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모든 여성 엔지니어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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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모든 여성 엔지니어를 응원합니다

새벽에 온라인 식료품 배송업체가 집으로 배달해준 식자재를 남편과 정리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서재에서 영상 회의로 오전 일정을 시작하는 동안, 아들은 방에서 온라인 수업을 듣습니다. 전례 없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IT 산업은 교육과 의식주에 필요한 장치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일하는 반도체 산업이 이 같은 비대면 일상을 가능케 한다는 것과 제가 여기에서 작게라도 기여를 한다는 사실이 뿌듯합니다.

제 이야기는 고등학생이던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늘 수학과 과학이 궁금했고, 더 배우고 싶어 한 저는 주저 없이 이과를 대학 진로로 선택했습니다. 열정 넘치는 화학 선생님의 영향으로 화학공학을 선택했고, 캐나다 몬트리올의 맥길대에 입학했습니다. 졸업 후에는 기초 연구를 하고 싶어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그때부터 폴리머를 연구하며 계면 거동을 중점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램리서치에 입사했습니다. 첫 3년 동안 유전체 식각 엔지니어로 일했습니다. 플라스마로 생성되는 폴리머의 계면 거동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을 활용해 플라스마 식각 공정에서 실제로 웨이퍼 표면에 생기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일을 했습니다. 저의 비전이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연구였습니다.

커리어를 시작하면서 만난 제 멘토는 제가 성장하는 데 자양분이었습니다. 그는 당시에는 많지 않은 여성 엔지니어였습니다. 원래 화학과 교수로 일했지만 저처럼 일상생활과 밀접한 연구를 하기 위해 업계로 옮겨 왔습니다. 우리가 서로 잘 맞은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식각 엔지니어로 커리어를 시작한 4년 차에 아들이 태어났으며, 출산 휴가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해 엔지니어링 매니저로 근무를 계속했습니다. 남편과 가사를 분담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주저하지 않고 도움을 구했기 때문에 업무 복귀 결정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육아 초기에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은 필요한 도움을 필요할 때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철학은 아들이 중학생인 지금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3D낸드플래시 디바이스를 만들 때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이해를 높이고 싶다고 생각할 즈음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옮겨와 3년 동안 주재원으로 근무했습니다. 램리서치 한국 지사에서 근무한 첫날 이 분야에서 일하는 여성 공정 엔지니어 수가 적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그러나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램리서치코리아에서는 최근 5년 동안 여성 엔지니어가 꾸준히 늘었을 뿐만 아니라 이들 모두가 뛰어난 역량을 보여서 뿌듯하기 그지없습니다.

한국에서 메모리 소자 고객을 대하면서 제가 소자 지식이 더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처음 커리어를 시작할 때부터 일한 유전체 식각 분야에서 도체 식각으로 범위를 넓히며 고객을 직접 지원하는 팀에 합류했습니다. 이후 고객을 직접 지원하는 고객 담당 팀에서 일하면서 식각 엔지니어들을 이끌게 됐습니다.

램리서치코리아에 합류하던 당시 제 비전은 전방위 식각 테크놀로지스트가 되는 것이었고, 최근까지 지역 기술 그룹에서 식각 테크놀로지스트 리더로 근무했습니다.

제 커리어를 돌아보며 기술 분야에서 커리어를 시작하는 여성 엔지니어에게 세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도움이 필요할 때는 주저하지 말고 도움을 구하세요. 특히 일과 가정, 육아를 병행할 때는 배우자와 동등한 역할 분담과 함께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 커리어를 시작할 때 가르치고 지도해 줄 수 있는 멘토를 찾고, 커리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이 관계를 계속 발전시키세요.

마지막으로 비전을 품으세요. 저에게 비전이란 '내가 이 일을 왜 하는가'입니다. 비전이 있다면 달성해야 하는 미션·목표·전략·계획이 명확히 보입니다.

올해는 우리에게 새롭고 흥미로운 도전이 가득할 겁니다. 저 역시 램리서치 코리아테크놀로지 센터의 선발팀에 합류해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도전을 마주한 기술 분야의 여성 엔지니어 모두를 응원합니다.

김유진 램리서치코리아테크놀로지 상무, yoojinkim3141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