계산하고 점유율을 높인다는 시각부터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시대에 맞게 사업 특성을 고려한 새로운 평가 모델을 만들 계획이다. 아예 회사 이름까지 바꾼다. 티모바일이라는 뜻을 담은 '티모'라는 이름까지 제안했다.

기간산업인 통신은 변화에 둔감할 수밖에 없다. 진입장벽이 높고 경쟁자가 제한적이어서 안주하기 십상이다. 겉으로는 변화를 외치지만 구호뿐인 때가 많다. 당연히 시장 상태는 정체다. 유무선 시장 모두 점유율을 둘러싼 '제로섬 싸움'으로 전락했다. '빨랫줄 장사'라고 비아냥대지만 좀처럼 기존 사업 모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래 사업을 이야기하지만 이미 캐시카우가 분명해 좀처럼 탄력이 붙지 않는다. 가장 먼저 조직과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 신사업이 기존 알짜사업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CEO부터 절박함이 있어야 한다. 그래도 이미 기존 체제에 익숙한 조직은 변화가 느린 법이다. '박정호표' 혁신을 주목하는 배경도 이 때문이다. SK텔레콤의 파격 행보가 통신 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