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연봉인상 레이스에 중견·중소 기업은 '한숨'…양극화 심화 '우려'

판교테크노밸리 전경
판교테크노밸리 전경

게임업계 연봉 올리기가 경쟁 양상을 띠는 가운데 자본력이 약한 중견·중소기업이 인력 유출을 막을 방법이 없어 경쟁력 퇴보를 우려한다. 신규 인재 유입이 더뎌지면서 게임개발, 흥행으로 이어지는 순환고리가 끊기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중견 기업 인력난이 가중되고 있다. 거대 게임사가 일제히 연봉을 올리면서 자금 여력이 없는 중소업체들은 인재 채용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개발자 인력난에 시달리는 게임업계는 최근 우수 인재를 붙잡기 위해 연봉인상 '경쟁'을 벌이고 있다. 넥슨이 개발자 신입 초봉을 5000만원으로 인상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크래프톤이 초봉 6000만원 시대를 열었다. 넥슨, 넷마블, 컴투스, 게임빌은 재직자에게도 연봉을 800만원씩 인상했다. 조이시티는 1000만원, 크래프톤은 2000만원을 올렸다 .

엔씨소프트는 신규 연봉책정 기간인 3∼4월에 업계 사례를 검토해 인상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엔씨소프트는 업계 지위 등을 고려, 최고 수준의 인상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정보기술(IT) 분야 인재 유치로 국내 게임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자금 여력이 없는 중소업체들의 인력 유출로 양극화가 더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견 게임사들은 관리종목이나 상장 폐지 기로에 서 있다. 제작중인 게임에 희망을 걸고 있지만 주요인력이 더 나은 대우를 위해 떠난다면 이마저도 어렵다.

2020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100인 이하 개발사 45개사 중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이 감소했다고 응답한 업체는 28%에 달했다. 5인 미만 소규모 개발팀은 전체 131개 스튜디오 중 52.9%가 매출에 악영향을 받았다고 답했다.

대형 게임사는 작년 코로나19로 인한 산업 변화에서 현금을 쌓는 데 성공했다. 중견, 중소개발사는 주요 쇼케이스와 게임 관련 행사가 연달아 취소되면서 해외 진출과 유통 판로가 막혔다. 게임산업 투자가 IP와 인력에 의해 결정되다 보니 자금 조달도 힘들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개발자 몸값이 이제라도 인정받게 되는 건 고무적인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여력이 없는 중견, 중소기업은 이제 게임 흥행 후 성장이라는 문법에 더 다가가기 쉽지 않아졌다”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