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최희윤 KISTI 원장, “고객과 연결·융합 강조한 3년...KISTI 발전해 K-사이언스 기반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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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은 지난 3년 동안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그는 데이터가 KISTI를 세계 최고 과학기술 정보분야 대표기관으로 거듭나게 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희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은 지난 3년 동안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그는 데이터가 KISTI를 세계 최고 과학기술 정보분야 대표기관으로 거듭나게 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터를 늘 염두에 두고 고객 중심의 연계와 협력을 강조하는 사이, 지난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습니다. KISTI가 앞으로도 발전을 거듭해 국내를 넘어 세계 최고 과학기술 정보분야 대표기관으로 거듭나기 바랍니다.”

쏜살같이 지나간 3년이었다. 최희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은 2018년 1월 원장직을 맡아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어려움이 많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어려움이 지금까지 자신을 지탱했다고 했다. 리더는 마치 나침반처럼 균형을 잡는 사람이고, 그 균형을 잡는 과정은 수 많은 떨림 속에 이뤄진다는 것이 최 원장의 지론이다. 여러 의견을 듣고 떨리는 과정에서 방향을 잡아간다는 설명이다. 떨면서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최 원장을 만나 그동안 기관 운영을 위해 노력한 부분과 이룬 것을 복기해보고, 앞으로 바라는 기관의 발전 모습 등을 물어봤다.

-지난 3년 동안 가장 이루고 싶었던 목표는 무엇이었고, 기관이 가야할 길은 무엇이라고 봤는지.

▲KISTI가 다른 기관과 차별화되는 고유한 혁신 영역을 만들고자 하는 마음이 무엇보다 컸다. 이미 과학기술 정보를 다루는 대표기관이었지만, 이것 이상의 가치를 담고 싶었다. 그래서 당시로는 생소했던 '데이터 생태계' 개념에 주목했다.

고성능 인공지능(AI)을 구현하려면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갖춰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데이터가 4차 산업혁명 핵심 기반으로 받아들여지고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었지만 그에 비해 데이터에 대한 공공 부문 역할과 기능이 정립되지 않았던 시점이었다.

공공영역에서 연구개발(R&D) 전주기에 걸쳐 데이터가 축적되고 활용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보를 활용 가능한 데이터로 만들어 모으고, 이를 슈퍼컴퓨팅 인프라로 분석, 협업하는 데이터 기반 R&D 활용모델(Collection-Computing-Analysis-Collaboration R&D) 개념을 기관 운영 핵심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모아야 하는 데이터 영역도 확장했다. 기존에는 논문과 보고서와 같은 최종 산출물 중심이었다. 데이터 기반 연구가 늘어나고, 가상 실험이 실제 실험을 대체하는 데이터 시대의 새 사업영역으로 연구 중간 산출물인 '연구 데이터'에 주목하게 됐고, 국가연구데이터 주관기관으로써 연구 데이터를 공유하고 활용하는 법적 체계와 시스템도 구현했다.

-데이터가 중요하지만, 이 가치를 바탕으로 기관 전체를 하나로 묶는 것은 쉽지 않았을텐데.

▲공공의 이익이라는 같은 목표를 지니지만, 한 울타리 안에서도 다루는 영역이 다른 경우 유기적인 연결이 어려웠던 사례가 많다. KISTI의 경우 정보와 슈퍼컴퓨터 영역이 함께 존재한다. 기업을 지원한다는 역할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자기 일에만 집중하다보면 내가 하는 일이 어떻게 다른 부서와 융합될 수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각 '선'이 모여 '면'을 이룰 수 있는데 이것이 잘 이뤄지기가 쉽지 않다. 지난 3년간 노력으로 어느 정도 융합을 이뤄내고 면을 이뤘다고 자부한다.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연구성과물, 이를 분석하는 플랫폼과 지능형 분석체계 등 상호의존적인 요소들을 연결했다. 각 구슬을 하나로 꿰고자 노력했다.

데이터가 공통분모가 됐다. 데이터는 슈퍼컴퓨터를 운용하는 기반이다. 이들로 만든 분석과 의사결정 내용은 데이터 플랫폼 및 인프라 서비스로 이어진다. 최종 목표는 '고객'이다. KISTI는 고객, 즉 산학연 연구자와 국민이 없으면 존재 의의를 잃는다. 데이터 기반 성과들로 공적가치, 사회적 가치 이행에 도움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봤다. 또 이런 사례와 정보가 쌓여 다시 데이터화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룬다.

정리하자면 데이터 기반의 고객 지원과 선순환 구조 구현이 KISTI의 역할과 책임(R&R) 요체다.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R&R 확립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임했고 KISTI는 R&R 수립과정에서 우수성을 인정받아 예산이 확대되는 등 시작 단계부터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출 수 있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성과들을 꼽는다면.

