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기원, '물체 조립 AI 개발...로봇 스스로 최적 작업 수행

강화학습된 AI가 스스로 최적화한 작업순서에 따라 조립 작업을 수행하는 모습.
강화학습된 AI가 스스로 최적화한 작업순서에 따라 조립 작업을 수행하는 모습.

한국생산기술연구원(원장 이낙규)은 작업자 개입이 필요 없는 AI 기반 물체 조립기술을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생기원 AI·로봇연구부문 배지훈 박사팀이 2020년 자체 개발한 스마트 그리퍼(Gripper) 기술에 AI를 접목, 주어진 환경에서 최적의 조건을 찾아내 스스로 작업하는 물체 조립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스마트 그리퍼 기술은 배지훈 박사팀이 그리퍼 파지기술, 조립 알고리즘 기술을 인간형 로봇 그리퍼에 적용해 다양한 물체를 잡거나 조작할 수 있도록 한 물체 조립기술이다.

생기원만의 독자적인 조립 알고리즘 기술인 '손가락을 이용한 팩인홀(Peg-in-hole)' 기술을 적용, 대상 정보 없이도 로봇 그리퍼가 홀 위치를 파악해 공중에서 정확하게 조립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위치 오차가 있어도 물체를 기울여 홀이 있는 방향으로 미끄러지면서 자체 보정해 조립되는 방식이다. 사람이 눈을 감은 채 손끝 감각만으로 물체를 조립하는 것과 흡사하다.

특히 손끝에 별도의 '힘-토크 센서'를 부착하지 않고도 손가락 관절 움직임만으로 다양한 물체를 안정적으로 잡고 조작할 수 있어 위치와 힘을 동시에 제어해야 하는 로봇 조립 작업에 적합하다.

연구팀은 이후 'AI 기반의 작업계획 및 물체 인지기술'을 개발하고, 스마트 그리퍼 기술과 접목해 복잡한 조립공정에서도 사람 개입 없이 작업할 수 있는 물체 조립기술을 완성했다.

최근에는 로봇 쓰임이 물류, 가사, 식품 등 다양한 현장으로 확장되면서, 정형화된 공정라인을 벗어나 여러 형태의 물체들이 무작위로 배치돼 있는 상황에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무수히 많은 작업 방법과 순서 조합을 일일이 프로그래밍하기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기 때문에 학습된 작업 모델을 토대로 최적의 경로를 선택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 수요가 늘고 있다.

연구팀은 로봇손에 '핸드아이(Hand-eye) 카메라'를 탑재, 무작위로 놓인 물체들의 위치, 자세, 각도 등 상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물체 인식기술을 구현했다. 여기에 개별 작업의 난이도, 소요시간, 안정성을 고려해 단위 작업 조합을 최적화 할 수 있는 '스케줄링 AI'를 개발·접목했다.

스케줄링 AI는 가상의 조립 시뮬레이션 상 쉽고 정확한 동작에는 높은 점수를, 빠르지만 실패 확률이 높은 동작에는 낮은 점수를 부여하는 강화학습 방식으로 개발됐다.

강화학습 기반 스케줄링 AI는 조립 가능한 모든 조합을 일일이 탐색하는 과정이 필요 없어 연산량이 적고, 빠르게 최적의 작업순서를 생성할 수 있다.

스케줄링 AI를 탑재한 2개의 로봇 그리퍼와 로봇 팔은 각기 다른 상황에서 무작위로 놓인 팩과 홀을 빠르고 정확하게 조립할 수 있는 최적의 작업스케줄을 생성해낸다. 더욱이 사람 손처럼 정밀하면서도 유연한 대응이 가능해 특정 물체에 한정되지 않는 범용 협동 로봇으로 산업 전반에 적용 가능하다.

연구를 이끈 배지훈 박사는 “AI와 로봇이 융합된 성과물로, 알파고에 로봇 손을 결합해 사람 개입 없이 바둑을 두는 상상을 현실화한 셈”이라며, “대형마트나 물류창고에서의 오더 피킹(Order Picking), 전류가 흐르는 현장에서의 전선작업 등 위험한 현장에 투입돼 작업할 수 있도록 후속 응용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연구팀이 개발한 AI 기반 물체 조립기술은 어떠한 형태의 로봇핸드에도 적용 가능하며, 팩인홀 물체조립기술의 경우 2021년 로봇 스타트업 테솔로(대표 김영진)에 이전돼 연구용 엔드 이펙터로 상용화됐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