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수소차, 보급보다 충전이 중요하다

“글쎄, 차는 좋은데 충전이 쉽지 않아서.”

수소전기차(FCEV) 구매를 고려하고 있는 지인이 추천 의사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선뜻 추천하지 못한 이유는 부족한 충전 인프라 때문이다.

수소전기차 넥쏘.
수소전기차 넥쏘.

매연 대신 정화된 물을 배출하는 수소차는 전기차보다 긴 거리를 달릴 수 있고, 내연기관차처럼 충전소를 찾아 쉽게 연료를 넣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장거리 운행이 잦은 내연기관 상용차의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현대차는 넥쏘가 올해 세계 수소차 판매 1위에 오를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고, 새해 수소 트럭과 버스 본격 양산도 앞뒀다.

정부도 수소차 보급에 두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주 한국판 뉴딜 실행계획을 발표하면서 새해 수소차 2만6000대를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2025년까지 20만대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다.

그러나 국내 충전 인프라는 보급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현재 전국의 수소 충전소는 50여곳으로, 연구 목적이거나 보수에 들어간 곳을 빼면 40여곳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노후된 곳은 고장이 잦아 운영 중단을 반복하고 있다.

서울시에 등록된 수소차는 1400여대지만 실제 운영되고 있는 충전소는 세 곳이다. 곳당 470여대를 감당해야 하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소차 운전자는 수십 ㎞를 달려 충전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대다수 충전소는 충전기가 1대여서 차량이 몰리면 긴 시간을 허비해야 한다.

선제적으로 충전소를 늘리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업성 부족이다. 충전소 한 곳을 세우는 데 수십억원이 소요되지만 현재 운영되고 있는 충전소 대다수가 연평균 1억5000만원의 적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보조금을 통해 해결할 순 있겠지만 지속 가능한 보급을 위해서는 수소 연료 자체의 원가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

수소의 안전성을 알리는 대국민 홍보도 필요하다. 아직도 수소 폭발에 대한 막연한 우려로 충전소는 대부분 공공 부지나 도심 외곽에 자리하고 있다. 안전성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앞으로 충전소 건립 때마다 지역주민의 반발에 부닥칠 수 있다.

수소차는 이미 한국이 세계 시장을 선점하고 있고,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뚜렷한 분야다. 민·관이 힘을 모아 국내에서 안정된 충전 인프라 구축 선례를 만든다면 차량은 물론 충전 노하우까지 세계로 뻗어 나갈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