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칼럼]중기부, '중고차 시장 개방' 소비자 입장에서 판단해야

김필수 대림대 교수
김필수 대림대 교수

중고차 분야의 대기업 진출 여부를 결정하는 중고차매매산업발전협의회가 활동을 종료했다. 3개월의 한시성 기간 협의를 진행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이미 1년 이상을 협의해 온 가운데 양측이 목적이나 결론 입장은 잘 알지만 실질적 상생협력안은 도출하지 못해 아쉽다. 물론 중고차 매입 방법이나 신차 딜러권 등 도저히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내민 중고차 단체에 대한 책임이 무엇보다 크다.

필자는 좌장으로서 합의안 도출과 진행을 맡았지만 역부족이었다. 양측에 실질적 상생안 마련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미래에 대한 전향적 준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수차례 강조했다. 시장 상황을 검증할 기관 설립 등에 대해서도 양측에 제안했다. 해당 기관을 통해 투명성 있는 시장 검증은 물론 이전에 언급한 각종 부조리를 개선하는 임무를 수행하자고 했다. 그러나 협력안 도출 실패로 모두 실현되지 못했다.

서로가 협력안 도출에 필사적이고 절실해야 했지만 중고차 단체는 처음부터 도출에 대한 의지가 없었다. 협의 기간을 길게 끌며 대선까지 간다는 전략이었기 때문에 도출은 더욱더 어려웠다. 합의안 도출 시점에 새로운 조건을 내밀면서 회의 속개를 주장했다.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결국 최종 결정은 중소벤처기업부 심의위원회로 넘어갔다.

국내 중고차 분야는 약 30조원 시장으로 매머드급 규모다. 시장 규모는 신차보다 크지만 거래 방식은 구시대적이라는 게 문제다. 허위·미끼 매물이나 허위 당사자 거래 문제, 성능 점검 미고지 등 각종 부조리로 점철된 시장이다. 과거보다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 다른 분야에 비해서는 가장 낙후돼 있어 소비자 피해 사례가 여전히 많다.

그동안 개선 노력을 하지 않은 정부 책임도 크지만 중고차 업계의 자정 노력도 매우 부족했다. 소비자 단체의 개선 요구가 거센 이유도 이 때문이다.

중고차 업계는 완성차 업계의 진출만 반대, 형평성 지적도 이어져 왔다. 이미 대기업인 엔카닷컴이나 케이카 등의 진출은 물론 대부분의 수입차 업체도 딜러사를 통해 인증 중고차 사업을 진행해 왔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새로운 비즈니스는 물론 신차와 중고차의 리사이클링 효과를 고려, 인증 중고차 사업을 시작하려는 움직임이 예전부터 있었다. 중고차 시장을 더욱 키우고 소비자 신뢰가 높은 시장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라도 시장 변화는 당연히 필요하다.

특히 이번 협력안 도출은 단순히 완성차 업계의 상생안뿐만 아니라 더욱 무서운 플랫폼 대기업의 무분별한 진출을 막는 효과도 컸다. 플랫폼 대기업은 문어발식 사업 진출에 힘입어 골목상권으로 진입하고 있다. 이미 여러 시장은 플랫폼 대기업 진출에 따른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고차 시장도 앞으로 무사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공은 중기부로 넘어갔다. 이보다 앞서 동반성장위원회는 중고차판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대해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중기부가 내릴 수 있는 결정의 폭은 매우 좁아 보인다. 특히 소비자 선택권의 다양화 측면에서 시장 개방 요구가 큰 만큼 더욱 고민일 것이다. 물론 전면 개방보다는 지금까지 진행해 온 협의회 과정을 참조해도 좋을 것이다. 제대로 된 판정으로 중고차 시장의 주인인 소비자 중심의 결론을 도출하길 바란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 autocultur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