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탄소중립으로 가는 길

전항배 충북대 환경공학과 교수
전항배 충북대 환경공학과 교수

세계가 앞다퉈 탄소중립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탄소중립'(Carbon Neutral)이란 자연·경제활동 등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CO₂) 양만큼 포집·저장해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실질적인 증가량을 '0'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다. 또 하나는 포집해서 사용하거나 없애는 것이다. 배출량을 줄이는 방법은 간단하다. 화석연료 사용을 원천 금지하면 된다.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전기차·수소차 보급을 위해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책정한다거나 태양전지·풍력발전 확산에 치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독일은 2019년 전체 전력량의 40%를 재생에너지에서 생산했고, 이는 석탄과 원자력 생산량을 합친 양과 같다. 재생에너지 중 육상풍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16.8%, 바이오매스(폐기물) 8.3%, 태양광 7.7%, 해상풍력 4.1%, 수력 3.1% 등이다. 바이오매스는 농업·산림 부산물 등 바이오매스로부터 생산하는 발전 비중이 7.4%에 달하고, 유기성 폐기물로부터 생산하는 발전량은 0.9%다.

반면 한국은 같은 시기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13%며, 이 중 태양광 비중이 8.71%로 절대적으로 높다. 풍력 1.3%, 매립가스를 포함한 바이오매스 0.78%, 수력 1.3%에 소수력·연료전지 등이 0.91% 정도다.

독일의 재생에너지와 비교해 보자. 한국의 태양광 비중은 독일을 앞섰지만 육상·해상 풍력과 바이오매스 비중은 낮다. 남한의 인구밀도(2019년 기준)는 ㎢당 515명으로 독일(229명)의 2.24배다. 게다가 남한의 평지 비율은 37.0%인데 독일은 66.7%라는 점을 감안할 때 국내에서 태양광, 육상풍력 전력 비중을 더 높이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높은 인구밀도와 산지 비중을 최대한 이용할 방안은 무엇인가.

첫 번째는 바이오매스 에너지전환이다. 또 다른 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고 대기 중 탄소를 포집해서 고체화하기 때문이다. 실제 참나무나 소나무는 연간 탄소고정능력이 12.1, ha당 10.8톤으로 우수하고, 30년 이상 된 나무는 벌목해서 대체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감자는 탄소고정능력이 연간 ha당 16.5톤(2009년 기준), 유채꽃은 6.2톤이다. 먹거리 농작물을 에너지원으로 전환하는 것은 기아문제 논란이 있지만 농업·산림 부산물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4대강과 지천 제외지에 널리 분포하던 농경지 대부분이 잡풀로 덮인 채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이 지역은 비옥한 땅으로 예부터 곡창지대로 사용되어 왔다. 이곳을 생태적 보전 가치가 높은 지역과 관리지역으로 구분해서 유채 등 에너지 작물을 재배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독일도 유기성 폐기물로부터 얻을 수 있는 발전 비중은 1%를 넘지 않는다. 농업 및 산림 부산물과 에너지 작물을 재배해서 활용하면 바이오매스 발전 비중을 8.3%까지 올릴 수 있다.

두 번째 방안은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기술의 환경성을 높이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CCUS 기술이 개발돼 왔지만 경제성·환경성으로 성공률이 높지는 않았다. 탄소세나 탄소배출권 거래가 활발해지면 경제성은 해결할 수 있겠지만 환경성은 다르다. 에너지를 소비해 탄소를 포집·저장하는 CCUS 기술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탄소배출 감축을 목표로 한 CCUS 기술이 또 다른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지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식품의 신선도를 높이기 위해 냉장고를 사용하지만 냉장고 속 온도를 낮출수록 실내 온도는 높아지는 것이 진리다.

CCUS가 자연 생태계에서도 지속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자연의 CCUS 능력을 믿고, 이를 넘지 않는 선에서 탄소배출을 제어한다면 자연계에서 물리·화학·생화학적 반응을 통해 끊임없이 순환하면서 대기 중 탄소가 평형 상태를 유지할 수도 있다. 어찌 보면 가장 쉽고 안전한 탄소배출량 감축 방법은 불편을 감내하는 것이다. 많은 국민이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서 걷고, 계단을 오르고, 과소비를 줄이고, 약간은 지저분하게 사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자연 앞에 겸손하며, 불편을 감수할 때 자연은 우리에게 큰 상을 내려 줄 것이다.

전항배 충북대 환경공학과 교수 jhbcbe@cb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