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기의 디지털경제]디지털 중국의 진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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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기 한국뉴욕주립대 총장
<민원기 한국뉴욕주립대 총장>

2차 세계대전 패전국 일본은 제철, 자동차, 조선, 화학, 전자 등 발전을 기반으로 1978~2010년 세계 2위의 경제 대국 위상을 누렸다. 이 기간 토요타 자동차의 '저스트 인 타임'은 자동차 업계를 넘어 세계 모든 제조업체의 표준 공정으로 자리 잡았고, 소니의 '워크맨'은 혁신 정보기술(IT) 대표 상품으로 세계 시장을 휩쓸었다.

그러나 지금 일본 경제는 과거의 영광을 찾아보기 어렵다. 일본은 아직도 세계 3위의 경제 대국이고 소재·부품 산업의 절대강자이지만 과거 세계 경제를 선도한 혁신 기업의 출현은 멈춘 지 오래됐다. 특히 디지털 경제가 빠르게 진행되는 과정에서 일본은 사회·경제의 디지털화가 지연되면서 경제 전체 동력이 약해지는 모습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1980년대부터 시작된 정보통신산업에 대한 정부의 전략 지원과 기업의 혁신 노력을 통해 글로벌 디지털 강국으로 성장,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스마트폰·디스플레이 산업을 보유하고 있다. 산업 전반에 걸친 디지털화를 지원하는 정보통신 인프라, 사회 디지털화에 핵심이 되는 전자정부 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역량을 보이면서 60개 주요 국가 대상으로 평가한 브룸버그 혁신지수에서 2021년 1위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현재 세계 경제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은 어떨까. 중국 기업은 정부의 보호 속에 미국 실리콘밸리의 비즈니스 모델을 카피, 자국 시장 챔피언으로 성장했다고 평가받아 왔다. 그러나 지금 중국 빅테크 기업은 세계 디지털 경제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 닛케이신문이 2019년 말 기준 주요 74개 제품에 대한 세계 1위 기업 선정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와 일본은 7개 제품에서 1위를 기록한 반면 중국은 12개 제품에서 1위를 차지, 25개 제품에서 1위를 차지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미래 성장을 보여 주는 지표인 연구개발(R&D)투자 규모에서도 S&P캐피털의 조사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세계 R&D투자 500대 기업에 우리나라는 14개사가 포함된 반면 중국은 121개사가 포함됐다.

이미 텐센트는 구글, 페이스북을 넘어 세계에서 가장 앞선 혁신 플랫폼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고, 알리바바의 2020년 광군제 매출은 아마존 프라임데이 매출의 7배가 넘는 750억달러를 기록했다. 디디추싱은 중국에 진출한 우버를 합병했고, 바이트댄스의 '틱톡'은 '쇼트폼' 동영상 공유 플랫폼으로 글로벌 시장을 휩쓸고 있다. DJI는 세계 드론 시장을 석권하고 있고 소셜커머스 분야의 핀둬둬, 안면인식의 센스타임, 전기자동차의 니오 등이 새로운 빅테크 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칭화대·베이징대 등 중국의 명문대와 미국의 스탠퍼드대·매사추세츠공대(MIT) 등에서 공부한 인재들이 제2의 마윈이 되기 위해 창업에 뛰어들고 있고, 중국 정부는 '메이드 인 차이나 2025' 같은 산업 육성정책을 통해 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화웨이·SMIC 등 제재, 알리바바 금융계열사인 앤트그룹의 상하이·홍콩 증시 상장 중단에서 촉발된 규제 리스크에도 중국의 디지털 분야에서의 진격은 계속될 것이다. 또 리베카 패닌이 베스트셀러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는 날'에서 지적한 것 같이 중국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최고 디지털 강국으로 떠오르는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우리와 산업 발전 전략이 겹치는 중국의 도약 속에 우리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글로벌화 전략 지속과 경쟁국에 한발 앞선 기술 및 비즈니스 모델의 구현이 필요하고, 이를 지원하는 혁신 지향형의 산업정책이 과감히 전개돼야 할 것이다.

민원기 한국뉴욕주립대 총장 wonki.min@suny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