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양국 교역 확대에 큰 몫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국 간 상품 무역 규모는 지난 10년간 66%나 증가했다. 2012년 당시 1018억달러였던 것이 2021년 1691억달러로 확대됐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수출(29.4%), 수입(27.3%), 무역수지(36.7%)가 모두 고루 성장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한·미 FTA는 우리나라 주력 상품의 수출 시장을 크게 확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공급망 혼선에도 상위 5개 품목인 자동차와 부품, 반도체, 컴퓨터, 석유제품 수출이 모두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를 통해 한국 자동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10%를 돌파하고, 메모리 반도체 수출액도 기록을 갈아치웠다. 한·미 FTA 체결 이후 대미 무역수지 흑자 기조가 매년 이어지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다만 양국 간 투자는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월등히 많았다. 하지만 FTA가 상호호혜적인 관계 구축을 우선시하고, 우리 기업의 현지화 노력이 이어졌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 시절 한·미 FTA 추진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극심한 갈등과 혼란을 겪었던 점을 감안하면 성공적인 FTA라고 평가할 수 있는 셈이다.
한·미 경제 협력은 FTA를 넘어 새로운 장으로 나아가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전환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급속히 이뤄지는 가운데 한·미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양국이 모두 절실히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자동차, 반도체, 석유제품 등 전통적인 상품 교역에서 더 나아가 디지털 전환과 신산업 창출 등을 통해 공동 번영의 활로를 찾아야 한다. 곧 출범할 윤석열 정부의 외교 정책 1순위도 새로운 한·미 경제 협력 체제 구축이 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