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메타버스, 공간정보를 품다

[미래포럼]메타버스, 공간정보를 품다

'메타버스가 공간정보를 품는다'는 제목에 대해 의혹을 제기할 독자도 많을 것이다.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결합해 탄생한 '메타버스'(metaverse)라는 개념은 이미 3차원 가상공간으로 만들어진 세상을 지칭하는 것인데 왜 굳이 새삼스럽게 공간정보 이야기를 꺼내는지 의아해 할 수도 있다.

맞는 지적이다. 메타버스는 공간을 근간으로 한다. 가상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 현실과 유사한 각종 객체를 담아 세계를 만든다. 공간 안에서 사용자 분신인 아바타들이 활동한다. 시스템 내에 미리 제작된 공간을 이동하고, 자신의 공간을 스스로 만들고, 물품을 거래하거나 홍보하고, 관심사별로 교제하고, 모임이나 집회도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 활동을 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적 기반이 마련됐다는 사실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여러 트렌드 전문가들은 콘택트(contact)가 아닌 언택트(untact) 시대의 도래를 예견해 왔으며, 난데없이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는 이러한 비접촉 현상을 세계적으로 더 부추겼다. 단순히 온라인 세상 속에서 일상을 기록하고 방명록을 남기던 싸이월드 홈을 넘어, 상상으로 만들어진 3차원 공간을 이동하며 아바타를 통해 재미 삼아 제2의 삶을 만들어 보던 세컨드라이프를 넘어,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우리 주변에 숱하게 출현하는 온갖 몬스터를 포획하던 포켓몬고를 넘어 이제는 온라인에서의 행위가 오프라인에서 결과로 이뤄지고 오프라인에서의 활동이 온라인으로 옮겨져 담기는 진정한 메타버스 세상이 열렸다. 마치 영화 '매트릭스'에서 익히 본 어느 세상이 현실인지 알 수 없는 세상이 서서히 도래한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로 플랫폼을 기반으로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메타버스 안에 이제껏 필요에 따라 상상으로 만들어진 가상공간은 점점 현실 공간을 모사(模寫)하기 시작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간 경계 구분 의식이 희미해진 사용자는 온라인 세상 속에서 현실 세상을 쉽고 편하게 느끼고자 하는 욕구를 보인다. 단순한 재미를 넘어 생활 일부로 비중 있게 자리매김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상상의 가상공간으로만 여기는 것이 아니라 현실감 넘치고 몰입감을 강조하고 자신과 일체감을 갖는 메타버스 공간으로 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디지털 트윈을 통해 추구하던 현실 세계 형상의 모사 및 현상 전이를 넘어 현실에 대한 가상 체감 참여형으로 확대되는 결합공간을 만들어 갈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 실물경제에 준하는 경제활동이 곁들어지면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일상으로 변모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실 세계의 상황이 메타버스 내에서 실존하며, 메타버스 내에서의 행위가 현실 세계에서 결과로 나타날 미래는 공상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가상과 현실이 상호작용을 통해 함께 진화하고 그 안에서 온갖 경제활동, 사회현상과 개인 생활이 광범위하게 펼쳐질 날이 머지않았다. 메타버스는 더이상 호접몽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메타버스는 현실 공간정보를 품고 한계를 넘어서서 창조되는 또 하나의 현실적인 공간이 됐다.

메타버스는 생태계를 꾸려가고 있다. 흐름은 민간에서 기술을 주도하고 정부에서 이를 지원하는 형태를 취한다. 정부 차원에서도 지난해 말 '가상 융합경제 발전 전략'을 수립하며 가상융합기술이 가져올 경제활동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디지털 뉴딜 2.0의 신규 핵심 과제로도 초연결·초실감 신산업 육성 분야로 메타버스를 포함했다. 올해 5월에는 메타버스 얼라이언스를 출범시켜 산업체와 협회·기관이 참여한 협력체를 조직해 운영하고 있다. 이는 프로젝트 그룹별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관심과 지원이 일시적이거나 편중되지 않고, 지속성과 보편성을 담보할 수 있기를 바란다. 기술이 앞서 나갈 때 정책과 규정이 발목을 잡던 과거 사례를 반면교사로 봐야 할 시점이다.

김학성 웨이버스 대표이사 hskim@wav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