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제한' 족쇄 풀린 이재용 부회장, '뉴삼성' 혁신 속도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복권은 윤석열 정부의 경제 활성화 기대와 국민 정서를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국가 경제에 삼성이 차지하는 절대적 비중을 고려할 때 사법 부담을 덜어줘 경제발전에 기여할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국민 요구에 부응하는 정치적 결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은 내부 경쟁력 강화와 함께 국가 경제에 기여해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지난 6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유럽 출장을 마치고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자료: 전자신문 DB)
지난 6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유럽 출장을 마치고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자료: 전자신문 DB)

12일 법무부는 이 부회장을 포함한 경제인 4명을 8.15 광복절 특별 사면·복권 대상자로 발표하면서 경제 활성화를 통한 경제위기 극복을 배경으로 들었다. 특히 이번 특사 대상자 중 정치인을 배제하는 대신 기업 총수를 포함한 기업인을 대거 포함시켜 국가 경제 발전에 동참할 기회를 준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의 이 부회장 복권에 대한 메시지는 반도체 등 주요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채용 등 투자 확대로 보인다. 윤 대통령 취임 초부터 강조해 온 반도체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삼성의 절대적인 글로벌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판단, 총수의 사법 부담을 덜어준 것이다.

이 부회장은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 6개월 형을 확정 받아 복역하다 지난해 8월 가석방됐다. 형기는 지난달 29일 종료됐지만, 5년간 취업제한 규정을 적용받아 경영활동 제약이 컸다.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법 리스크에 빠져 있는 사이 총수의 과감한 결단과 대대적인 투자는 전무하는 등 경쟁력 정체가 우려됐다.

이 부회장은 이번 복권으로 취업제한이 해소되면서 경영활동에 힘을 받게 됐다. 미국, 유럽 등 주요 파트너사와 현지 논의는 물론 대규모 인수합병(R&D)을 위한 경영행보도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반도체, 모바일, 가전 등 주력 사업 영역은 물론 전장, 로봇 등 신규 사업 부문에서도 경쟁력 강화를 위해 꾸준히 M&A를 추진해 왔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 초 대형 M&A를 추진 중이며 빠른 시간 내 결정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실상 총수 결단만 남은 상황에서 연내 M&A 소식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자료: 전자신문 DB)
삼성전자 서초사옥(자료: 전자신문 DB)

내부 역량 강화와 함께 국가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통 큰 투자도 기대를 모은다. 실제 삼성은 지난해 8월 이 부회장 가석방 후 3년 간 240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반도체 등 주력 사업뿐 아니라 바이오, 차세대 통신, 인공지능(AI) 등 미래 신기술 투자와 함께 3년 간 3만명의 신규 고용을 약속했다. 이번 복권을 계기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국내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추가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의 회장 취임, 경영 컨트롤타워 부활 등 내부 리더십 강화 행보도 예상한다. 취업 제한 족쇄가 풀리면서 '뉴삼성' 기치에 맞는 회장 취임으로 리더십을 공고히 하고 경영 효율을 위한 새 의사결정 조직을 갖출 가능성도 존재한다. 다만 복합 경제 위기 속에 현재 진행 중인 투자와 경영 계획 이행이 우선인 만큼 당장 큰 변화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