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박주봉 중기 옴부즈만 "적극행정으로 규제 혁파, 신사업 길 열어줘야"

“시대와 기업 환경이 빠르게 변하면서 플랫폼 기반의 다양한 신산업이 등장하고 있지만 정부 규제와 기존 산업의 주체들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심판이 아닌 중재자로서 역할을 수행하면서 적극행정으로 기업들에 신사업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박주봉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중소기업의 규제 암행어사로 불린다. 국무총리로부터 임명되어 현장을 누비며 중소기업이 겪는 각종 규제와 애로사항을 접수한다. 박 옴부즈만에게 접수된 중소기업인의 목소리는 각 부처로 전달된다. 그를 통해 각 부처로 전해진 중소기업인의 목소리는 곧 제도 개선으로 이어진다.

게임 셧다운제 폐지, 생맥주 배달 허용 등은 옴부즈만이 수년간 담당 부처에 제도 개선을 건의한 끝에 이룬 성과다. 이렇게 그는 지난 3년간 1만4000여건에 이르는 크고 작은 규제를 처리했다. 박 옴부즈만은 지난 2월 제5대 옴부즈만에 연임했다. 그는 25년 전 덤프트럭 한 대로 시작해 대주·KC그룹을 매출 1조원이 넘는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기업인으로서 경험이 아직 생생하게 남아있는 만큼 기업의 절박한 목소리를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게 그의 강점이다.

박 옴부즈만은 “이미 1만건이 넘는 규제를 처리했지만 같은 기간 또 1만5000건 규제가 또 신고됐다”면서 “하루에 적어도 한 곳 이상의 중소기업을 반드시 만나 정부와 공무원에게 중소기업인의 어려움을 생생하게 전달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 현장과 가장 가까이서 중소기업인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그에게도 비대면으로 대표되는 산업환경 변화는 큰 고민거리 가운데 하나다. 박 옴부즈만은 “정부와 공무원이 적극행정에 나설 수 있도록 기업인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하는 것이 옴부즈만의 존재 이유”라며 규제 혁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창간특집]박주봉 중기 옴부즈만 "적극행정으로 규제 혁파, 신사업 길 열어줘야"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지 반년 정도 지났다. 첫 임기 당시와 규제 환경이 많이 달라졌나.

▲규제개혁은 끝이 없는 것 같다. 규제 하나 해결하면 또 하나 규제가 생긴다.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같지만 그렇다고 멈출 수도 없다. 2018년 옴부즈만 부임 이후 총 1만4000여건 규제를 처리했지만 같은 기간 동안 1만5000여건의 규제가 또 신고됐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활성화 수단으로 규제개혁이 강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임 정권보다 개선실적이 좋다고 본다. 장·차관 등 고위 관료는 물론이고 현장이나 간담회에서 만나는 실무진급 공무원들도 규제개혁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대안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규제개선 환경은 많이 좋아졌다. 중소기업의 경영환경도 나아질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규제 해결 사례가 있다면.

▲지난해에만 총 157회의 현장 소통을 실시했다. 불합리한 규제 사항을 없앤 것만 2103건에 이른다. 소통 횟수로는 2.1배, 규제애로 철폐 건수로는 약 2.7배가 늘었다.

현장에서 접수되는 사례는 대부분 특별한 사례가 있다기보다 어떤 유형이 있다고 보는게 맞는 것 같다. 특히 새로운 산업에서 규제가 완전히 공백인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미래 신성장산업이라고 육성을 하고 있지만 정작 규제가 없거나, 기존 규제로 인해 사업을 확대할 수 없는 경우를 많이 본다.

이런 사례가 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경우다. 바다로 버리는 육상양식장의 해수를 이용해서 소수력발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여기에 안전관리자 선임하도록 규정이 정해져 있더라. 이렇다 보니 수익이 창출되지 않아서 보급 확대가 어려웠다.

그런데 정작 유사한 대체 에너지원인 태양광 발전설비는 안전관리자 상주 의무가 없었다. 사실상 소수력발전설비는 태양광발전만큼이나 안전성이 확보된 설비다. 하지만 이런 부분에 대한 규제가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다 보니 발생했던 문제다. 결국 저희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드리게 되면서 최근 국회 소위원회에서 개정 법률안을 논의하게 됐다.

[창간특집]박주봉 중기 옴부즈만 "적극행정으로 규제 혁파, 신사업 길 열어줘야"

-최근 기업 경영환경이 더욱 빠르게 바뀌고 있다.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느끼는 어려움은 더 큰 것 같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정도는 어떤가.

