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적자에도 올해 역대 최대 R&D 투자 이어간다

지난해와 같은 4554억원 책정
재생에너지 확대에 927억원
탄소중립 달성 신기술 개발

한전, 적자에도 올해 역대 최대 R&D 투자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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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요금정책으로 인해 사상 최악 적자에 시달리는 한국전력공사가 올해 연구개발(R&D) 투자 금액을 지난해와 같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책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전은 올해 대규모 그린수소 실증기술개발 등 신재생에너지와 수소·암모니아 혼소 발전, 이산화탄소 포집 등 탄소중립에 기여하기 위한 R&D 과제를 중점 지원한다. 특히 올해 R&D 과제는 연구개발 성공 시 에너지 산업에 파급효과가 큰 도전적인 과제로 구성했다.

9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R&D 예산으로 지난해와 같은 4554억원을 책정했다. 한전이 책정 R&D 예산으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역대 최대 수준이다. 한전은 최근 경영상황과 관계없이 R&D 투자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한전은 최근 R&D 예산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한전이 책정한 R&D 예산은 2017년 4362억원, 2018년 4307억원, 2019년 4270억원, 2020년 4449억원, 지난해 4554억원이었다. 올해는 지난해와 같은 4554억원을 투자하는 셈이다.

한전은 올해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효율화, 연료전환 분야에 큰 금액을 투자한다. 한전이 공개한 올해 R&D 사업 공고를 보면 재생에너지 수용확대에 가장 많은 927억원을 배정했다. 또 공급효율화에 508억원, 수소에너지에 500억원을 투자한다.

구체적으로는 정부 과제로 수행하는 10㎿ 이상 재생에너지 연계 대규모 그린수소 개발에 500억원 규모로 실행하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이산화탄소 포집에도 240억원을 지원한다. 이외 무탄소 친환경 암모니아 발전기술 개발, 재생에너지 수용성 확대를 위한 광역계통 실시간 감시제어 디지털트윈 개발 등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개발에 집중 투자한다.

한전 대규모 R&D 투자는 2050년 탄소중립과 2030년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위해 에너지산업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신기술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전은 지난해 열린 빅스포에서 '제로 포 그린(ZERO for Green)'을 선포한 바 있다. 6개 발전공기업과 함께 전력산업 밸류체인 전반에 탄소중립을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올해 R&D 사업계획에는 이 같은 한전 의지를 반영했다.

특히 한전은 올해 전력도매가격(SMP) 급등으로 적자 경영이 예고됐음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R&D 투자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한전은 지난해 역대 최악인 영업손실 5조8601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올해도 고유가 등 상황과 맞물려 10조원 이상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가와 LNG 가격이 치솟는 상황에서도 전기요금은 동결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에너지 산업이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변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원천 기술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다.

한전 고위 관계자는 “올해 R&D 예산은 지난해보다 확대하지는 못했지만 조 단위로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도 지난해와 같은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면서 “대부분 R&D 과제는 기획했고 추가로 기획하는 과제는 향후 공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