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스마일게이트의 의미있는 신고식

[ET톡]스마일게이트의 의미있는 신고식

스마일게이트가 마음먹고 제작한 콘솔 게임 '크로스파이어X'는 출시 후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스마일게이트는 AAA급 콘솔 데뷔작으로 GOTY(올해의 게임)에 이름을 올리길 기대했지만 초기 평가는 박했다. 메타크리틱 기준 100점 만점에 39점에 그쳤다. 23개 리뷰가 등록된 가운데 2개는 점수 주기를 거부했다. 이용자 평점은 10점 만점에 3.2점에 머물렀다. 오픈 크리틱 추천도는 4%를 기록했다.

해외 평가에 대부분 공감하지만 기자는 스마일게이트가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시공이 잘못돼 아스팔트 대신 진흙을 깔았을 뿐 큰 그림은 옳았다. 게임산업이 성숙기에 들어서면서 모험과 도전이 사라졌다. 재미있는 걸 만드는 것보다 안정성을 택하곤 한다. 직장으로서 게임사가 됐다. 이 때문에 자기 성에 차지 않으면 회사를 박차고 나가서 끝까지 게임을 완성하는 도전자가 사라진 시대다. 스마일게이트의 안주하지 않는 마음이 기자와 게이머의 마음을 일부 움직였다.

스마일게이트는 충분히 현실에 안주할 수 있었다. '크로스파이어2.0'도 있고 '로스트아크'도 있다. 영화, 테마파크, 드라마, 웹툰을 제작하고 e스포츠 대회를 열면서 대단한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것처럼 으스댈 수 있었다. 또는 에픽세븐 컬래버레이션 한정 뽑기로 수익을 긁어모을 수도 있었다. 투자만 하면서 뱅크샐러드 같은 기업을 몇 개 더 발굴해도 채산성은 훌륭했을 것이다.

스마일게이트는 스토브 플랫폼 인디게임이나 오렌지플래닛 등 수익성을 기대할 수 없지만 게임 생태계에 필요한 일을 해 오곤 했다. 과소평가 받은 개발력을 인정받기 위해 도전한 크로스파이어X 역시 필요한 일이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넥슨에 '제라' '허스키익스프레스' '택티컬 커맨더스'가 없었다면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서든어택'이 없었을 것이다. 넥슨뿐만이 아니다. 넷마블이 '서든어택'을 놓치지 않았다면 모바일로의 전환이 늦어서 풍수지리나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엔씨소프트에 '타뷸라 라사'가 없었다면 북미 경험과 데이터를 쌓은 엔씨 웨스트도 없었을 것이고, 네오위즈가 '피파온라인' '블레스'를 계속 서비스했다면 웹보드·소셜카지노·인디게임 관련 노하우를 쌓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의미 없는 도전은 없다. 경험은 개인, 기업에 어떤 형태로든 교훈을 남긴다. 지난달 예전에 사귀던 여자친구가 연락해 와서 “너보다 나은 사람 못 찾겠다”고 말했다. 다시 만난 것처럼 매일 통화하고 일상을 공유했다. 다시 잘해 보려 했다. 그러나 결국 실패했다. 다시 연락한 이유와 상대 상황이나 마음을 잘못 분석한 탓이다. 긴 시간 동안 교제하며 경험에서 얻은 교훈을 등한시했다. 우리 게임사는 도전으로 얻은 경험을 나처럼 잘 이용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않기를 바란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