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72兆 전자약 시장 잡아라"…제약사·IT기업 '醫技투합'

전류·전기장 등 물리자극, 신경·조직 직접 전달
화학적 부작용 적고 치료 부위 '선택 작용' 장점
SK바이오팜·동아쏘시오·유한양행 등 투자 확대

[스페셜리포트] "72兆 전자약 시장 잡아라"…제약사·IT기업 '醫技투합'

3세대 치료제로 불리는 '전자약'이 국내 신산업으로 부상할 조짐이다. 새로운 개념의 치료제로 전자약이 가능성을 보이자 전통 제약사들이 성장동력으로 점찍어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자약은 정보기술(IT) 기업과 협력이 필수여서 스타트업이나 벤처 기업과 협력하는 '오픈이노베이션'이 활발하다. 디지털 치료제에 이은 새로운 융합 산업과 시장이 탄생할지 관심이 쏠린다.

◇전통 제약사, 전자약에 '눈독'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동아쏘시오그룹, 유한양행, SK바이오팜 등 주요 제약사들이 최근 전자약 업체와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최근 SK와 미국 전자약 기업 칼라헬스 시리즈D 투자에 공동 참여하기로 했다. 칼라헬스는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전자약 기업으로 손목시계처럼 착용해 파킨슨병을 치료하는 전자약을 개발,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SK바이오팜은 2018년부터 뇌전증 발작 감지·예측 알고리즘과 디바이스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동아쏘시오그룹, 유한양행은 전자약 기술이전 또는 전략적 투자를 검토 중이다. 동아쏘시오그룹은 지난해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메디컬아이피, 웨어러블 심전도 개발 기업 메쥬에 연속 투자했다. 유한양행 역시 2020년 AI 심전도 모니터링 솔루션 개발업체 휴이노에 투자해 2대 주주자리에 올랐다. 전통 제약업을 디지털로 전환하는 차원에서 전자약에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인제약과 삼일제약은 각각 국내 전자약 업체인 와이브레인, 뉴아인과 손잡고 공동 사업을 시작했다. 환인제약은 2020년 6월부터 국내 정신과를 상대로 와이브레인 뇌파진단시스템 마인드스캔 입점 영업을 하고 있으며, 삼일제약은 지난 2020년 뉴아인과 안구건조증, 편두통, 수면장애 등 만성질환 치료기술 공동 연구개발(R&D) 협약을 체결했다.

글로벌 제약사 중에서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구글과 전자약 전문기업 갈바니바이오일렉트로닉스를 설립해 전자약을 직접 개발한다. GSK는 액션포텐셜이라는 전자약 전문 투자사까지 설립했다.

뉴아인의 연구원이 전자약 항암 치료 기술에 대한 세포실험 결과, 프로토타입 보드, 안구건조증 치료 제품 등을 보며 기술 개발을 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뉴아인의 연구원이 전자약 항암 치료 기술에 대한 세포실험 결과, 프로토타입 보드, 안구건조증 치료 제품 등을 보며 기술 개발을 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전자약 투자 이유…기존 약물 병용 가능 '전통 제약과 시너지'

전자약은 전류, 전기장, 자기장, 초음파 등 물리적 자극을 신경·조직·장기에 직접 전달해 질환을 치료하는 신개념 의료기기를 말한다. 글로벌 제약사 GSK가 지난 2013년 전자약(electroceuticals)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일반의약품과 비교해 화학적 부작용이 없고 치료가 필요한 부위에 선택적으로 작용한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에서 전자약은 의료기기로 분류돼 일반 의료기기 가이드라인에 준해 허가 심사를 받는다. 다만 질병 완화에 국한된 것이 아닌 기존 의약품과 같이 치료를 주목적으로 한다는 것이 기존 의료기기와 차별되는 점이다. 임상시험을 통해 치료 효과를 검증하고 허가를 거쳐 의사 처방으로 환자에게 제공된다는 점에서 건강 보조기기와도 다르다.

전자약은 질병 예방·관리·치료를 목적으로 개발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인 디지털 치료제(DTx)와 함께 3세대 치료제(알약 등 저분자 화합물이 1세대, 2세대는 항체·단백질·세포 등 생물제재)로 분류된다. 단 전자약은 전기 자극을 주는 하드웨어(HW) 기반이라는 점에서 디지털 치료제와도 구분된다. 식약처는 디지털 치료제와 전자약을 첨단 의료기기로 분류해 지원하고 있다.

제약업계에서 전자약 분야 투자가 활발한 것은 전자약이 기존 화학적 약물을 대체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기 때문이다. 전자약은 특정 부위나 표적 장기에 제한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약물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다. 제약사가 판매하는 의약품과 전자약을 병용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전자약 업체 입장에서는 제약사가 가진 노하우와 영업망을 활용해 임상을 진행하고 시장에 진출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전자약이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가능성을 보여 전통 제약사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아이디테크엑스에 따르면 세계 전자약 시장은 매년 10% 이상 고성장 중이다. 아이디테크엑스는 전자약 시장이 오는 2029년 600억달러(약 72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시장성에 제약사뿐만 아니라 의료기기나 IT 기업도 전자약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의료가전 업체 세라젬은 올해 2월 와이브레인에 전략적 투자자(SI)로 40억원을 투자했다. 앞서 의료기기 유통 기업 휴온스는 2019년 뉴아인과 전자약 공동 개발 계약을 맺었다. 국내 전자약 개발 업체로는 와이브레인과 뉴아인이 대표적이며 뉴로소나, 뉴로핏은 삼성서울병원과 함께 연구중심병원 사업 일환으로 뇌전증, 파킨슨병, 배뇨장애 등 난치성 질환 극복을 위한 개인 맞춤형 전자약을 개발하고 있다.

해외 전자약 회사에 대한 투자도 활발하다. SK바이오팜 외에 KT는 지난해 12월 미국 전자약 개발회사 뉴로시그마 시리즈A에 참여해 500만달러(약 63억원)를 투자했다. 뉴로시그마는 전자패치를 통해 뇌 신경을 자극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우울증, 뇌전증 등 신경정신질환을 치료하는 전자약 개발 전문업체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