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벤처 투자 위축 대비해야

벤처투자 열기가 꺾이고 있다. 미국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인 CB인사이츠에 따르면 1분기 글로벌 벤처캐피털 펀딩 규모가 전 분기 대비 19% 감소한 1439억달러를 기록했다. 세계 최대 투자 시장인 미국에서도 1분기 투자가 줄어 직전 분기 대비 25.9%, 전년 동기 대비 8.2% 각각 감소한 707억달러로 조사됐다.

벤처투자 위축은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으로 보인다. 코로나에 이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공급망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여기에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등이 현실화하면서 투자 심리가 나빠진 것이다.

CB인사이츠가 발표한 1분기 세계 벤처투자동향
CB인사이츠가 발표한 1분기 세계 벤처투자동향

1분기 국내 벤처투자는 양호했다. 중소기업벤처부는 벤처투자와 펀드 결성이 나란히 2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런 추이가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1분기 투자가 최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결성된 역대 최대 펀드의 영향 때문으로 분석되는 등 국내도 통화 긴축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지난 4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했다. '빅스텝'으로 불리는 0.5%포인트 인상은 22년 만의 최대 인상 폭이다. 연준은 물가를 잡기 위해 6월부터 시중 유동성을 줄이는 양적 긴축에도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의 긴축 정책도 빨라질 공산이 커졌다.

유동성이 줄면 벤처나 스타트업에 유입되는 자금이 줄 수밖에 없다. 불안정한 시장에는 안전자산에 자금이 쏠리기 마련이다. 또 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이 커져서 기업의 경영 환경이 어려워진다. 한계기업은 시장에서 퇴출하는 것이 맞지만 자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스타트업이나 벤처는 유동성이 마르면 곧바로 위기를 맞을 수 있다.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춘 벤처·스타트업이 파고를 넘을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