▲기관 내 모두가 힘을 모으고, 지자체와 협업을 이룬 성과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취임 후 만든 '지역특화 지능형 데이터센터'다. 부산에 위치한 부울경 지원을 중심으로 센터를 구현했고, 이것이 기관 내 다양한 부서가 합심해 노력한 '개방형데이터융합사업단' 수주로 이어졌다. 지역데이터 생산기관과 연계해 재난, 안전, 교통 문제 등 삶의 질을 개선하는 사회 현안 해결에 나섰다. 공공데이터를 활용, 지역을 혁신하는 플랫폼을 마련한 것이다. 데이터, 지자체와의 연계가 핵심인 사항으로, KISTI가 처음으로 수주한 국가융합연구사업이기도 하다. 사실 기관 내에서 '해도 안 된다'는 생각들이 많았는데 함께 노력한 결과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

또 슈퍼컴퓨터 4호기 구축 이후 10년 만인 2018년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 구축과 개통으로 거대과학 난제 해결, 글로벌 차원 코로나19 공동대응 등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을 한층 제고 할 수 있었다.

국가 R&D에서 연구데이터 공유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그간 노력이 바이오 데이터, 소재 데이터 등 주요 도메인에서 실질적으로 실행되기 시작한 것도 중요한 일이다. 또 과학기술 디지털 뉴딜사업으로 2000여명이 참여하는 논문, 보고서 등 기계학습데이터 구축사업을 지난해 말 시작해 마무리하고 있는데, 국가 R&D 활동을 통해 생산되는 정보의 스펙트럼을 확장하는 매우 의미 있는 일들이다.

기관평가서 지난 3년간의 노력과 성과들을 인정받은 것도 기억에 남는다. 어려운 시기 함께 해 온 결과가 대외적으로 인정받은 것도 기쁜 일이었지만 무엇보다도 전 직원이 칭찬과 격려를 받고, 기관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도록 자긍심을 불어넣을 수 있었다는 것도 보람으로 여기고 있다.

모든 사업의 중심에 고객이 있다는 조직문화 차원에서 이루어진 일들도 기억에 남는다. 'KISTI 데이터 데이(data day)'를 만들어 행사 기간 내 모든 부서와 구성원이 각 서비스와 인프라의 주요 고객들로부터 의견을 듣도록 했다. 이 내용은 반영해 관련 사업을 발전시킨다. 2019년에 처음 시작했는데, 의견에 대한 피드백도 전달해 고객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었다.

단순히 잘 하겠다는 마음만 가져서는 변화를 이끌어내기가 어렵다. 모든 사업 프로세스에 고객이 정의되고 실행되어야 한다는 의미이고, 고객을 위해 기관이 어떤 가치를 만들고, 어떻게 고객을 지원할 수 있을지 알 수 있다.

-앞으로 KISTI가 어떤 기관으로 발전하기를 원하는지.

▲K-팝을 비롯해 우리나라 문화가 세계를 호령하고 있다. 좋은 일이다. 이런 좋은 흐름이 과학계에도 이어져 'K-사이언스'를 이루고, 우리 과학기술이 해외에 영향력을 확산할 수 있기를 바란다.

특히 KISTI가 담당하는 과학기술 정보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바란다. 세계 곳곳에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글로벌 과학커뮤니티에서는 오픈사이언스 등 소프트파워가 중요성을 더하고 있다. KISTI가 도움을 줘 우리나라의 과학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결과를 낼 수 있다.

조금씩 성장과 성과가 눈에 보이고 있다. 이미 우리가 운영하는 국가과학기술지식서비스(NTIS) 등 다양한 서비스가 코스타리카를 비롯한 제3 세계에 확산되고 있다. 또 최근 우리 빅데이터분석시스템이 과학기술 ODA 대상으로 선정, 베트남에 공여되기로 결정됐다. 과거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 지원금에 의존해 기관을 설립하고 과학정보를 서비스하기 시작했는데, 이제 우리의 데이터 인프라와 플랫폼이 세계로 향하는 것이다. 국내 최고를 넘어 세계 최고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거듭나는 여정에 올랐다.

올해는 산업기술정보원(KINITI)과 연구개발정보센터(KORDIC)이 통합해 KISTI로 출범한지 20년이고, 내년은 과거 모든 기관 역사가 60년을 맞는다. 오랜 혁신의 여정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잠시도 멈춰서는 안 된다. 우리는 특히 변화가 빠른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KISTI가 앞으로도 지속적인 고객 중심 혁신으로 과학기술 축적의 시대를 열어가는 한층 더 역동적인 기관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최희윤 KISTI 원장은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로자리대학교 정보대학원에서 정보경영으로 CSS를,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정보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KISTI 전신인 산업연구원을 거쳐 포스코경영연구소 창립멤버이자 수석연구위원으로 일했다. 2004년 KISTI로 돌아와 지식정보센터장, 정보서비스센터장, 정보유통본부장 등을 거쳤고 2018년 KISTI 원장에 취임했다. 아시아 최초 세계과학기술정보위원회 부회장,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정보통신기술(ICT)융합분과 및 정책조정분과 전문위원, 메릴랜드대학교 정보정책연구소 객원연구원,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규제개혁위원회 민간위원 등을 지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