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메타버스, 짝퉁과 메타버스 스쿼터(metaverse squatter)

[전문가기고]메타버스, 짝퉁과 메타버스 스쿼터(metaverse squatter)

지난해 10월 페이스북이 메타로 사명을 바꿨다. 같은 달 나이키는 유명 상표인 'Nike' 'Just Do It' 'Air Jordan' 나이키 로고·마크 등 상표권을 메타버스로 확장하기 위한 상표 출원서를 미국 특허청에 제출했다. 세계 유명 브랜드가 메타버스에서 사용될 상품과 서비스를 추가하는 상표 출원을 각국 특허청에 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가위 메타버스 전성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페이스북처럼 브랜드 가치가 엄청난 기업이 사명을 바꾸는 일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메타를 메타버스에서 따왔다”면서 “앞으로 메타버스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공언했다. 현재 가장 익숙한 브랜드를 포기하면서까지 이 같은 도박을 할 이유가 무엇인지, 앞으로 메타가 어떤 플랫폼으로 우리에게 다가올지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메타버스는 현실과 온라인의 3차원 가상 환경이 중첩되는 '현실같이 구현된 가상세계'다. 통상 가상 자아인 아바타를 통해 경제·사회·문화 활동 등을 할 수 있는 가상의 시공간으로 정의된다. 가상공간에서 현실의 내가 쇼핑, 회의, 친목 활동, 공연 감상 등을 할 수 있다.

현실세계에서는 가 보지 못한 유명 가수의 콘서트를 보고, 가수와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비싸서 엄두가 나지 않던 명품 백을 메고, 명품 옷을 입고, 명품 구두를 신고서 가상세계에서 데이트하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즐겁긴 하다.

이렇듯 메타버스의 매력은 현실에서 할 수 없는 경험을 가상세계에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메타버스 기술과 콘텐츠 발전에 따라 다양한 플랫폼이 개발되고, 사용자는 전에 없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장밋빛 미래 뒤엔 만만치 않은 복병이 숨어 있다. 바로 메타버스 세계에서의 '권리' 문제다. 질문 하나를 해본다. 만약 구찌의 허락 없이 제3자가 메타버스에서 구찌 핸드백을 NFT로 판매하고 있다면 상표권 침해로 제소할 수 있을까. 누군가 샤넬의 허락 없이 메타버스에서 샤넬 매장을 차려 놓고 물건을 팔고 있다면. 나아가 판매자가 특허청에 상표까지 등록해 놨다면.

실제로 지난해 말 미국 특허청에 구찌 프라다 상표를 이용해 제조한 가상 지정 상품의 상표권을 출원한 경우가 있었다.

현행법상 상표권은 등록 또는 사용하는 지정 상품과 서비스에 유사한 범위까지 적용된다. 엄밀히 말하면 상표가 같아도 지정 상품이 다르면 상표 침해가 아니다. 현실세계의 가방과 메타버스에서 유통되는 디지털 파일 형태 가방이 과연 유사하다고 할 수 있을까. 유사하다면 상표권 침해가 되고, 그렇지 않다면 침해가 아니다.

짝퉁이 판치고 타인의 상표를 도용해서 활개를 치고 다녀도 현실세계의 상표권자는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 물론 유명상표의 경우 상표권을 찾아올 수도 있겠지만 아마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인 수많은 법적 다툼에서 이겨야 가능할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 아직 세계 어디에서도 법적 판단이 내려지지 않았다. 아마 시행착오를 거쳐서 많은 기업과 소비자 피해가 나고, 대책은 사회적 문제로 비화된 이후에나 비로소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20여년 전에 문제가 됐던 사이버 스쿼팅이 이랬다. 상표 브로커가 손쉽게 큰 돈을 만질 수 있는 스쿼팅을 악용했고, 소비자와 다수의 유명 상표권자 피해가 났다.

과거 이 문제가 불거지고 대책이 나왔을 때 스쿼터는 이미 한 몫을 챙기고 떠난 후였다. 과오를 범하지 않으려면 본격적 논의와 정부 당국의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게 교훈이다.

첨언하면 나이키의 판단과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래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메타버스 관련 상품 상표를 등록해서 자신의 상표권을 확장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나이키 사례 이후 기존 상표에 대해 메타버스를 포괄하는 지정 상품과 서비스로 확대하려는 상표권자의 움직임이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준석 특허법인 위더피플 대표변리사 leejs@wethepeopl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