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IP 외치는 한국 게임사들

지식재산권(IP). 대한민국 게임사 대표라면 IP라는 단어를 하루에 한 번 이상 쓰고 있는 것으로 단언할 수 있다. 오죽하면 내 키보드를 '아이'만 써도 '지식재산권(IP)'이 자동완성되게 해 놓았을까.

한국 게임업체는 게임 축이 지난 2014년 모바일 게임으로 옮겨간 후 IP 확장과 확보에 공을 들였다. 선택과 집중으로 추세가 전환된 지금도 유효하다. 기존 이용자를 유지하고 새 이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이정헌 넥슨 대표의 “슈퍼 IP 10종 발굴”,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리니지M·블레이드앤소울2는 다른 IP”,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창업자의 “글로벌 IP 명가로 성장”과 같은 발언이나 김정주 넥슨 창업자가 넥슨을 시장에 내놨을 때, 방준혁 넷마블 의장이 엔씨소프트와 넥슨 경영권 분쟁에서 백기사를 자처했을 때, 송병준 컴투스홀딩스 의장이 그룹 전체를 아우르는 협업을 발표했을 때,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이 '펍지 유니버스'를 강조하는 것 모두가 IP의 중요성을 말해 준다.

IP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덕에 웹툰, 웹소설, 영화, 캐릭터, 방송, e스포츠 등 사업이 다양하게 전개된다. 그런데 이렇게 열심히 하는 IP 사업이 크게 가슴에 직접 와 닿은 적은 많지 않다. 단순한 후속작 나열이나 의미 없는 웹툰, 웹소설, 방송 크로스 오버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몇몇의 IP 프랜차이즈를 보면 어떤 게임 스크린 샷인지 헷갈릴 정도다. 굳이 게임 이름을 빌려 와야 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의 특징 없는 이야기가 태반이다.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흥행에 성공한 '아케인'을 보자. 아케인은 라이엇게임즈 '리그오브레전드'(LoL) 기반 애니메이션이다. LoL이 이야기로 하는 게임은 아니다. 세계관도 설정도 이리저리 바뀌고, 충돌하는 게임이다. 그럼에도 5년을 투자해서 스토리텔링을 잘한 덕에 관심은 게임으로 향했다. 기자 같은 장기 휴면 이용자뿐만 아니라 게임을 모르는 이용자도 게임을 할 수 있게 했다.

IP의 힘이다. 이용자를 움직이게 하는 힘, 이어 가게 하는 원동력이다. '득템' '공성전' 'PvP' 재미라고 아무리 이야기해 봐야 새로운 이용자를 갑자기 게임으로 끌어들이기는 어렵다.

우리 게임도 이런 한방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런 IP가 없는 것도 아니다. '리니지W' 광고 마냥 그렇게 내세우는 혈맹 간 끈끈한 정이라든지 라인전 긴장감 같은 것을 전달할 역량이 있다. 지금까지 쌓아 온 이야기로 '왕좌의 게임' 같은 장편도 만들 수 있다.

물론 손에 꼽는 글로벌 기업도 어려워하는 일이다. 그래도 게임 쿠폰을 넣은 상품을 팔거나 틀에 박힌 판타지 웹툰화보다 더 큰 부가가치와 이용자 유입은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