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마스크와 디지털 전환, 문화예술 공공기관의 디지털 전환 고군분투기

강헌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
강헌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

실외에서는 이제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지만 여전히 화창한 봄 하늘 아래 민낯을 드러내는 일은 어색하다. 실내외를 자주 오가야 하는 일상의 동선이 자칫 실내 착용을 깜박 잊게 할까 하는 염려가 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었던 지난 1년 7개월 동안 몸에 밴 습관이 역시 무섭다. 현관문을 나서며 되뇌었던 주술 같은 주문 '지갑, 자동차 키, 휴대폰'이 '지갑, 자동차 키, 휴대폰, 마스크'로 품목이 추가되었던 지난 일상이 아직 버전 갱신을 하지 못한 것이다. 사람의 몸은 3개월이면 물리적인 구성 인자들이 모두 새것으로 바뀐다는데 1년 7개월이면 대략 여섯 번쯤 다시 태어난 셈 아닌가. 그동안 필자 역시 온라인 영상회의에 무수히 많이 참여했고, 늘 사람들 눈 마주쳐 가며 하던 강의를 영상 제작자 몇 명만 겨우 함께하는 스튜디오에서 촬영했다. 배달 앱으로 생필품 구매와 가정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것은 굳이 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다. 마스크와 동고동락하는 동안 디지털 기술의 발전 속도가 10배 이상 증가했다고 하니 분야를 막론하고 변하지 않은 것이 있을까 싶다.

필자가 몸담은 경기문화재단 역시 바로 이 디지털 전환이 화두다. 문화예술 공공기관과 '디지털 전환'은 생소한 조합일 수 있지만 경기문화재단은 새로운 정책 목표 항목에 과감히 '디지털 경기문화재단 구현'을 새겨넣었다. 25년 역사에서 '디지털'이라는 용어가 정책 목표로 전면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공의 디지털 전환은 이미 예견돼 있었다. 전자정부 2기에 들어가며 모든 공공 업무 활동의 투명성·책임성을 강화하고, 활용 가능한 공공데이터로 제공하는 데 방점을 뒀다. 이에 '데이터 기반 행정 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정은 물론 2020년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으로 공공 기록자료의 체계적 공공화를 요청받고 있다. 무엇보다 문화예술 현장의 생태계 역시 IT와의 창의적 융합을 통한 변화에 직면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변화에 적극적 대응을 위해 지난해 'IT 혁신을 통한 디지털 경기문화재단 추진 계획'을 마련하고 디지털 시스템을 통한 업무 프로세스 혁신, 콘텐츠 서비스 혁신, 고객 만족 혁신 등 재단 조직문화 혁신 과제를 수행해 왔다. 올해는 그 결실을 기대하고 있다. 먼저 조직 내 지식 정보자원의 체계적 관리와 공유를 위한 기록경영인증(ISO 30301)을 추진하고, 모든 지원사업 수행을 국가문화예술지원시스템(NCAS; National Culture and Arts Support System)으로 일원화함으로써 지원사업 정보관리를 체계화하게 된다.

이와 함께 다양한 업무용 시스템도 구축하게 된다. 신규 통합행정 시스템은 재단 내 다양한 업무 활동의 전산화를 통해 인적 자원 활용 및 업무 효율을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또 지난 2년 동안 경기문화재단의 교육, 행사, 전시예약 등 서비스를 담당하며 10만명 고객과 함께 성장해 온 지지씨 멤버스 사이트에 발권 예약 기능을 추가, 그에 걸맞은 온라인 참여 콘텐츠 제작도 활성화한다. 표준 데이터 체계를 적용한 누리집 콘텐츠 관리 시스템 개편은 물론 재단 내 7개 뮤지엄과 연구원 등이 소장한 유물·작품을 통합 관리하는 '소장자원 관리 시스템'도 올해 안에 착수할 예정이다.

몸이 아무리 변한다 해도 머리와 마음이 그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은 어쩌면 더 긴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할지 모른다. 기관과 조직은 적어도 모여 있는 사람 수에 상응하는, 좀 더 큰 노력을 요청한다. 그러나 25년 전 최초 공공문화재단 시대를 열었던 것처럼 경기문화재단은 다시금 새로운 길을 여는 마음으로 문화예술 기관의 디지털전환을 걸어가고 있다. 조만간 어디에서건 마스크를 벗고 모두를 만나는 날이 온다. 마스크를 벗는다고 해도 얼굴 모양이야 그대로겠지만 그때쯤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것은 그전과는 분명 다를 것이다.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강헌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 authodox@ggcf.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