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후보에게 듣는다]박영선, 새로운 100년 서울...디지털 대전환 좌표 설정할 때

걸어서 21분 거리 내에서 모든 인프라 이용
아날로그서 디지털로 '서울의 좌표' 설정해야
프로토콜 경제 실현하고 소상공인 정책 추진
아이~어른 '돌봄' 문제 확실히 해결할 것

[서울시장 후보에게 듣는다]박영선, 새로운 100년 서울...디지털 대전환 좌표 설정할 때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서울을 세계 디지털경제 표준도시로 만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 100년간 뉴욕이 도시의 표준 역할을 해왔다면, 미래 100년은 서울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하는 도시의 모범사례가 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성사시키기 위한 방법론으로는 21분 컴팩트 도시, 수직정원 도시, 서울형 디지털화폐 KS코인 발행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에 본지는 도시 설계에서부터 환경, 행정 시스템 등 미래 100년 도시 서울을 위한 새로운 좌표에 대해 들어봤다.

-세 번째 도전이다. 각오가 남다를 것 같은데, 이번 출마가 과거 출마와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첫 번째 도전에서는 '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이 주요 공약이었다. 이것은 지금 실현됐다. 두 번째 도전은 '수소경제도시 서울'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 역시 3년이 지난 지금 수소경제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관련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도전에서는 '서울시 대전환'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100년 전 도시는 마차에서 자동차로 전환하는 혁신에서 요동쳤다면, 지금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경제로 대전환이 이뤄지는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이를 관통하는 서울을 위한 시대 언어가 무엇인지 고민했고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봤다.

중요한 것은 대전환 방법론이다. 주요 공약인 '21분 컴팩트 도시 서울' 역시 서울을 변화시켜야한다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21분 컴팩트 도시는 걸어서 모든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는 도시다. 나를 중심으로 좌우 2㎞ 거리, 직경 4㎞ 정도 지역 안에 우리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든다는 의미다. 21분 거리 내 신뢰할 수 있는 병원을 갈 수 있고, 산책로가 있는 곳, 21분 거리에 직장이 있다면 이것이야 말로 젊은이들이 원하는 직주근접 융합개념이 될 것이다.

21분 도시 서울 모델이 미래 100년의 세계 디지털 경제 수도의 표준으로서 정착할 수 있도록 하겠다.

-다른 후보에 비해 출마 선언이 늦었다. 고심이 많았던 이유는 무엇인가. 늦은 출발로 어려운 부분은 없는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서 버팀목 자금을 소상공인들에게 차질 없이 지급하는 일이 중요했다. 여기에 최근 화제가 된 K-백신 주사기 이슈도 있었다. '쥐어짜는 최소 잔량 주사기'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중기부가 관련 작업을 진행 중이었던 만큼, 바로 직을 놓고 출마하기가 어려웠다.

당시 주사기 기술을 가지고 있던 풍림파마텍에선 개발과 생산에 어려움을 호소했었다. 이에 직접 대표를 설득했고, 개발·생산을 위한 작업을 추진했던 만큼 신뢰를 지키는 것이 중요했다. 스마트 공장을 만들어 월 1000만개 이상의 대량생산을 해야 하는데, 자금과 인력은 물론 주사기를 판매할 수 있는 유통루트 확보도 필요했다.

K-백신 주사기는 화이자 백신 협상에도 큰 역할을 해 주었다. 당시 백신을 보유한 곳이 갑의 입장이었고, 세계 모든 국가가 백신을 요청하는 상황에서 협상을 끌어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주사기 샘플을 화이자에 보내주고 그 이후부터 반응이 달라졌다. 그만큼 이 주사기 개발과 생산은 중요한 문제였다.

개발·생산이 어렵다는 중소기업을 설득해 놓고 갑자기 장관직을 그만둔다면 해당 기업 입장에선 상당히 당황스러웠을 것이라 생각한다. 신의를 지키는 차원에서 출마를 늦게 했다. 적어도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청까지는 이를 챙겨야겠다고 판단했다. 신청 여부를 확인하고 승인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 의견을 들은 후 안심하고 출마 선언을 할 수 있었다.

