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핫이슈]화성 이산화탄소를 산소로...장기 탐사 길 연다

미국 탐사로버 퍼서비어런스에 실린 산소생산 실험장치 목시(MOXIE) 자료=NASA, JPL-칼텍
미국 탐사로버 퍼서비어런스에 실린 산소생산 실험장치 목시(MOXIE) 자료=NASA, JPL-칼텍

화성은 우리가 숨 쉬는 산소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애초에 지구처럼 대기가 행성을 두텁게 감싼 것이 아니다. 대기를 가둬 둘 행성 자기장이 매우 미약하다. 불어오는 태양풍에 손쉽게 대기가 날아가 버린다. 그나마 남아 있는 것도 산소는 0.2% 정도다.

모두가 익히 알듯이 산소는 우리가 살아가고, 행동하는데 필수인 요소다. 그리고 우주에는 이런 산소가 희박하다. 화성을 유인 탐사하고, 개발해 활용하려면 그 과정에 쓸 산소를 확보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사람이 활동하면서 쓰는 산소, 화성에서 지구로 귀환할 때 쓸 산소 모두 말이다. 일례로 화성 표면에서 4명 우주인을 이륙시켜 지구로 향하려면 로켓 연료 및 산화제에 쓸, 약 25톤에 달하는 산소가 필요하다. 화성에 필요한 산소를 모두 가지고 가는 선택지는 비현실적이다. 힘들게 유인 탐사에 나서 숨만 쉬다 올 순 없다.

해법은 화성의 이산화탄소에서 찾을 수 있다. 매우 미약한 대기지만 그 구성 96%가 이산화탄소다. 이를 분리해 인위적으로 산소를 추출한다면 향후 유인 탐사 등에 큰 도움이 된다. 현장 자원을 유용 자원화 하는 '현장 자원활용(ISRU:In situ resource utilization)' 방법론이다. 그 결과가 좋다면 유인 탐사 기간을 늘리고 훗날 화성 개발도 가속화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이 관련된 준비를 하고 있다. 최근 그 가능성을 보이기까지 했다. 지난 31일자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된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 헤이스텍 관측소 연구팀 논문에 관련 내용이 실렸다. 지난 2월 18일 화성에 착륙한 미 항공우주국(NASA)의 탐사로버 '퍼서비어런스'의 활동 결과다.

퍼서비어런스는 MIT 연구팀이 만든 산소 생산 실험 장치 '목시(MOXIE)'를 싣고 있다. 토스터기 정도 크기인데, 하는 일이 굉장하다. MOXIE는 먼저 화성 공기를 빨아들여 필터로 오염물질을 걸러낸다. 이후 가압해 고체 산화물 전기분해장치(SOXE)를 거친다. 전기분해가 이뤄져 이산화탄소가 일산화탄소와 산소 이온으로 분리한다.

이산화탄소에서 산소 분자를 분리하려면 약 800도 고온 과정을 거쳐야 한다. 목시는 니켈합금을 비롯한 내열소재로 제작됐다. 고온이 퍼서비어런스 내 다른 장비에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금도금도 돼 있다.

첫 실험을 통해 1시간 동안 약 5.4g 산소를 생산한 이래, 지난해 말까지 총 7번 실험이 이어졌다, 매번 예열 시간이 필요했지만, 이후 1시간당 6g 산소 생산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낮이나 밤, 계절에 변화에 따른 화성 대기 조건 변화에 상관없이 산소 생산이 가능함도 확인했다.

미약한 시작으로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이 양으로도 우주인이 10분 이상 호흡할 수 있다. 게다가 모든 성능을 다한 것도 아니다. 시간당 최대 10g 산소를 추출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생산량을 늘리는 실험도 이어진다.

장치 스케일 업이 가능하고, 또 그럴 계획도 있다. 연구팀은 장치의 덩치를 키워 더 많은 산소를 지속 생산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