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가격 '최대 50%' 폭등...반도체 공급난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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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분기 대비 2분기 10~20% 올라
칩·완제품 가격 인상 도미노 우려
8인치 공급부족에 장비값 치솟아
'팹 증설' 대규모 투자도 쉽지 않아

파운드리 가격 '최대 50%' 폭등...반도체 공급난 '악순환'

국내외 파운드리 업체들이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반도체 위탁생산 가격을 대폭 인상했다. 이전보다 최대 50% 이상 가격을 높여 계약한 사례도 등장했다. 이 같은 추세가 반도체 칩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자동차·정보기술(IT)기기 등 최종 제품의 가격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특히 극심한 8인치 파운드리 공급 부족으로 반도체 장비 가격까지 폭등, 가격 안정화를 위한 증설도 쉽지 않다. 파운드리 중심의 반도체 공급난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파운드리 업체들은 올 2분기 위탁생산 가격을 전 분기 대비 10~20% 수준까지 인상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반적인 인상 폭은 1분기와 유사하다. 그러나 개별 계약의 경우 물량에 따라 최대 50% 이상 가격을 올린 사례도 등장했다.

국내 8인치 파운드리를 이용하는 한 팹리스 업체 관계자는 “고객사(세트업체)에서 반도체 공급량을 늘려 달라고 요청해 파운드리 측과 재계약했다”면서 “기존 가격으로는 해당 물량을 소화하기 어렵다며 50% 인상 수준으로 재계약을 했다”고 밝혔다.

해외 파운드리 업체도 상황은 비슷하다. 대만 UMC는 1분기 10% 가격 인상에 이어 2분기에도 추가로 10% 올렸다. 또 일부 계약의 경우 내년 1월에도 10% 가격 인상을 추가한다고 통보했다. 이듬해 계약분까지 가격 인상을 미리 확정하는 건 이례적이다.

이 같은 가격 인상은 8인치 파운드리 라인 공급 부족이 장기화한 탓이다. 완제품 제조사들이 아날로그 및 전력 반도체, 디스플레이 구동칩 등 8인치 파운드리 라인에서 생산되는 반도체 추가 생산을 요구하지만 업계 생산능력(캐파)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또 파운드리를 찾는 팹리스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파운드리 업체 관계자는 “현재 생산능력으로는 모든 고객(팹리스)을 받을 수 없다”면서 “팹리스 수요가 늘면서 파운드리 위탁생산 시장 가격 전반이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공급 부족 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팹 증설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 파운드리 입장에서는 부담이 크다. 일부 유휴 공간에 생산 장비를 추가할 수도 있지만 반도체 장비 가격마저 천정부지로 뛰고 있어 선뜻 구매가 어려운 상황이다.

반도체 장비 유통업체 관계자는 “8인치 반도체 장비의 경우 신제품 물량이 워낙 적다 보니 중고 장비마저 신제품 수준으로 가격이 뛰었다”면서 “지금 주문하더라도 납품을 받을 때까지 12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반도체 재고 지수 전망(자료=가트너)
<세계 반도체 재고 지수 전망(자료=가트너)>

파운드리 가격 인상은 칩과 함께 최종 완제품 가격 인상을 야기할 수 있다. 위탁생산 비용 상승으로 팹리스 업체가 칩 단가를 올리지 않으면 적자를 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팹리스 업체 대표는 “10여년 만에 반도체 칩 단가를 올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고객인 완제품 제조사가 이를 받아줄지는 모르겠지만 위탁생산 가격 인상을 반영하면 칩 단가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내년까지 파운드리 위탁생산 가격이 인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파운드리 팹 증설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당장 반도체 공급 부족과 위탁생산 가격 인상을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트너는 8인치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내년 2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