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모델 '토막 살인사건' 전말…"현실판 기생충"

故 애비 초이. 사진=인스타그램(@xxabbyc) 캡처
故 애비 초이. 사진=인스타그램(@xxabbyc) 캡처

잔혹한 수법으로 홍콩을 충격에 빠트린 20대 모델 살인사건의 전말이 드러났다. 현지 경찰은 전 남편이 피해자와 본인 사이 자녀에게 재산이 상속되는 것을 노리고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5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유명 모델 겸 인플루언서인 애비초이(차이톈펑)를 살해한 유력 용의자인 전 남편 알렉스 쾅(쾅강즈)을 해외로 도피시키려고 했던 41세 남성을 긴급 체포했다.

보트 업주인 이 남성은 30만 홍콩달러(약 5000만원)를 받고 모델 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 중 한명인 전 남편을 공해상으로 빼돌리려다 경찰에 붙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1일 실종된 초이는 전 남편 아버지가 같은 달 임대한 주택에서 시신 일부로 발견됐다. 당시 해당 주택에서 인체를 훼손한 전기톱과 고기 분쇄기, 망치, 피해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두개골 일부가 담긴 냄비가 발견돼 전 세계를 충격에 몰아넣었다.

실종 사흘 만인 24일 초이의 전 남편인 쾅의 아버지, 어머니, 형 등 전 시가족 3명이 초이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 및 유기한 혐의로 체포됐다. 이어 바로 다음날인 25일에는 보트를 타고 홍콩을 빠져나가려던 전 남편 쾅이 체포됐다. 그는 당시 400만 홍콩달러(약 6억 61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보유하고 있었다. 전 남편을 포함해 지금까지 총 6명이 이 사건에 연루돼 체포됐다.

1994년생인 초이는 18세 때 쾅과 결혼했다. 부유층 출신이었던 초이와 달리 전 남편 쾅의 집안은 경제적으로 굉장히 빈곤했다. 그럼에도 쾅은 결혼 이후 단 한번도 일하지 않고 경제적으로 초이에게 의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쾅은 체포 당시에도 무직이었다.

결혼 3년 만에 두 사람은 성격 차이로 이혼했는데, 이후에도 두 아이 때문에 초이는 옛 시가 식구들과 관계를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초이는 이혼 1년만인 2016년 홍콩 유명 요식업자와 재혼해 두 명의 아이를 낳았지만 혼인신고는 하지 않았다.

전 남편 일가는 이혼 후에도 초이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쾅의 형은 지난 1월부터 애비 최의 운전기사로 일했고, 그의 어머니도 생활비를 받았다. 또한 초이는 아이를 위해서 50평대 고급 아파트를 매입하는 등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홍콩 경찰과 언론은 전 남편 일가가 돈을 노리고 초이를 살해했다고 보고 있다. 현지 언론과 네티즌들은 이 사건에 대해 “한국 영화 '기생충'(2019) 속 가족처럼 애비 초이의 전 시가가 애비의 경제력에 기생했다”고 분노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