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차-반도체 협의체 출범]"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국산화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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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공급사 점유율. <전자신문DB>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공급사 점유율. <전자신문DB>

4일 발족한 '미래차-반도체 연대·협력 협의체'는 극심한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와중에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움직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국내 차량용 반도체 회사들이 목말라 하던 수요기업과 연계가 촉진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 차량용 반도체가 부족한 이유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인 지난해 말부터 완성차 수요가 갑작스럽게 늘어난 것에 대응을 못 했기 때문이다. 정보기술(IT) 기기용 반도체 생산에 집중했던 반도체 업체들이 차량용 반도체 수요 증가에 미처 대응하지 못했다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공급 부족이 해소되려면 적어도 올 9월까지는 기다려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행히 현대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는 그간 재고 비축으로 아직 큰 위기를 겪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이 현상이 세계 자동차 시장 전체에서 벌어지는 일인 만큼 현대자동차도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 분석이다.

현대자동차 또한 차량용 반도체 해외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네덜란드 NXP, 독일 인피니언, 일본 르네사스가 각각 20% 안팎의 점유율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현대차도 이 공급사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자동차 내부에서도 차량용 반도체 문제에 대응해 생산량 조율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번 미래차-반도체 연대·협력 협의체는 수요기업의 수입 의존도를 낮추면서, 토종 시스템 반도체 업체를 육성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에서는 텔레칩스, 넥스트칩, 실리콘웍스, 픽셀플러스 등 다양한 팹리스 업체가 차량용 반도체 국산화에 도전하고 있었지만 제한된 협력 사례는 늘 걸림돌이 된다는 목소리가 있어왔다.

한 팹리스 업체 대표는 “좋은 차량용 반도체를 개발할 역량이 있어도 이것을 써주거나 함께 연구할 완성차 업체가 없다면 매출로 연결될 수 없다”며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로 국내 업체간 협력이 공고해져 생태계가 성장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새로운 기술을 지닌 국내 차량용 반도체 발굴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VSI가 좋은 예다. 통상 차량용 반도체는 8인치 웨이퍼에서 생산되지만, VSI는 12인치 웨이퍼에서 고속링크(SerDes) 기술 기반 칩을 생산할 예정이다.

강수원 VSI 대표는 “현재 레거시 공정인 8인치 파운드리 병목현상으로 차량용 반도체 생산이 지연되고 있지만, 상황이 상대적으로 나은 최신 12인치 파운드리 공정을 쓰는 VSI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