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 첨단인력 강국 도약을 위한 첫걸음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7일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등 첨단산업 학과 대학 정원을 획기적으로 늘릴 것을 주문했다. 교육부 등 관계부처를 중심으로 대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데, 수십년간 산업계에서 요청해왔던 커다란 난제가 한 번에 해결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산업정책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인력 양성이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을 극복해 미래 경제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수준 높은 기술을 내재한 '인적자본(Human Capital)'이 필요하다. 부존자원이 부족하고 세계 경제 여건에 따라 부침이 심한 우리나라는 더욱 그러하다. 1980년대 경북대 등을 중심으로 한 전자공학과 입학정원의 획기적 확대는 정보기술(IT) 산업 강국 기틀이 됐다. 이후 이어진 의과대학 정원 증가는 오늘날 바이오산업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그러나 근래에는 반도체 산업이 대폭 성장하고 있음에도 인력공급이 전체 산업계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현재의 인력난을 촉발한 측면이 있다.

최근 출산율 감소도 우리 산업에는 큰 부담이다. 인구 감소는 곧 산업인력 부족으로 이어지며, 대졸자 비중 증가로 반도체 공정의 '오퍼레이터(operator)'와 같은 현장인력 부족도 두드러지고 있다. 부족한 인력을 성장산업에 효과적으로 배분하고 기업에 필요한 인력을 적재적소에 양성하기 위해서는 대학 정원 조정 등 교육 변화가 불가피한 시점이다.

최근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등 전문기관 조사에 따르면 차세대 반도체, 디지털 헬스케어, 지능형 로봇,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 신산업 성장으로 관련 분야 산업인력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2020년 기준 4개 분야의 혁신인력 현원은 약 4만7000명 수준이지만 2030년에는 약 80%가 증가한 약 8만5000명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기업들은 이미 첨단 산업분야 인력 확보를 위한 자체 노력에 나섰다. 사내대학 형태의 교육시설을 만들고, 구직자 대상의 아카데미를 운영하기도 하며, 대학과 협력한 계약학과를 통해 미래 인력을 선점하기도 한다. 특히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는 2020년에 35개 학과에서 지난해에 53개 학과로 51.4%가 증가했다. 인재 교육에 상당한 비용이 수반되는 것을 감안한다면 인력확보에 대한 기업의 절박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인력교육은 투자 기간이 길고, 교육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기업에만 맡기기엔 어렵다. 시장실패 가능성도 있고 규모가 작은 기업들은 인력교육에 투자가 어려울 수도 있다.

[ET시론] 첨단인력 강국 도약을 위한 첫걸음

여기에 정부 역할이 있다. 신산업 성장과 기업 수요에 대응해 교육 시스템이 신속하고 유연하게 변화할 수 있도록 맞춰 나가야 한다. 이때 기업과 현장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돼야 함은 물론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획기적인 인력양성 방안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첫째, 인력양성 계획 수립의 초기 단계부터 기업과 업종별 전문가가 참여해 기업 및 신산업 성장수요를 적극 반영할 것이다. 기존에 대학 등 공급주체가 주도하던 틀이 아니라, 수요주체인 기업과 유기적인 협업을 통해 인력을 키워내는 구도다. 이를 통해 과거의 이론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기업이 주도하는 산학 협력에 기반한 문제해결형 인력양성을 추진할 것이다.

둘째, 범부처 협업을 통해 신속하고 유연한 교육 체계를 마련할 것이다. 경직된 교육 체계로는 급변하는 미래 신산업 인력 수요에 제때 대응하기 어렵다.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히 풀고 대학 자율성을 확대해 신속하고 유연한 교육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대표적으로 수도권 대학의 정원규제나 대학 설립·운영에 대한 규제들도 산업인력 양성의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필요하다면 대학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교육기관도 만들 수 있다. 실제 바이오 공정 수준의 교육장을 구축해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한국형 바이오공정인력양성센터(K-NIBRT) 또는 정부와 반도체 회사 간 협약을 통해 칩 설계 실습 등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반도체 설계전문인력양성센터(IDEC)가 그 예다.

셋째, 기업의 투자계획 등을 고려해 적재적소에 첨단산업 인재양성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을 집중할 것이다. 인력양성에 소요되는 물리적 시간을 고려해 범정부적으로 기업지원 대책을 선제 논의해 나갈 것이다. 최근 10대 그룹을 비롯한 주요 기업들이 발표한 1000조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계획이 차질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뒷받침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첨단산업에 대한 인력 확대 외에도, 인구감소에 대비해 기존 전통산업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전통산업의 디지털화, 자동화를 통해 인력수요는 줄이는 한편 생산성과 부가가치는 높여야 한다. 예컨대 지금은 사람이 수행하고 있는 반도체 부품 불량검사를 인공지능(AI)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이는 부족한 현장인력 대체뿐 아니라 정확도 향상 및 불량률 감소로 생산성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인력양성에 대한 해결책을 단숨에 찾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세계 각국이 미래 신산업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혁신과 성장을 위한 노력은 불가피한 것이고 신산업을 주도해 나갈 인력확보는 미래 생존의 문제라 볼 수 있다. 산업계 수요와 기술발전 속도에 맞춰 이제 우리 인력양성 체계도 대대적으로 변해야 한다. 정부도 이를 적극 지원할 준비가 돼 있으며, 기업과 대학도 함께 뛰고 호흡하여 대한민국의 성장엔진을 양성하는 새로운 시대가 되기를 희망한다.

<필자 소개>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은 산업 분야와 에너지 분야에 정통한 관료다. 장 차관은 1991년 행정고시 35회로 공직에 발을 들였다. 과거 지식경제부에서 가스산업과장, 운영지원과장, 주미국대사관 공사참사관 등을 지냈다. 산업부가 출범한 뒤에는 에너지자원정책관, 투자정책관, 산업혁신성장실장, 기획조정실장 등을 역임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지난 2월 산업부를 떠나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원장으로 일했다. 윤석열 정부 초대 산업부 제1차관으로서 부처 실무를 총괄하고 있다.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yjjang@motie.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