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핫이슈]'기회의 소행성' 아포피스

[과학핫이슈]'기회의 소행성' 아포피스
아포피스 탐사선 가상이미지. 사진=한국천문연구원
<아포피스 탐사선 가상이미지. 사진=한국천문연구원>

지구로 다가오는 커다란 소행성은 충돌과 함께 '대재앙'이라는 영화 단골 소재로 쓰인다. 실제 우리 지구상에는 아주 오래전 공룡 대멸종을 초래했던 것으로 알려진 소행성 등의 충돌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현재에도 지구와 멀지 않은, 충돌과 함께 큰 피해가 예상되는 '지구위협소행성(PHA)'이 2000여개가 넘는다.

오는 2029년에도 소행성 하나가 지구 정지궤도 안으로 들어올 예정이다. 이집트 신화에 등장하는 파괴의 신 이름을 빌린 '아포피스' 소행성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2004년 6월 처음으로 발견된 이 소행성은 지름만 370m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만 한 크기이다. 아포피스라는 명칭 그대로 발견 이후 지구 충돌 확률이 2.7%로 확인되면서 잠재적 대재앙 원인으로 주목받아 왔다.

그러나 아포피스는 이제 '기회의 소행성'으로 인류에게 다가오고 있다.

최근 추가 관측을 통해 아포피스가 지구에서 3만1000㎞ 떨어진 거리에서 지구를 스쳐 지나갈 것으로 이동 궤도가 재확인됐다. 이는 지구와 달 사이 거리의 12분의 1 수준으로 일반적인 정지궤도위성 고도보다 더 안쪽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아포피스와 같은 커다란 크기의 소행성이 이처럼 지구와 가까운 위치에서 지나가는 일은 인류가 소행성 존재를 처음 확인한 1800년대 이후 처음이다.

소행성은 태양계 생성 초기 물질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주과학에서 매우 중요한 연구자료로 분류한다. 태양계 화석이라는 비유답게 소행성을 통해 45억년에 달하는 태양계 역사를 연구하는 것은 물론 희토류나 희귀 광물이 많다는 점에서 미래 자원 보고로도 꼽힌다.

이 때문에 소행성 탐사는 우주 선진국을 중심으로 일찍이 도전이 이뤄지고 있다. 일본은 2020년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 2호를 이용해 지구로부터 3억4000만km가 떨어진 소행성 류구에서 흙을 채집해 지구로 가져왔다. 미국은 소행성 탐사선 오시리스-렉스호로 같은 해 소행성 베누에 안착하고 암석 표본을 채집하는 데 성공하면서 주목받았다. 이들 소행성 모두 생명체 기원을 연구할 수 있는 유기물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연구 가치가 매우 높다.

이처럼 가치 면에서 뛰어난 소행성이 지구에 근접하면서 우리나라도 소행성 탐사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가동한다. 순수 국내기술 집약을 통해 만든 발사체에 한국형 탐사선을 실어 소행성 탐사에 도전하는 '아포피스 근접 탐사사업'이다.

2027년 10월 탐사선을 발사한 뒤 이듬해 10월 아포피스로부터 100만㎞ 떨어진 목표 지점에 도달, 2029년 1월 아포피스와 같은 속도로 동행비행(랑데부)하면서 탐사하는 것이 목표다.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2024년부터 2027년까지 탐사선 시스템, 탐사용 발사체 개발 및 발사가 진행된다. 2028년부터 2030년까지는 탐사선 심우주 항행 운영제어, 아포피스 관측 업무 등이 예정돼 있다. 탐사선 본체와 탑재체 개발 등을 위해 한국천문연구원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국방과학연구소 등이 참여한다.

소행성 탐사는 첨단 과학기술이 집약된다는 점에서 우주과학 임무 중에서도 가장 도전적 과제로 꼽힌다. 탐사 과정을 통한 발사체 기술, 심우주 항행 기술, 우주통신 기술 등 역량 확보 기회이기도 하다. 아포피스 탐사 임무를 통해 이러한 우리나라 우주기술 수준을 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만들고자 지금도 우리나라 과학계는 숨 가쁜 도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인희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