다만 출발이 늦다보니 사회 각 분야에서 만나야 할 많은 분들을 다 뵙지 못하고 있다. 마음이 바쁘고 미안함도 있다. 특히 사회적 약자분들은 시장이 누가 오느냐에 따라 그동안의 복지 체계와 배려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지고 계신다. 복지 체계 변화는 그분들 삶에 굉장한 영향을 미친다. 그만큼 시장 후보들을 만나보고 싶어한다는 것을 체감한다. 이분들을 다 만나 뵙고 싶은데 생각처럼 하지 못해 죄송스런 부분이 있다.

[서울시장 후보에게 듣는다]박영선, 새로운 100년 서울...디지털 대전환 좌표 설정할 때

-부동산 이슈가 뜨겁다. 그만큼 다양한 공약이 나오고 견제도 심하다. 21분 컴팩트 도시, 수직정원 도시 등 제시한 공약에 제기되는 현실성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다고 보시는가.

▲공격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성격이 다른 것 같다. 21분 도시와 수직정원 도시는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만큼 다른 후보들에게 아픈 공약이라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지금 서울시장 예비후보들의 부동산 공약 중 기억에 남는 것으로 21분 도시와 수직정원 도시를 많이 얘기하고, 관련 질문도 계속 주고 계신다.

도시지리학을 전공했다. 도시와 전염병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과거 중세시대 흑사병이 봉건영주체제를 무너뜨렸다. 그리고 르네상스 시대가 열렸다. 그 다음에는 스페인 독감이 나타났고 지구별 도시 형태가 등장했다. 당시에는 보건의료에 대한 과학 기술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터와 일상을 분리하면 보건 위생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측면에서 지구 개념 도시가 등장한 것이다. 일터는 그만큼 멀어졌지만, 자동차 등장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었고, 도로 중심 도시가 생겨났다. 그리고 우리는 100년을 이런 도시 구조 속에서 살아왔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전염병을 겪으면서 도시 집중화 현상은 더 이상 허용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재택근무라는 새로운 노동 개념이 자리잡았다. 디지털 기술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 일자리 재배분이 일어나고 있고, 긱(gig) 노동자 등 새로운 형태 일자리도 만들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도시도 변해야 한다. 그 변화를 성공시키기 위한 최적화된 단위가 21분 도시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성공하면 서울은 디지털 경제 시대 세계 표준 도시가 될 수 있다.

수직정원 도시는 환경 문제 관련, 도시에 자연을 입히기 위한 발상의 전환이다. 이태리 밀라노 도시숲 빌딩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버지니아 알링턴의 아마존 제2 본사 역시 수직정원 도시다. 이 지역 모두 4계절이 뚜렷하고 서울과 기후가 비슷하다.

물론 관리와 건축비 등 단점으로 지적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관리 문제는 인공지능(AI) 스마트 기술이 발전하면서 상당 부분 해소가 됐다. 오히려 관련 일자리가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 건축비 증가는 기존 건축물이 가져올 수 있는 환경파괴 문제점을 생각하면 공공성 면에서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많은 후보들이 디지털을 강조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지내 온 만큼 남다른 전략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형 디지털 전환으로 어떤 그림을 그리고있나.

▲구로구 지역구 의원 당시 전국에서 처음으로 구로디지털단지에 무료 와이파이존을 만들었다.

서울시장이 되면 서울형 디지털 화폐 KS코인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만들 생각이다. 4차 산업혁명은 AI를 중심으로 바이오·미래차·시스템 반도체의 빅3를 얘기할 수 있다.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한다면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을 적용하면 모든 것이 투명하고 편리한 사회가 된다. KS코인이 유통되면, 결제 및 송금 수수료 등이 사라지는 혁명적인 일이 생길 것이다. 과거 문자를 보낼 때 돈이 들어가지만 카카오톡 등장과 함께 무료로 바뀐 것과 마찬가지다.

