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결산] 수출이 '끌고' 정부가 '밀고'…전자업계, 코로나 위기를 기회로 살렸다

[2020 결산] 수출이 '끌고' 정부가 '밀고'…전자업계, 코로나 위기를 기회로 살렸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확진자가 속출하고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가전 업계는 생산이 중단될 수 있다는 공포에 휩싸였다. 설상가상 오프라인 유통 채널까지 타격을 입으면서 암울한 전망이 시장을 지배했다. 그러나 신속하고 철저한 대응으로 생산 셧다운 사태를 막고 코로나19 '보복소비'까지 터져주면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적절한 정부 지원이 이어지면서 내수도 예상외 호실적을 보였다. 렌털업계는 오히려 코로나19가 호재가 됐다고 할 정도로 좋은 실적을 나타냈다.

◇수출이 끌었다

해외에서는 이른바 보복소비가 K-가전을 먹여 살렸다. 움츠렸던 소비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면서 예상외 호실적을 보인 것. 7월 미국 베스트바이에선 삼성전자와 LG전자 55인치, 65인치 중대형 TV가 품절 사태를 빚었다. 코로나19로 문을 닫았던 오프라인 매장이 문을 열자 소비자가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3분기 매출 66조원, 영업이익 12조3000억원으로 작년 대비 각각 24.6%, 50.9%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소비가 터지면서 가전, TV, 스마트폰 사업이 호조를 보인 덕분이다. 블랙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 등 연말 쇼핑시즌에 가전, TV 사업이 상승세를 이어갔다. LG전자는 3분기 매출 16조9196억원, 영업이익 9590억원으로 3분기 역대 최고 실적을 나타냈다. 작년 대비 각각 7.8%, 22.7% 증가한 수치다. 역시 가전, TV 사업이 호조를 보였다. 위니아딤채는 3분기 매출 22%, 영업이익 215% 신장세를 나타냈으며 위니아전자도 3분기 영업이익 33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태국 법인 생산이 본격화하면서 매출 증대를 이끌었다.

가전 수출이 호조를 보인 가운데 컨테이너와 선박 부족 사태가 발목을 잡기도 했다. 연초 코로나19 팬데믹이 현실화하자 배와 컨테이너를 생산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연말 성수기 수요가 급증하자 해운 대란이 터졌다. 미국향 배와 컨테이너를 구하지 못해 주문 물량 절반만 보내거나 심지어 비행기로 실어나르는 사례도 생겼다. 상하이 컨테이너 운임지수는 11월 6일 1664를 기록, 2009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완화되고 교역이 재개되면 새해에도 해운 대란 여파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2020 결산] 수출이 '끌고' 정부가 '밀고'…전자업계, 코로나 위기를 기회로 살렸다

◇정부가 밀었다

정부 지원도 큰 효과를 봤다. 전반적 소비 위축 상황에서 정부가 지원금을 지급하며 내수 시장을 살린 것이다. 가장 효과가 컸던 것은 '으뜸효율' 정책이다. 3월 시작한 '으뜸효율 가전제품 구매환급제도'는 30만원 한도에서 구매금액 10%를 돌려주면서 호응을 얻었다. 1500억원 예산으로 3월 23일 사업을 시작, 석 달 만에 예산 73%를 소진할 정도였다. 2차 예산 1500억원도 예정보다 넉 달이나 이른 9월 접수가 마감됐다.

새해에는 한국전력이 지정한 전기요금 복지할인 대상자 400만 가구에 한해 구매금액 20%를 돌려준다. 소비자와 가전업계 모두에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으뜸효율 제도는 가전 내수를 살린 것은 물론 고효율 가전 개발 촉진, 전기요금 절감 등 긍정적 효과가 컸다. 롯데하이마트, 디지털프라자, LG베스트샵, 전자랜드 4개 가전전문유통 3분기 매출은 2조6760억원으로 작년 대비 15.7% 증가했다.

보일러업계는 일반 가정 콘덴싱 보일러 설치를 의무화한 '대기관리권역법' 덕을 봤다. 4월 전면 시행한 이 법은 강원, 제주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한 전국에서 1등급 인증을 받은 콘덴싱 보일러 설치를 의무화했다. 정부는 콘덴싱 보일러 보급을 장려하고 구매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보조금 20만원을 지원했다. 그 결과 상반기 경동나비엔 판매량이 작년 대비 18% 증가하는 등 효과가 컸다. 비수기인 여름에 웃은 것이다. 그러나 내년 지원예산이 대폭 삭감된 300억원으로 확정되면서 새해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2020 결산] 수출이 '끌고' 정부가 '밀고'…전자업계, 코로나 위기를 기회로 살렸다

◇꾸준한 렌털 성장세

렌털업계는 코로나19 초반 대면 영업 및 관리가 힘들어지면서 타격을 입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지만 보란 듯이 위기를 극복하며 전세를 역전시켰다. 방문판매 대신 홈쇼핑, 온라인 등으로 판매 채널을 확대하고 자가관리 제품 등을 출시한 덕분이다. 렌털 계정은 작년 대비 10%가량 성장한 1300만 계정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웅진에서 넷마블로 최대주주가 바뀌며 2월 사명을 변경한 코웨이는 코로나19가 가장 심했던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작년 대비 6.6%, 22.4% 증가하기도 했다. 국내외 총 렌털 계정은 801만으로, 처음 800만을 넘어섰다. 상반기 전체로는 매출이 7.5% 성장했다. 이해선 대표를 재선임하며 안정을 택한 결과가 좋았다.

LG전자는 3분기 렌털 사업에서 처음으로 분기매출 1500억원을 돌파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3분기 누적 4275억원으로 2019년 전체 매출(4398억원)에 육박했다. 연내 계정 270만개, 매출 6000억원 달성이 유력하다. 새해 1월 1일부터 가전 렌털 관리 자회사 '하이케어솔루션'을 신설하고 렌털 사업 성장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SK매직 역시 정수기, 식기세척기 등 주력 아이템 인기가 식을 줄 모르면서 연내 200만 계정 돌파가 예상된다. 웰스는 정수기, 식물재배기 등이 호조를 보이며 이달 초 80만 계정을 돌파했다. 위니아에이드는 카카오톡 채널에서 가전 구독 서비스를 시작하며 가전 렌털에 시동을 걸었다. 위니아전자, 위니아딤채는 새해 렌털 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