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회생, 산업이 답이다] <1>김영환 충북도지사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대한민국 미래를 위협하는 가장 큰 위기 요인이다. 위기는 거의 모든 국토를 아우르지만 특히 지방의 추세가 가파른 것이 문제다. 급기야 '지방소멸'은 현실로 다가왔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소멸이 아닌 회생을 위한 정책에 사활을 걸고 있는 배경이다. 지방회생의 해답은 산업에서 찾아야 한다. 튼튼한 산업 기반이 사람을 모이게 하고, 지역을 회생시키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전자신문은 산업 활성화를 위한 지자체의 진로를 탐색하는 '지방회생, 산업이 답이다' 특별기획을 마련했다. 지방을 위한 '영업사업'으로 뛰고 있는 지자체장들의 생생한 목소리와 정책으로 회생의 길을 모색한다.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있다. 충북도 제공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있다. 충북도 제공

'정치가 시보다 아름다워야 한다.'

이는 김영환 충북도지사의 정치 철학이다. 고난과 고통, 좌절, 결핍 속에 뿌리내리는 예술 작품인 시처럼 정치가 가슴을 울려야 한다는 의미다. 또 정치를 통해 주변의 소외된 이웃, 절망과 고통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을 꼼꼼히 살피고 이들의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4선 의원이자 과학기술부 장관 등 굵직한 발자취 속에서도 잃지 않았던 그의 신념이기도 하다.

김 지사는 충북을 '희망'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충북은 꿈을 꾸고 있다. 또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충북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취임 이후 지난 6개월 동안 약 26조8000억원의 투자 유치를 이끌어내는 등 실적으로 실력도 증명했다. 김 지사는 “충북은 성장 가속도가 붙었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생각하지 못하고 얻지 못했던 성과와 성취를 얻게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민선 8기 충북도지사가 된 김 지사는 '충북을 새롭게, 도민을 신나게'를 슬로건으로 정했다. '마주보는 당신을 섬기겠습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도 내걸었다. 스스로를 엄격하게 대해 낮은 자세로 충북도민을 섬겨 감동 정치를 선보이겠다는 김 지사를 만났다.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있다. 충북도 제공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있다. 충북도 제공

-충청북도지사 취임 후 8개월여가 지났다. 그동안의 성과는 무엇인가.

▲충북도지사로 취임하며 도청 정문에 '마주보는 당신을 섬기겠습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었다. 그동안 164만 도민 가운데 가장 낮은 곳에서 초심을 잃지 않고, 좋은 정치와 좋은 행정으로 보답하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충북을 새롭게, 도민을 신나게'라는 도정 목표 아래 새로운 충북을 만들기 위한 과감한 도전과 실험을 시작했다. 그 결과 도정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고 생각한다.

기득권을 내려놓고 가까운 곳부터 개혁하고자 했다. 우선 도민의 혈세인 예산을 한 푼도 허투루 쓰지 않겠다는 의미로 관사를 반납하고 도보로 출근한다. 집무실도 26평에서 6평으로 축소했다. 민원 정책의견 수렴 등 열린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휴대전화 번호도 공개했고 해외 출장시 비즈니스석 대신 이코노미석을 이용했다.

아울러 충북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 각종 현안에 시동을 걸고자 했다. 미래 100년 발전을 위한 초석을 탄탄히 다지기 위해서다. △충청권 최초로 2027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유치 △역대 최대 규모인 정부 예산 8조원·지방교부세 5조원 시대 개막 △민선 8기 기간 투자유치 320개 기업 26조8천억원 달성 △중부내륙연계발전지역 지원 특별법 추진 기반 구축 △충북창업펀드 1천억원 조성 중앙투자심사 통과 △미호강 맑은 물 공급, 못난이 김치 사업 추진 등 성과를 냈다.

기대 이상의 성과는 모두 충북도민들의 성원 덕분이었고 충북도민들에게 희망을 드리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파격적이고 신선한 시도가 다른 지자체와 산하기관에도 모범적 선례가 됐다고 자부하며 대한민국에 개혁의 불꽃을 당기게 됐다. 이 여세를 몰아 올해도 충북에 기쁜 소식만 들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있다. 충북도 제공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있다. 충북도 제공

-2023년도에 중점적으로 추진할 사항은 무엇인가.

