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상공회의소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산업융합 규제 샌드박스 심의위원회'에서 25건의 사업 모델을 승인, 국내에서 막혔던 사업 활로를 열었다. 암모니아로 청정 수소를 만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설비가 국내에 들어서고, 사용 후 폐윤활유를 새 윤활유로 재생시키는 기술도 처음으로 시도된다.
대한상의 샌드박스 지원센터와 산업부는 5일 서면으로 연 '산업융합 규제 샌드박스 심의위원회'에서 △암모니아 기반 수소추출설비 구축 및 운영 △폐윤활유를 재활용한 저탄소 윤활기유 생산 △스마트라벨(QR코드)을 활용한 식품 표시 간소화 △ICT 기반 마이크로그리드 구축 및 운영 등 총 25건을 승인했다. 샌드박스는 혁신제품과 기술의 시장 출시를 위해 규제를 유예·면제하는 제도다.

이번 승인으로 암모니아로 수소를 생산하는 설비가 세계 최대 규모로 국내에 들어선다. 암모니아를 수소와 질소로 분해한 뒤 질소를 제거해 수소만 추출해내는 설비다.
미국, 일본, 호주 등 주요국은 암모니아를 활용한 수소 생산 사업을 추진 중이다. 국내는 암모니아 기반 수소추출설비 안전기준이 없어 제조허가와 검사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다. 심의위는 “탄소배출 없는 청정수소 생산 및 대용량 수소 생산·저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실증특례를 승인했다. 승인을 받은 롯데정밀화학은 “울산사업장에 세계 최대규모 1000Nm3/h 급 파일럿 설비를 구축해 수소 추출 시스템을 우선 검증할 것”이라며 “데이터를 확보해 2025년 이후 국산 설비 상용화를 추진, 향후 청정 암모니아·수소 경제 활성화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폐윤활유로 새 윤활유를 생산하는 기술(SK루브리컨츠)도 실증에 돌입한다. 국내 석유사업법상 윤활유를 만들려면 석유와 석유제품을 원료로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폐윤활유 혼합물질은 석유나 석유제품에 해당하지 않아 윤활유 원료로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규제 샌드박스 심의위는 자원 순환경제 조성과 탄소중립 기여 측면에서 해당 실증 필요성을 인정하고 승인했다.
식품업계의 식품정보표시도 간소화 된다. 용기나 포장지에 식품 관련 필수정보만 담되, 글자 크기와 자간·장평을 키워 읽기 쉽게 한다. 그 외 나머지 정보는 QR코드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제공해 '식품 정보 안내 플랫폼'으로 연결돼 상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농심, 매일유업, 샘표식푹, 오뚜기, 풀무원식품, 풀무원녹즙 등 6개사에서 기존에 판매중인 12개 제품을 시작으로 QR코드를 도입한다.
이밖에도 발전사업자가 생산한 전력을 중개사업자에게 공급하고, 중개사업자는 해당 전력을 인근 상가 등에 판매하는 모델인 'ICT 기반 마이크로그리드 구축 및 운영' 사업, 휠체어 장애인을 대상으로 위탁수하물을 대신 픽업하고 통관절차 등에 동행 후 목적지까지 배송해주는 '인천공항 입국 휠체어장애인 짐찾기 도움 서비스'가 실증특례 승인을 받았다. 파워뱅크를 활용한 이동형 전기차 충전서비스(에너캠프), 공유 자전거 활용 광고 서비스(에브리바이크), 재외국민 대상 비대면 진료 서비스(이대서울병원, 룰루메딕)도 국내 사업 길이 열린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규제 샌드박스로 탄소배출을 감축할 수 있는 설비들, 국민 편익을 늘릴 수 있는 서비스들이 실증에 들어갔다”며 “해외선 되는데 국내선 안되는 사업이 있다면 샌드박스로 먼저 우회로를 뚫고 법령 개정을 통해서 사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다은기자 dand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