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환경의 날-기후위기를 생각하다

[ET단상]환경의 날-기후위기를 생각하다

2021년은 기후환경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해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파리협정의 이행이 시작되는 첫해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지난해 그린뉴딜과 2050 탄소중립 비전을 발표하면서 국제사회의 기후 대응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 파리협정의 약속에 따라 세계 각국은 지난해에 2030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을 제출했다. 올해부터 온실가스 감축을 이행하는 저탄소 친환경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지구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하와이 관측소에서 1958년 측정치 315ppm을 시작으로 2020년 412ppm 등 60여년 동안 약 100ppm 상승했다. 80만년 사이에 지구의 기온은 여러 차례 빙하기와 간빙기를 거치며 오르내렸다. 기후변화는 지질학적인 시간에서는 자연현상이다. 그러나 80만년 동안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게 나온 여러 차례의 간빙기에도 300ppm을 넘은 적은 없었다. 2020년 412ppm은 80만년 기간 가운데 최고 농도 기록이다. 그리고 문제는 이 이산화탄소 농도 기록이 최근 해마다 2.3ppm 증가하며 계속 경신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는 자연현상이고 기후변화는 과장됐다는 일부 주장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주장은 최근 60년이라는 짧은 기간의 변화가 80만년 동안 겪은 변화의 폭과 속도를 크게 뛰어넘으며 점점 가파른 증가세로 나타나는 것을 무시하는 것이다. 최근 60년 동안의 연평균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율은 1만1000년 전 마지막 빙하기 후반에 기록한 자연적인 연평균 증가율의 약 100배이다. 이러한 변화는 인구 증가와 산업 활동의 폭발적 증가 때문이다. 국제사회와 많은 과학자는 기후변화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며, 현재 추세가 지속된다면 인류는 파국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지구의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상 상승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하는 2050 탄소중립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2050년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앞으로 30년, 과연 우리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0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지난 1990년 이후 30년 동안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7배로 증가했다. 우리와 같이 배출량이 크게 늘어난 나라는 줄여야 하는 노력과 희생도 커질 수밖에 없다. 만일 30년 전에 기후위기를 인식하고 이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더라면 오늘날 겪어야 하는 노력과 희생을 크게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어쩌면 30년 뒤 미래세대도 이 시대의 우리에게 '당신들은 문제를 잘 알면서도 왜 제대로 행동하지 않았느냐'라는 같은 질문을 할지 모른다.

내가 30년 전 교단에서 대기환경학 강의를 시작할 때는 지구온난화라는 표현을 썼다. 그러나 이 표현은 점점 기후변화에서 기후위기로, 이제는 기후재앙으로 바뀌고 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일은 기후위기가 환경정책이나 환경단체 주장이 아니라 내 이야기, 내 일, 내 책임이라는 인식과 함께 우리 사회가 저탄소 사회로 전환하는 데 동참하는 것이다. 기성세대는 기후위기 문제를 환경정책 문제로 다룰 수 있지만 미래세대에게는 생존 문제가 될 것이다. 이것이 기후위기를 다루는데 젊은 세대의 참여와 목소리가 중요한 이유다.

6월 5일은 세계 환경의 날이다. 환경의 날은 1972년 6월 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하나뿐인 지구'라는 주제로 개최된 첫 번째 세계환경회의를 기념하는 날이다. 우리와 미래세대가 꿈을 키우며 살아갈 수 있는 '지구는 하나뿐'이라는 점을 올해 6월 5일에는 함께 심각하게 되새겨 보면 좋겠다.

장영기 수원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 musim@suwo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