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반쪽 된 대리운전 중기적합업종

동반성장위원회가 전화 유선콜 대리운전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자 뒷말이 많다. 신청 단체와 대기업 간 쟁점 사항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권고(안)을 심의·의결했기 때문이다. 동반위가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하게 강행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중기적합업종 지정은 법에 따라 1년 안에 결론을 내려야 한다. 동반위는 지금까지 다룬 중기적합업종 지정에서 신청 단체와 대기업 간 합의에 실패한 적이 한 차례도 없다.

이번 건은 지난해 5월 26일 신청돼 올해 5월 25일까지 마무리해야 했다. 변수는 본회의 개최 전날 터져 나왔다. 신청 단체인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가 동반위에 본회의 상정 권고(안) 초안은 합의된 것이 아니라면서 의결되더라도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새롭게 구성된 동반위로서는 첫 안건이어서 부담이 컸다. 결국 이들은 쟁점 사항을 앞으로 추가 논의하기로 하고 업에 대한 중기적합업종 지정만 결정하는 모호한 결론을 내렸다.

중기적합업종 지정 논의에서 신청 단체와 대기업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중소벤처기업부의 사업조정 절차를 밟게 된다. 선례는 아직 없다. 이번에도 동반위는 선례를 만들지 않았고, '안건 100% 처리'라는 타이틀을 지켜냈다. 사업조정 신청 주체가 동반위이기 때문에 신청 단체가 원하더라도 동반위 결정이 필요한 구조다.

이미 일어난 일은 어쩔 수 없기 때문에 앞으로 동반위의 역할이 중요하다. 중소기업 보호라는 제도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이용자 후생 증대와 경쟁 활성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게 관건이다.

3개월 안에 신청 단체와 대기업이 합의할지도 미지수다. 현재 대리운전총련은 전화 유선콜 대리운전업뿐만 아니라 앱 플랫폼 대리운전업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신규 가입자 대상 프로모션과 대리기사 확보를 위한 중개 프로그램사와의 콜 공유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와 티맵모빌리티는 앱 플랫폼 대리운전업을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신규 가입자 대상 프로모션, 중개 프로그램사와의 콜 공유 금지는 입장이 갈린다. 점유율 25~35%로 시장 1위 사업자인 카카오모빌리티는 큰 이견이 없다. 반면 티맵모빌리티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기업 계열이지만 점유율 1% 미만이기 때문에 3년 동안 금지되면 사업 동력을 잃기 때문이다.
동반위의 모호한 결론에 업계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중기적합업종 지정은 끝이 아니다. 추가 논의에서는 동반위가 더욱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

[ET톡]반쪽 된 대리운전 중기적합업종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