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보험업계 '제조-판매' 분리...GA 키워 판매 확대·고정비 절감

복잡한 상품, 전문 자문 기능 제공
설계사 이탈→자회사형 GA로 흡수
교육훈련·지점 유지비 등 절감 효과
다양한 상품 비교·분석 경쟁력 제고

중·소형 보험사에 이어 대형 보험사까지 상품 제조와 판매를 분리하는 '제판 분리'를 추진하고 있다. 기존 보험회사가 가지고 있던 전속 설계사 조직을 자회사 형태로 이관해 고정 비용을 절감하고, 상품 판매나 자산운용 등에 집중하면서 효율화를 추진하기 위함이다.

그동안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GA:General Agency)에 대한 부정적이거나 회의적인 평가가 지배적이었으나, 자회사형 GA 설립 직후에도 양호한 경영성과를 보이거나 판매 채널에 대한 투자금 회수 기간을 단축시키는 사례가 등장하면서 업계가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대형 생명보험사인 한화생명이 자회사형 GA '한화생명금융서비스(가칭)' 설립을 추진하면서 보험업계 제판 분리 형태 영업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슈분석]보험업계 '제조-판매' 분리...GA 키워 판매 확대·고정비 절감

◇보험회사, 제판 분리 이유는?

대형 보험회사들까지 제판 분리에 나선 것은 경영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한 것이 첫 번째 이유다. 전통적 생명보험인 보장성보험 판매가 줄면서 연금이나 투자형 상품에 대한 수요가 반영되면서 상대적으로 복잡한 상품에 대한 전문적인 자문 기능에 대한 요구 역시 증가하고 있다. 이에 상품 판매 기능에만 초점을 맞췄던 전속 모집인 역할에 한계가 지적됐다. 전문화된 GA가 최근 주목받는 이유다.

설계사 잦은 이탈도 보험회사가 자회사 GA를 설립하는 또 다른 요인이다. 상품 판매자인 설계사 입장에서는 소비자에게 여러 보험회사 상품을 비교·제공하는 것이 영업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된다. 게다가 다양한 상품을 취급할수록 더 많은 보상 역시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전속 설계사의 GA 채널 이동이 가속화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보험회사가 전속 설계사 채널을 유지할 경우 지점 유지나 관리비, 설계사 교육훈련비 등 고정비용 지출이 상당하다. 실제 단위당 모집 비용에서 전속 채널보다 GA 채널을 이용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의견도 있다. 또 향후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4대 사회보험을 확대 적용할 경우 보험회사가 추가로 부담할 비용만 월 1000억원이 넘어 인건비 관리 측면에서도 자회사형 GA 설립을 추진하는 것이다.

◇보험업 '공룡'으로 큰 GA 채널 영향력

2000년대 중반 이후 GA 채널로 설계사들이 대거 유입, 규모가 커지면서 영향력도 막강해지고 있다. 보험회사에 속한 전속 설계사 조직과 달리 다양한 상품 판매가 가능하다는 점이 유입 이유다. 실제 영업 현장에서 이런 이유로 전속 설계사 조직을 떠나 GA 채널로 향하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GA 채널 소속 설계사 수는 23만2770명으로, 보험회사 전속 설계사(18만6922명)를 크게 앞질렀다. 특히 이 격차는 매년 벌어지는 상황이다.

실적도 상당하다. 작년 말 기준 중·대형 GA 채널은 신계약 건수 1461만건을 기록해 전년(1278만건) 대비 14.3%(183만건) 증가했다. 이러면서 작년 중·대형 GA가 벌어들인 수수료 수입만 7조4324억원으로 전년(6조1537억원) 대비 20.8% 급증했다. 부문별로는 같은 기간 생보 12.5%, 손보 26.9% 수수료 수익이 늘었다.

이는 같은 기간 보험사 실적과 비교하면 상당한 수준이다. 작년 수입보험료의 경우 생명보험회사는 5.8%, 손해보험회사는 4.9% 각각 증가하는 데 그쳤다.

최근 GA 채널로 옮긴 한 설계사는 “전속 채널의 경우 체계적인 회사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제한된 상품만을 판매하다 보니 영업활동에는 제약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GA 채널은 다양한 상품을 비교·분석해 소비자에게 더 적절한 상품을 권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이 크다”고 말했다.

◇자회사형 GA 확대하는 보험업계

보험회사들이 자회사형 GA 확대에 나서면서 내년 GA업계 판도에도 상당한 변화가 감지된다.

한화생명은 기존에 운영 중인 자회사형 GA인 한화라이프에셋과 한화금융에셋을 합병, 최근 임시 이사회를 열고 판매 전문 자회사 '한화생명금융서비스(가칭)' 설립 추진을 의결했다. 해당 자회사형 GA는 3월 주주총회를 거쳐 4월 정식 출범할 예정이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전속 설계사 조직이 물적분할해 분사하는 형태다. 한화생명은 전속 설계사 2만여명과 임직원 140여명이 한화생명금융서비스로 이동하게 된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가 출범하면 설계사 기준 업계 1위인 GA코리아를 단숨에 제친다. 업계 1위 GA 자리에 오른다.

미래에셋생명은 최근 하만덕 미래에셋생명 대표이사 부회장을 자회사형 GA인 미래에셋금융서비스 대표로 내정, 제판 분리 강화를 추진 중이다. 미래에셋생명은 새해 3월 자회사형 GA인 미래에셋금융서비스로 전속 설계사 3300명 이동도 예정돼 있다.

이를 통해 미래에셋생명은 혁신상품 개발과 고객서비스, 자산운용에 집중하는 한편 미래에셋금융서비스는 마케팅 인프라를 집적한다. 업계 최고 수준의 종합금융상품 판매회사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신한생명은 올해 자회사형 GA인 신한금융플러스를 출범한 데 이어 최근 대형 GA 리더스금융판매 조직을 인수하면서 대형화에 성공했다. 이는 자회사형 GA 대형화는 물론 내년 합병법인인 '신한라이프' 출범 때 판매채널 통합에 따른 완충 역할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향후 보험회사의 자회사형 GA 출범은 잇따를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중·소형 보험회사를 비롯한 대형사까지 기존 자회사형 GA를 확장하거나 추가 설립하는 안을 내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GA 대표는 “내년 보험회사인 원수사 대부분이 GA 체계로 간다는 이야기가 업계에 심심치 않게 돌고 있다”면서 “메리츠가 시작한 자회사형 GA는 이미 추세로 접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험사 입장에서는 전속 설계사를 어렵게 교육했음에도 GA 채널로 많이 넘어가다 보니 교육비를 비롯한 고정비용 등이 상당해 이들에게 자사형 GA라는 문을 열어주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