중기부 시절 버팀목 자금을 지급하기 위해 공무원들이 거의 한 달 이상을 준비했었다. 행정 부문에서 블록체인이 연결되면 그 속도 또한 빨라진다. 한번 입력되면 계속 추적되고 소상공인들의 매출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KS코인의 활용은 서울을 글로벌 디지털경제 수도로 만드는 하나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블록체인과 디지털 화폐는 제도, 기술, 기반 면에서 다른 주요국에 비해 우리가 조금 뒤쳐져 있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지금 시작해도 우리가 보유한 첨단 ICT 인프라를 통해 빠르게 자리매김할 수 있다. 새로운 일자리도 많이 생겨날 것이다.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정책이다.

[서울시장 후보에게 듣는다]박영선, 새로운 100년 서울...디지털 대전환 좌표 설정할 때

-프로토콜 경제를 꾸준히 강조해 오셨다. 일반인들에게는 어려운 얘기일 수 있는데, 앞으로 무엇이 바뀌게 되는지 설명해 달라.

▲프로토콜 경제의 가장 큰 특징은 4차 산업혁명을 통해서 창출되는 새로운 수익의 양극화를 막는다는 점이다. 특정 서비스와 기업이 성장을 했는데 관련 혜택이 종사자들이 아닌 주주들에게만 돌아가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우버 등 테크기업 연봉의 15%를 현금 대신 주식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성장에 따른 수익을 공정하게 나눌 수 있어야 한다.

KS코인은 소상공인 관련 정책을 빠르게 추진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소상공인과 사회취약층 대상 지원을 KS코인으로 지급하면 어디에 쓰여서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지 바로 파악할 수 있다. 그 빅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소상공인 정책을 만들 수 있다. 사각지대를 빠르게 해소할 수 있는 셈이다.

프로토콜 경제는 플랫폼 경제의 집중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중기부 장관 시절에도 중고차 시장 대기업 진출 문제와 배달 플랫폼 수수료 문제 등을 프로토콜 경제로 해소하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를 위해선 상호간의 투명한 거래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KS코인이 그 갈등을 해소할 것이다.

-투표일까지 남은 기간 어떤 행보를 하실 예정인가. 추가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자 하는 분야는 무엇인가.

▲정책으로 승부할 것이다. 시민들에게 지금 왜 미래 100년의 장기·중기·단기계획이 필요한지 집중적으로 설명할 것이다. 21분 도시 정책으로 서울이 어떻게 바뀌고 내 삶에는 어떤 변화가 오는지 서울 시민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을 밟을 것이다.

야당 후보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서울을 정쟁의 장소로 삼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서울의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부터 1년간 경제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는 대전환 과정에 놓일 것이다. 서울의 좌표를 제대로 설정해야 하는 시기다. 중요한 시기인 만큼 서울의 모습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정책을 계속 선보이겠다.

-박영선의 서울시가 그려갈 미래 비전을 정리해 달라.

▲즐거운 도시가 성공한다. 서울을 즐거운 도시로 만들 것이다. 21분 도시 서울이 서울시민의 삶을 바꿀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돌봄 문제가 크게 부각될 것으로 예상한다. 첫 여성시장으로 돌봄의 개념을 더 확대하겠다. 서울시장이 해야 할 여러 영역 중에서 돌봄문제만큼은 확실히 해결하겠다. 돌봄은 아이·어른 모두 대상이 되는 개념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문제도 돌봄이다.

과거에는 아이를 옆집에 맡기기도 했지만, 지금은 대부분 문을 닫고 사는 세상이 됐다. 부모님을 당연히 자녀가 부양해야 한다는 전통적인 개념도 희미해지고 있다. 사회가 변하고 있다. 돌봄의 문제는 공공의 영역이 됐고 서울시장 역할은 그만큼 중요해졌다. 이 부분을 좀 더 확실하게 살펴나가겠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사진=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