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국기업 약진, 심상치 않다

[사설]중국기업 약진, 심상치 않다

강력한 미국 견제에도 중국 기업들은 상승세를 이어 갔다. 지난해 미국 경제잡지 포천 기준 글로벌 500대 기업 순위에서 단연 돋보이는 나라는 중국이었다. 미-중 갈등에도 중국 기업의 경쟁력은 크게 상승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2020 포춘 글로벌 500'을 바탕으로 순위권에 있는 한국·미국·일본·중국의 기업, 매출, 비중 지표를 분석한 결과 중국 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2000년까지 500대 기업이 10개사에 불과하던 중국은 2004년 15개사로 한국을 추월했고, 2012년에는 73개사로 일본을 뛰어넘었다. 지난해는 124개사로 미국마저 제쳤다. 반면에 미국은 2000년 179개사, 2005년 176개사, 2010년 139개사 등 감소 추세를 보였다. 그러다가 지난해 121개사에 그치면서 중국에 1위를 내줬다.

포천 500대 기업이 불과 20년 만에 중국 중심으로 재편된 것이다. 한국 기업의 경쟁력은 크게 후퇴했다. 500대 기업에 포함된 한국 기업은 총 14개사로 2019년 16개사 대비 2개사 감소했다. 매출액 비중 측면에서도 한국 기업의 감소 폭은 -0.4%포인트(P)로 비교 국가 가운데 가장 컸다. 일본(-0.2%P)의 두 배에 달했다. 매출액도 2019년 9094억2000만달러에서 2020년 8004억1000만달러로 12.0%나 쪼그라들었다. 한경연은 “한국 기업들의 순위가 대거 하락한 것은 무리한 반기업법 추진에 따른 결과”라면서 “삼성전자, SK 등 내로라하는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저하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추락'도 문제지만 '중국 약진'을 더 예의 주시해야 한다. 특히 중국이 미국을 뛰어넘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과 미국은 이미 치열한 기술 패권 다툼을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견제에도 중국이 기세를 잡았음을 보여 준다. 미국도 선전하고 있지만 중국은 확연히 상승 무드에 올라탔다. 앞으로 5년, 10년 뒤에 지금과 전혀 다른 경제질서가 수립될 공산이 크다. 이에 대비해야 한다. 더욱이 중국은 미국과 달리 지역 이점을 활용, 아시아 시장 중심으로 패권 국가로서 실력 행사에 나설 것이다. 빠르게 세계 경제 질서가 바뀌고 있다. 우리 역사를 뒤돌아볼 때 국제 질서 흐름을 놓쳤을 때 항상 위기가 닥쳤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