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시험인증 코트에도 '특급 세터'가 필요하다

김세종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원장
김세종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원장

124년 올림픽 역사에서 처음으로 연기된 '2020 도쿄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이 많았지만 올림픽 기간에 우리 선수들이 보인 열정과 투지, 승패와 관계없이 진심어린 우정을 나누는 모습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더없는 감동과 희망을 선사했다.

특히 우리 여자 배구팀은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동메달과 2012년 런던 올림픽 4강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인 4위에 올랐다. 비록 시상대에 서지는 못했지만 피땀 어린 노력과 뜨거운 동료애로 세계 강호들과 대등하게 맞선 아름다운 도전은 뜨거운 자부심과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우리 배구 대표팀 선수 12명은 뛰어난 기술과 실력은 물론 끈끈한 팀워크로 이른바 '꿀 케미'를 선사했다. 배구에서는 서브 전 수신호로 다른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내리는 '세터'를 볼 수 있다. 팀의 볼 배급을 도맡아 처리하면서 상황에 따라 최적의 공격 루트를 정하는 핵심 포지션이다. 배구 강국일수록 화려하게 보이는 공격수보다 '세터'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실제로 '세터' 역량에 따라 경기 승패가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산업을 배구에 비유하면 제품을 출시하고 수출하는 기업은 공격수, 기업 제품을 시험하고 인증하는 시험인증기관은 세터로 볼 수 있다. 공격수 역량이 아무리 뛰어나도 세터의 볼 배급이 정확하지 않으면 점수를 올리기 어렵듯 기업이 아무리 우수한 제품을 만들어도 국내외 시험인증 절차 없이는 출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들이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내 시험인증기관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하는 '특급 세터' 역할을 해야 하는 셈이다.

최근 국내 한 기업은 최소 주사 잔량 기술을 접목한 코로나19 백신주사기를 개발했다. 그러나 이를 방역 현장에 공급하고 수출하기 위해 필요한 시험성적서를 획득하는 데 큰 어려움을 치렀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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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의 공공 종합시험인증기관인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은 지난 55년 동안 축적한 모든 기술 역량을 투입해서 K-방역 의료기기 시험·심사를 최우선 지원했다. 그 결과 해당 주사기는 코로나19 백신 전 국민 접종을 위해 사용 승인을 받았다. 팬데믹 위기에서 국민안전 확보와 더불어 수출 확대에도 일조했다.

과거 시험인증은 국민이 사용하는 제품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최종 보루로 전통 수비수 역할을 담당했다. 현재는 국내외 표준 및 기술규제 정보 제공, 기업 수출 지원 컨설팅, 신제품 성능 검증, 국제표준화 활동까지 전방위에 걸친 산업기술을 촉진하는 '특급 세터' 역할이 더욱 강조된다.

인공지능(AI), 스마트공장, 자율주행,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안전 확보와 세계시장 선점을 위한 시험인증기관의 역할이 강조된다. 실생활에서 최첨단 융합 신기술이 국내외 표준·기준에 충족하는지를 입증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디지털표준 선도형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총력을 쏟고 있다. 우리 기술규격과 표준으로 산업·서비스 혁신을 선도하고, 모든 국민이 새로운 서비스를 안전하게 누릴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KTL은 △5세대(5G) 기술 시험 항목 △이차전지 △에너지저장장치(ESS) △자율주행 기술 및 재료·소재 분야 등 국제표준화 활동에 참여해 'K-기술역량' 위상 제고와 함께 미래 신산업 시험평가 인프라 구축에 노력하고 있다.

또 세계 55개국 152개 시험인증 관련 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한편 우리 기업 대상의 맞춤형 규제 정보 제공, 현장 컨설팅 서비스 등 수출 진흥 뒷받침에도 힘쓰고 있다.

KTL은 미래 기술표준 선도 기관으로서 정부 정책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은 물론 우리 기업의 혁신을 전방위로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시험인증 강국으로 발돋움하도록 국가대표 '특급 세터'의 소임을 다할 계획이다.

김세종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원장 sejongkim@ktl.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