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총재, 추가금리 인상 시사 "예상 경기흐름 이어지면 고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온라인 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온라인 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내달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추가인상 가능성이 있다고 시사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2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회의 직후 개최한 온라인 간담회에서 “지난 8월 회의에서 국내 경제가 양호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높은 물가상승 압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었다”며 “경기흐름이 이같은 예상대로 계속 이어진다면 다음 회의에서 대내외 여건 변화가 경제금융 전반에 미치는 영향과 금융불균형 상황을 고려해 추가 금리인상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최근 유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국내 소비자물가가 오르는 상황에 대응하려면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국제유가(두바이유)는 배럴당 평균 7월 73달러, 8월 68.9달러, 9월 72.2달러였으나 10월 1~11일 79.1달러로 크게 상승했고 11일 기준 82.1달러로 뛰었다. 멕시코만 원유 생산시설이 허리케인 피해로 복구가 지연되고 있고 일부 OPEC 국가에서 생산 차질이 겪으면서 공급 제약이 발생했다.

그는 “유가가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에너지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더 오른다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 전망치를 상회할 수 있다”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2% 중반대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비자물가는 석유류와 서비스 가격 오름세 영향으로 지난달 2.5%를 기록해 3개월(7~9월) 연속 2% 중반대를 유지했다.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율은 8월 1.3%에서 9월 1.5%로 올랐다.

이 총재는 “지난 8월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실물경제가 크게 영향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기준금리 인상 후에도 실질기준금리, 금융상황 지수 등 여러 지표에 따른 금융여건은 여전히 완화적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금융불균형이 상당폭 누적됐고 지속 이어진데다 금리 외에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만큼 한 차례 금리 인상만으로는 정책 효과가 당장 가시화되기는 어렵다고 봤다. 통화정책 외에 거시건전성 정책, 주택 관련 정책 등을 일관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회의에서 금융통화위원 7명 중 임지원·서영경 의원이 소수의견으로 금리인상을 제시했다. 두 위원 모두 0.25%포인트 인상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한국은행은 수출과 설비투자가 견조한 흐름세를 보였고 코로나19 재확산 영향으로 둔화한 민간소비가 다시 회복되는 등 국내 실물경기가 양호한 회복세를 이어갔다고 분석했다. 백신 접종과 이에 따른 경제활동 확대, 추경 집행 등으로 민간소비가 점차 개선돼 국내 경제가 지속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GDP 성장률은 지난 8월 전망한 4% 수준으로 예상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