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크, 반도체 연마 CMP 소재 한국서 직접 생산…글로벌 소부장 '한국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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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크, 반도체 연마 CMP 소재 한국서 직접 생산…글로벌 소부장 '한국화' 계속된다

독일 머크가 반도체 웨이퍼를 연마, 평탄화하는 화학적기계연마(CMP) 소재를 한국에서 직접 생산한다. 핵심 소재 연구개발(R&D)에 이어 생산까지 한국에서 진행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부 테스트용 소재 판매를 시작으로 곧 대량 양산 체제를 구축, 국내 반도체 기업에 공급할 계획이다.

이는 급증하는 국내 CMP 소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으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에 직접 진출하려는 시도가 확산하는 또 하나의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국머크는 지난해 6월 경기 평택시 송탄산업단지에 개소한 한국첨단기술센터(K-ATeC)에 CMP 소재 R&D뿐만 아니라 양산까지 가능한 설비를 구축하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한국머크 관계자는 “CMP 소재는 기존에 해외에서 전량 수입해 판매·유통했는데 지난해 K-ATeC 개소 이후 탱크 등 관련 설비를 확충하고 있다”면서 “K-ATeC에서 CMP 소재 연구와 생산을 동시에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머크는 일부 테스트용 소재를 국내 반도체 업체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본사와 협의해 곧 대량 양산 체제를 가동할 예정이다. 생산 규모는 아직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CMP는 반도체 웨이퍼 회로를 평평하게 하기 위한 연마 공정을 의미한다. 웨이퍼와 패드 사이에 CMP 슬러리 등 소재를 넣고 회전시키며 연마한다. 머크는 지난해 CMP 슬러리와 CMP 공정 후 웨이퍼를 씻어 내기 위한 포스트 CMP 세정 소재를 연구하기 위해 350억원을 투자해 K-ATeC를 설립했다.


머크의 반도체 CMP 소재 연구개발(R&D)과 생산 거점이 될 K-ATeC (앞쪽 흰색 건물)
<머크의 반도체 CMP 소재 연구개발(R&D)과 생산 거점이 될 K-ATeC (앞쪽 흰색 건물)>

머크가 K-ATeC에서 직접 CMP 소재 양산까지 준비하는 건 급증하는 국내 수요에 대응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CMP 소재는 국가나 반도체 제조사마다 요구하는 물성이 다르다. 이러한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현지 개발뿐만 아니라 생산 체계까지 확보해야 시장 대응에 유리하다. 수입하는 것보다 안정적이고 신속한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고객의 물성 변환 등 요구 사항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K-ATeC R&D 조직과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K-ATeC는 개소 이후 국내 고객사에 맞춰 제품 개발과 연구 인력을 조정하고 있다. 여기에 CMP 소재를 국내에서 직접 만들 경우 소재 개발부터 생산까지 고객 맞춤형 원스톱 공급망을 확보할 수 있다.

머크가 CMP 소재를 한국에서 생산하기로 하면서 CMP 소재 시장에 직간접 영향이 불가피해졌다. 국내 업체 입장에서는 머크가 생산·유통 경쟁력을 강화하는 만큼 새로운 차별화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쇼와덴코도 한국에 CMP 소재 공장을 설립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머크 관계자는 “CMP 소재 국내 양산뿐만 아니라 액정표시장치(LCD) 테스트용 부품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를 생산하는 평택 포승 공장 증축도 이르면 올해 안에 완료될 것”이라면서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의 한국 내 직접 생산이 지속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셋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CMP 슬러리 시장 규모는 13억달러 수준으로 추산되며, 오는 2024년까지 연평균 6.2%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글로벌 소부장 업체들의 한국 현지화 전략은 지속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글로벌 장비업체 램리서치와 도쿄일렉트론(TEL)이 한국 R&D 및 고객 지원을 강화한 가운데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 등 차세대 소재 중심으로 미국·일본 업체들의 한국 직접 생산이 늘고 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