▲체력이 부족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자영업자는 정말 어려워한다. 최근 경제환경 변화에서 가장 큰 요인은 코로나19다. 알다시피 정부 방역지침이 개인 간 모임 자제에 집중되어있다 보니 소상공인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

최근 간담회에서는 한 소상공인 울면서 도와달라 읍소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먹먹하다. 국무총리와 주요 당국자에게 소상공인의 절절한 요청이 담긴 영상을 보여주고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호소할 생각이다.

중소기업들은 수출 절차가 어려워졌다고 호소한다. 특히 출입국이 막히면서 외국인 바이어와의 미팅이 불가능해져 제품 홍보나 판매 협상이 지지부진해지고 있다고 한다.

제조업과 1차 산업은 외국인 근로자 부족을 호소한다. 전반적으로 자금이나 인력까지 체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더 어려워졌다.

물론 많은 기업과 국민들은 아직 체감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 앞선 정부보다 이번 정부에서 훨씬 더 많은 부분에서 규제를 혁파했지만 체감이 안된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비대면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젊은 창업자들이 간담회와 현장에서 새로운 규제 개선을 위한 의견을 자유로이 주장하는 것을 보면서 경제위기 극복의 희망을 본다.

-생맥주 배달 허용부터 게임 셧다운제 폐지 등 많은 의견 냈다. 비대면 시대 규제 환경 지금과 달라야 한다는 목소리 크다. 반드시 없애야 할 규제가 있다면.

▲신사업 분야 규제가 가장 대표적이다. 시대와 기업 환경이 변하면서 플랫폼 기반의 다양한 신산업이 등장하고 있는데 현행 규제와 그를 따라는 기존 산업 주체들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적극행정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창업기업 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규제다. 규제에 막힌 창업기업은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 아무리 좋은 상품이 있어도 꽃을 피워보기 전에 쓰러져버리는 경우가 많다.

최근 로톡, 직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벌어지는 신산업과 구산업의 갈등도 그렇다. 규제개혁의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미래 먹거리인 신산업을 육성하면서 기존 산업도 보호해야 하는데 이 둘을 잡기란 매우 어렵다. 최종 고객인 소비자까지 고려하면 더 풀기 어려운 고차방정식이 된다. 개인적으로 정부는 중재자가 되어야지 심판이 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다음은 산업간 갈등 문제다. 정부는 중재자로서 과도한 갈등 발생과 불법행위 등을 방지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정부가 중재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규제샌드박스 같은 제도를 활성화하는 데도 심혈을 더욱 기울여야 한다.

결국 소관 부처나 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 규제를 해결하고 그 이후에 시장에 맡겨야 한다. 결국 소비자가 선택할 것이다. 다만 신산업이 창출된 이후에 뒤처지는 산업에 종사하는 국민에 대해서도 세심하게 살피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창간특집]박주봉 중기 옴부즈만 "적극행정으로 규제 혁파, 신사업 길 열어줘야"

-산업환경 바뀌면서 전통 제조 분야 종사하는 중소기업의 고민이 특히 크다.

▲중소기업 사장 대부분은 이제 50대를 훌쩍 넘는다. 중소기업 사장 대부분은 서비스업보다는 제조업체다. 그렇게 한 단계 한 단계 성장해 온 분들이다.

최근 디지털 플랫폼부터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기업 환경이 급격하게 바뀐다. 그 세대들은 전혀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준비가 미흡한 점이 많다. 자연스레 그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지금까지 제조업으로 우리나라 발전에 기여했는데 이제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 벤처기업에만 신경을 쓰고 스타트업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불만이다.

물론 벤처기업도 중요하고 스타트업도 중요하고 플랫폼도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기존 중소기업인의 사기를 꺾지 않는 일도 중요하다. 그들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지금 가동되고 있는 공장이 멈추지 않고 잘 돌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

-전통 제조업체의 가장 큰 고민은 어떤 것이 있나.

▲아무래도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는 주52시간 근무제에 대한 문제다. 주52시간 제도 시행을 일괄적으로 하지 말고 신축성 있게 도입하자는 것이다. 물론 저 역시도 일리가 보고 있다고 여기고 있다. 그래서 의견을 수렴해 경제부처에 전달하고 있다.

또 하나는 탄소중립 문제다. 얼마 전에 국회를 통과된 법에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 35%를 감축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그렇게 되려면 어마어마한 비용이 소요된다. 대기업도 지나친 목표라는 말을 한다. 중소기업은 더 어렵다. 2030년까지 이제 7년 남았다. 아무리 준비해도 목표를 맞추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어떤 규제이건 간에 몸을 풀 시간을 주고 뛰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주52시간 근무제, 탄소배출권 문제는 준비 운동조차 시간을 주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다. 몸 풀 시간 주지 않으면 쓰러질 수 밖에 없다.

