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조업계가 반도체 수급난 극복을 위해 '제품설계 변경'이라는 고육지책 카드를 꺼내 들었다. 주력 제품에 탑재할 첨단 반도체를 범용 제품으로 전환해 생산체계를 유지하는 한편 반도체 수급난 장기화에 대비한다.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닛산자동차는 최근 브레이크와 속도계를 제어하는 기판 설계 변경에 착수했다. 그동안 특수 마이크로컴퓨터 반도체 하나로 구현한 기능을 2종류 이상 범용 제품으로 확대 전환한다. 현재 주요 반도체 제조사가 급증하는 수요에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산업설비 등에 사용하는 범용 반도체로 주요 기능을 대체하는 게 핵심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특수 반도체 하나만 사용하는 상황에서 수급이 끊기면 자동차 생산이 멈춘다”면서 “복수 반도체를 사용하면 생산체계 병목이 발생하지 않는다. 범용제품 공급이 늘어나면서 비용도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통상 자동차에는 평균 400~500개 반도체를 사용한다. 닛산은 우선 이 가운데 10%가량을 전환할 계획이다. 스즈키, 마쓰다, 스바루 등 다른 일본 완성차 제조사들도 확보하기 쉬운 반도체를 사용하기 위해 일부 설계 변경을 시작했다.
세계 각국 완성차 제조사는 2020년 말부터 시작한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생산차질을 빚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오토포케스트에 따르면 올해 세계 자동차 생산차질 규모는 총 1015만대 로 추산된다. 각 제조사는 감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반도체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지만 녹록지 않다. 테슬라 등 일부 제조사는 최근 USB포트 등 특정 반도체가 필요한 기능을 제외한 차량을 출고하기도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자동차 업계에서는 반도체 공급난이 2022~2023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견해가 일반적”이라면서 “(자국 완성차 제조사가) 설계 자체를 바꾸는 근본적 대책으로 중장기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설계 변경 움직임은 일본 내 다른 제조업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후지쓰 가전 자회사 후지쓰제너럴은 상대적으로 조달이 쉬운 반도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에어컨 기판 설계를 변경한다. 다양한 모델에서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부품을 적용해 반도체 구매 종류를 줄인다. 반도체 장비 전문업체 디스코는 장비마다 50종가량 사용하는 제어용 반도체를 4종으로 줄이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