▲대한민국의 출생률은 2021년 기준 0.81이다. 이대로 가면 현재 인구도 유지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충북과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서 인구소멸을 막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고 시급하다.

그동안 정부는 출생률 증가를 위해 280조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붓고도 인구감소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골드만삭스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 우리나라의 경제규모가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보다 뒤처질 전망이다. 2070년이 되면 필리핀에도 뒤처진다는 암울한 보고도 있었다.

올해 우리 충북은 정부도 하지 못한 불가능에 가까운 '출생률 증가'라는 난제와 정면으로 붙어볼 생각이다. 더 이상의 인구감소를 막기 위해 출산·양육에 대한 직접적 지원은 물론 보육·교육·문화·일자리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부모가 아이를 낳으면, 국가가 키운다'는 생각으로 먼저 도내 인구의 자연증가를 위해 출산·육아지원 사업을 추진할 것이다. 첫 만남 이용권 등 국가정책과 연계해 출산수당 및 육아수당의 통합개념인 출산육아수당 지원을 새해부터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촘촘한 보육 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이다.

교육·문화·일자리를 찾아 인구가 타지역으로 유출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정주여건 개선을 위한 다양한 정책도 추진 중이다. 레이크파크 르네상스, 의료비 후불제, 1억 농부, AI 바이오 영재고·국제학교 설립, 문화소비 10.10.10. 운동, 첨단 우수기업 60조원 투자유치, 충북창업펀드 1000억원 조성 등 모든 정책이 '아이를 낳고 기르기 좋은 충북' '더 살기 좋은 충북'을 만들기 위한 힘찬 움직임이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충청북도의 혁신적인 정책들이 충청북도와 대한민국의 인구를 늘리는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도정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있다. 충북도 제공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있다. 충북도 제공

-투자유치 계획 등 충청북도의 산업 발전 방향은.

▲민선 8기는 충북 지역내총생산(GRDP) 100조원 실현을 위한 투자유치 60조원 목표 달성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우선 민선 8기 6개월 동안 우수기업 방문, 중소기업포럼 투자유치 설명회 등 직접 발로 뛰며 투자유치 세일즈 활동을 했다. 그 결과 15조원(SK하이닉스 청주테크노폴리스 내 기확보한 28만㎡ 부지 15조원 투자, 최첨단 낸드플래시 공장 신설), LG에너지솔루션 4조원(LG에너지솔루션 오창산단 내 1,2공장 65만㎡ 부지 이차전지 배터리 생산시설 신증설 4조원 투자) 등 26조8000억원의 투자유치(320개 기업 1만2615명 고용 창출)를 달성했다. 아울러 2년 연속 투자유치 최우수 지자체 선정 등 성과를 이뤘다.

충북은 미래산업으로 대표되는 반도체, 바이오, 이차전지, 수소에너지 분야 대기업 중심 첨단우수기업 유치를 통해 첨단산업의 핵심 메카로 도약할 계획이다.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대기업 유치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람과 자본이 몰려들어 지역이 발전하는 선순환 경제구조를 구축해 충북 레이크파크 르네상스를 완성하고자 한다.

앞으로 민선 8기 투자유치 60조원 달성 실현을 위해 4년간 신규 산단 16개소와 400만평 조성(매년 100만평), 외투기업 유치를 위한 자유무역지역 및 첨단투자지구 지정 추진, 신·증설 기업에 대한 투자보조금 지원 2배 상향(1530억원→3310억원), 균형발전 촉진지역 대규모 투자기업 특별 지원(1,000억원 혹은 200명 고용시 지원) 등 목표를 세웠다.

또 투자유치국 신설과 대규모 투자유치 TF팀 운영 등 우수기업 유치에 투자유치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더불어 그 외 불요불급한 규제를 과감히 혁파해 대한민국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지방자치가 변곡점에 서있다. 지방자치 대전환을 위한 충청북도만의 전략이 있다면?