지금 기업인의 사기가 너무 꺾여 있다. 물론 탄소중립, ESG 등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요구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함께 성장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다만 정부도 일정한 기준을 정한 규제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인센티브도 고민해봐야 한다.

[창간특집]박주봉 중기 옴부즈만 "적극행정으로 규제 혁파, 신사업 길 열어줘야"

-규제 혁파가 되지 않는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공무원이 바뀌어야 확실히 규제를 없앨 수 있다. 예컨대 공무원이 규제를 풀어서 경제에 도움이 됐다면 사무관을 서기관으로 과감하게 승진시키는 식으로 과감한 인센티브를 줘야한다. 물론 지금도 규제를 철폐한 공무원에게 상도 주고 훈장도 준다. 하지만 아직도 소극적이다.

고민해보니 공무원에게는 감사가 가장 무서운 것이기 때문이다. 처벌 위주의 감사보다는 지도 위주의 감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감사원법을 개정해 공무원들이 좀 더 과감히 규제 철폐를 할 수 있게 돕는 게 어떨까 한다.

그리고 공무원과 정부는 새로운 사업을 하고 싶어한다. 사실 무언가 대책이 발표된 이후에는 관리하는 사람이 없다. 이런저런 사업을 새로 만들어 열심히 하다가도 조금 지나면 기업인의 불편을 전혀 들어주지 않는다. 고질적 문제다.

처음 시작할 때만 장관이나 정치인이 가서 박수치고 끝나지 나중에는 흐지부지한 경우가 많다. 그런 점이 상당히 안타깝다. 이런 부분에서 기업과 정부가 시각 차이가 참 크다고 본다.

그래서 옴부즈만 부임 이후 제가 가장 집중한 일도 민원이 들어오면 바로바로 회신을 하도록 한 것이다. 공무원들은 잘 움직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 실질적인 권한을 많이 갖고 있지만 자꾸 시간을 끈다. 정권은 바뀔 수도 있지만 공무원들은 그대로 있다 보니 더욱 그렇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간을 끌지 않고 바로바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무원들이 좀 더 적극행정을 위해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유인책 있을까.

▲늘 강조하지만 공무원의 소극적인 모습이 가장 큰 문제다. 공무원은 감사가 가장 큰 두려움이다. 적극행정이나 규제개혁을 요구 받으면 차후 감사에서 지적을 받지 않을까 고민하게 된다.

실제 한 지자체 공무원은 규제개혁으로 인한 표창과 이로 인한 감사 징계를 동시에 받았다. 그래서 제가 면책건의를 해서 구제했다.

공무원이 적극 행정만 해줘도 중소기업은 숨통이 트인다. 최근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가 원자재 가격상승을 감안해 계약단가를 조정하도록 관련 기관에 공지했다. 이걸로 인해서 기업의 숨통이 트였다고 하더라. 저도 수차례 건의했다.

중소기업 옴부즈만에는 규제개혁을 위한 두 가지 독자적 권한이 있다. 하나는 공무원의 규제개혁 업무에 대한 적극행정 면책건의 권한이고 다른 하나는 규제개선을 이행하지 않는 기관에 대한 이행권고 권한이다.

일종의 당근과 채찍이다. 올해도 면책건의를 적극적으로 할 계획이다. 이미 중앙부처와 지자체, 공공기관에 대상자가 있는 지 여부를 제출하도록 요청했다.

또 최근 국회에서는 중소기업 옴부즈만의 이행권고 및 공표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중소기업기본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옴부즈만으로부터 이행권고를 받으면 반드시 30일 이내 이행여부를 회신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올해 회신받은 불수용 과제 몇 건도 이행권고를 검토하고 있다. 고유 권한을 적극 행사해 규제개혁 성과가 나오도록 열심히 하겠다.

[창간특집]박주봉 중기 옴부즈만 "적극행정으로 규제 혁파, 신사업 길 열어줘야"

○박주봉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박주봉 중소기업 옴부즈만(차관급)은 기업인 출신이다. 전라남도 장흥 출신으로 1988년 인천을 기반으로 대주개발을 창업해 KC·대주중공업 등을 주력 회사로 철강, 물류, 화학, 자동차·항공, 건설·에너지 등 분야에서 15개 계열사를 둔 중견기업으로 키워냈다.

한국철강구조물협동조합 이사장을 15년간 지냈고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한국소년보호협회 이사, 동북아평화경제협회장,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등을 맡아 활동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