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금법 시행 코앞인데...실명계좌 발급 애타는 가상자산 사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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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계좌 확보해야 거래소 운영 가능
발급 권한 가진 은행, 제휴에 부정적
4개 대형 암호화폐거래소에만 발급
명확한 허용·연장 근거 없어 특혜 논란

11일 한국블록체인기업진흥협회는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제 1차 정례 포럼을 열고 특금법 시행에 따른 정책 제언을 논의했다.
<11일 한국블록체인기업진흥협회는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제 1차 정례 포럼을 열고 특금법 시행에 따른 정책 제언을 논의했다.>

이달 25일 시행되는 개정 '특정금융거래 정보의 이용 등에 관한 법(특금법)'이 중소 사업자에게 지나치게 불리하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해당 법은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실명계좌)을 확보할 것을 요구하는데, 계좌를 발급할 권한을 가진 시중은행 대부분이 제휴에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필요한 요건을 모두 갖춰도 실명계좌를 받지 못해 폐업하는 거래소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당국을 상대로 법률 소송을 불사하겠다는 사업자도 나오고 있다.

11일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는 한국블록체인기업진흥협회 주최로 열린 정례 포럼에서 “시중은행 중 어떠한 은행도 실명확인 계정을 개설할 계획이나 절차를 안내하지 않고 있다”며 “거래소 사업자들이 힘들게 은행들과 만날 기회를 구해도 상황이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 2018년 1월부터 자금세탁방지, 암호화폐 투기근절 등을 목적으로 실명계좌를 확보한 사업자가 암호화폐거래소를 운영할 수 있도록 지도했다. 문제는 실명계좌 발급 요건에 대한 정부 가이드라인이 특금법 통과 이후에도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들은 자체 기준에 따라 실명계좌 발급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금융당국 눈치를 보느라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주관적 잣대를 들이대 실명계좌 발급을 거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명계좌 제휴에 대한 실익은 높지 않은 반면에 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은 크다는 측면에서 은행들은 난색을 표한다.

이는 앞서 실명계좌를 발급받은 4개 대형 암호화폐거래소에 대한 특혜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시중은행과 6개월 단위로 실명계좌 계약을 연장하고 있는데, 명확한 허용 근거 및 연장 근거가 투명하게 밝혀지지 않다는 지적이다. 다른 국내 100여개 암호화폐거래소는 소위 '벌집계좌(일반 법인계좌로 투자자 입금)'를 아직 활용하고 있다. 3월 25일 이후 벌집계좌를 계속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도 현재 불투명한 상황이다.

김 특임교수는 “특금법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실명확인 계정의 이용을 사업 요건으로 정함으로써, 4개 거래소에 특혜를 주고 나머지 가상자산사업자들의 폐업을 강제하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협회 등 블록체인 업계는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과 은행연합회 등이 주관하는 공신력 있는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실명계좌 발급에 대한 공정성이 담보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협회는 이날 토론회에서 수렴된 의견을 토대로 오는 16일 금융정보분석원을 방문해 △실명계좌 발급 가이드라인 정립 △신고 의무가 유예되는 9월 24일까지 영업 보장 △실명계좌 발급을 제외한 요건 충족 시 조건부 실명계좌 발급 허용 등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