▲32년만에 이뤄진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으로 지방자치는 대전환기에 놓여있다. 지방자치의 새로운 문을 열기 위해 주민의 행정참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으며 정부 또한 인구소멸과 수도권 일극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지방시대 실현을 정책 기조로 삼고 있다.

이에 우리 도는 자치행정에 대한 주민의 무관심을 극복하고 도민의 능동적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 중이다. 특히 도민과의 원활한 소통·협력의 창구를 위해 도민소통과를 신설해 도민 중심의 역동적 조직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아울러 도지사가 직접 민생현장을 찾아가 도민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시·군 방문을 통해 도정운영방향을 설명하고 지역의 현실적 과제를 파악해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11개 시·군 순회 도정보고회 추진했고 70건 3043억원의 건의를 받아 34건 420억원을 반영했다.

또한 정부의 지방시대 실현에 대응하기 위해 과감한 변화와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타 지자체와 차별화된 충북만의 이미지를 만들어갈 파격적이고 새로운 정책들을 발굴 추진 중이다. 레이크파크 르네상스, 의료비 후불제, 출산육아수당, 못난이 브랜드 육성 등 창조적 상상력으로 탄생한 혁신적 정책들은 지방시대가 요구하는 충북의 새로운 브랜드이자 정체성이 되어 충북의 미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여 줄 것으로 기대한다.

ㅍ김영환 충북도지사가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있다. 충북도 제공
ㅍ김영환 충북도지사가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있다. 충북도 제공

-김영환 도지사가 생각하는 2023년 국가의 위기 요인 세 가지는 무엇인가? 아울러 대한민국의 기회요인 세 가지는 무엇인가.

▲2023년은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렵고 힘든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미·중 패권 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북한의 수시 도발 등 불안한 국제정세와 코로나19로 인한 지독한 경제침체가 가져온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엄중한 경제상황, 국민 통합을 저해하는 심각한 국토의 불균형이 대한민국을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위기는 또 다른 기회다. 대한민국에 닥친 위기를 극복하고 한 단계 도약하려면 새로운 국가 어젠다가 절실히 필요하다. 그것을 실현할 방안이 바로 '중부내륙연계발전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미국, 일본과의 교류를 위해 부산, 울산, 포항 등을 중심으로 한 동해안 시대(1970~1980년대)와 중국 수교로 시작된 인천, 평택, 당진 중심 서해안 시대(1990년대 이후)를 거치며 초고속 성장을 해왔다. 하지만 연안 중심의 국가 성장전략으로 인해 충북, 대전, 세종, 대구, 경북 등 중부내륙지역은 각종 성장혜택에서 소외됐고 심각한 경제 격차, 도농 격차 등 국토 불균형을 초래했다. 결국 중부내륙지역은 낙후지역, 소멸지역으로 전락하게 됐다.

이제 연안 중심 개발정책 부작용을 해결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국토균형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립해야 한다. '해안에서 내륙으로' 대한민국의 발전축을 옮겨 '중부내륙시대'를 열어야한다. 중부내륙을 강화하는 것만이 소멸해가는 농촌을 살리고, 인구소멸을 막아 진정한 국가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으며, 어떠한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내실이 탄탄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있다. 충북도 제공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있다. 충북도 제공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연세대 재학 중 유신헌법철폐를 촉구하는 민주화운동과 긴급조치 위반 등으로 구속됐다. 이후 20개월간의 복역을 마친 뒤 석방됐지만 광주민주화운동으로 다시 수배를 당했다. 이때 김 지사는 배우자와 함께 구속돼 부부가 모두 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로 인정받았다. 그는 1995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치를 시작했으며 DJ 정부 시절 과학기술부장관을 역임했다. 김 지사는 DJ 정부 최연소 장관이었다. 4선 국회의원 등 굵직한 발자취를 남긴 김 지사는 지난 2021년 4월 '민주유공자예유법' 추진과 관련해 반대 목소리를 내며 배우자와 함께 광주민주화운동 증서와 명패 등을 반납하는 등 정치권에서 꾸준히 소신있는 목소리를 내왔다.

청주=

최기창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