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코로나 치료제·백신 개발 지원, 밑빠진 독 물 붓기는 안 돼

전자신문이 2020년부터 작년 말까지 국가 예산을 지원받은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임상 프로젝트를 분석한 결과 전체 14개 과제 중 최종 품목 허가를 받은 제품은 1개였다. 7월 현재 5개 과제는 개발이 중단됐고 1~2상 중인 프로젝트가 6개, 3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2개였다. 최종 임상 결과는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지금까지 성과만 놓고 보면 14개 지원 과제 중 1개, 즉 전체의 7%만이 상용화 문턱을 넘었다.

지원 과제 중 유일 승인된 건 셀트리온이 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였다. 그러나 렉키로나마저도 코로나 변이인 오미크론 등장으로 효과가 떨어져 사용이 중단됐다. 최근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코비원멀티주'가 국산 백신 1호를 차지했으나 이는 정부가 개발 자금이 아닌 선구매 형태로 이뤄졌다.

신약 개발은 많은 비용과 복잡한 개발 과정을 거쳐 극히 일부만 승인을 받는다. 미국바이오협회가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임상 단계별 이행 총 1만2728건을 분석한 결과 임상 1상 착수 후 품목허가를 받는 비율은 평균 7.9%였다. 10개 중 1개만 개발돼도 '성공'이라는 얘기가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개발이 어렵다는 것이 모든 결과의 이유가 될 수 없다.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이 쉽지 않다는 건 이미 시작 때부터 깔린 전제였다. 14개 과제에 투입된 1400억원이라는 예산이 효율적으로 쓰였는지, 규모·방법·시기 등에서 부족하거나 잘 못 시행된 건 없었는지 면밀하게 따져야 한다. 그래야 아직 끝나지 않은 코로나에 또 언제 어떻게 등장할지 모를 새로운 바이러스에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대처가 가능할 것이다. 냉정한 평가와 분석이 희망 고문을 줄이면서 지름길을 찾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