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0309번 효자동 버스

국민의힘 대선 경선 버스가 출발했다. 종점은 효자동, 운전사는 36세 당 대표 이준석이다. 승객은 가득 찼다. 실내 공기는 여느 마을버스와 사뭇 다르다. 일단 소란스럽다. 승객 간 대화 주제도 다양하다. 역선택 방지조항을 넣자, 말자 하는 말다툼이 벌어진다. 뒷좌석에서는 '두테르테'도 등장한다. 칼잡이 논란으로 이어진다. 라디오에서는 '배신자여, 배신자여…' 가수 배호의 노래가 흐른다. 운전사 역시 독특하다. 승객 불만에 맞대응한다. 버스의 최대 강점인 정시성과 안전이 위협받는다. 순항할 수 있을까.

'학력고사 vs 학종' '사법고시 vs 로스쿨' 등 어느 것이 공정한가. 사람마다 생각과 판단은 다를 수 있다. 이번에는 응답 모수를 2030세대로 좁혀 보자. 아마도 전자를 택하지 않을까. 돈 없고 배경(back) 없이도 본인이 열심히 한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아빠 찬스' '엄마 찬스'에 기대지 않는다. 개개인의 능력으로 도전하고 승부를 결할 수 있다. 이것이 대선을 불과 6개월 앞둔 지금 2030세대의 공정이다. 그들은 이른바 '기회의 공정'에 목말라 한다. 폐쇄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본능이다.

36세의 젊은 정치인이 제1야당 대표가 됐다. 한국 정치사에 이정표가 세워졌다. 원동력은 무엇인가. 불공정에 대한 반발이었다. 정권교체를 향한 전략적 판단도 작용했다. '이준석 현상'은 정권교체·정치교체·세대교체의 결정체다. 국민의힘 지지자는 물론 상당수의 국민이 0선의 야당 대표를 선택했다. 남녀노소 모두 실력과 능력주의를 강조하는 이준석을 대한민국 제1야당 대표로 만들었다. 2030세대에게는 본인 실력으로 정치적 사다리를 타고 당수가 되는 절차가 공정이었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빽' 없으면 어둠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대리만족이었다.

[데스크라인]0309번 효자동 버스

이준석 현상은 야권 지지층의 전략적 선택이었다. 2022년 3월 9일을 기약하는 약속이었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야권 지지자는 당 대표 이준석과 야당 대선 후보 '홍길동'을 필승조로 선택했다. 이준석 대표는 2030세대의 마음을, 야권 최종 대선 후보는 전통적 지지층인 50대 이후 세대 공략이라는 임무가 주어졌다. 관전 포인트는 MZ세대 표심이 내년 대선의 최대 승부처라는 점이다.

우리 국민의 정치의식과 수준은 매우 높다. 과거처럼 '지역감정'에도 휘둘리지 않고, '북풍'에도 단련됐다. 이른바 공작(?)에 내성도 생겼다. 바꿔 말하면 이준석 지지 현상을 잘 해석하고, 전략을 잘 수립하는 승객이 최후에 살아남는다. 야권 지지층, 특히 2030세대의 시선에 버스 운전사 이준석의 몰락은 정권교체 실패로 귀결된다. 불공정 사회 지속으로 받아들여진다. 2030세대의 눈에는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힘 모두 기득권 정당으로 비친다. 이들에게 진보와 보수라는 이데올로기나 진영 논리는 중요치 않다. 젊은 세대를 대변하지 못하고 기득권을 양보할 의사도 없는 '라떼 세대'일 뿐이다.

이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의심되는 지역 개발 공약 정책보다는 스마트폰에 익숙한 '포노 사피엔스' 맞춤형 공약 개발이 필요하다. 내년 20대 대선에서는 2030세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자가 효자동 버스에 오를 개연성이 짙다. 이들 눈에 이준석에게서는 공정을 대표하는 동일화가 일어난다. 감정이입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이다. 이준석 현상을 이해하는 후보가 효자동행 국민의힘 경선버스에서 제일 마지막에 내릴 것이다.

김원석 정치정책부 부장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