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사인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가 한국 스타트업 발굴에 뛰어들었다. 어플라이드는 1967년 설립돼 연매출이 33조원(2022년 기준 약 258억달러)을 넘는, 반도체 업계 글로벌 공룡 기업이다. 기업형벤처캐피털(CVC) '어플라이드벤처스'를 두고 10년 이상 벤처·스타트업에 투자해왔으나 어플라이드가 한국을 대상으로 한 스타트업 발굴 및 투자 프그램을 마련한 건 올해가 처음이다. 어플라이드벤처스는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아스트라 코리아 2023'을 시작했다. 어플라이드벤처스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공동 주최한다.
◇“韓 혁신 스타트업 주목”
아스트라 코리아 2023의 핵심 목표는 어플라이드와 한국 스타트업 간 '상생'이다. 어플라이드는 참신하고 잠재력이 우수한 스타트업과 협업해 미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스타트업은 유니콘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특히 스타트업은 세계 1위 회사인 어플라이드 지원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토대를 쌓을 수 있다.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궁극적으로 동반성장을 달성하는 전략이다.
아스트라 코리아 2023으로 선정된 스타트업은 신생 기업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각종 기술 문제를 어플라이드와 함께 해결해 나간다. 어플라이드 주요 기술과 공정 설비, 연구개발(R&D)센터 등 각종 인프라와 생태계를 공유할 수 있다. 스타트업 기술의 성능 검증과 사업화 속도를 높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플라이드 한국 거점인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코리아와 벤처캐피털(VC) 업계에서 노하우를 축적한 어플라이드벤처스가 직접 컨설팅한다.
시장에 첫발을 내딛는 스타트업의 각종 진입 장벽도 낮출 수 있다. 스타트업이 사업을 전개하면서 직면하는 어려움이 투자 유치와 고객 발굴이다. 업력이 짧은 만큼 사업적인 네트워크가 구축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플라이드벤처스는 스타트업이 개발한 제품과 솔루션을 글로벌 시장에 선보일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아울러 국내외 VC와 CVC와의 접점을 찾고 각국에 포진한 어플라이드 고객 네트워크를 활용, 스타트업이 신속하게 시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어플라이드 찾는 분야는
어플라이드가 찾는 스타트업 대상은 미래 지향적이고 지속 가능한 기술 기업이다. 어플라이드 신성장 동력과 궤를 같이하기 위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 △첨단 광학 및 포토닉스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 공급망 △센서 △첨단 소재 △4차산업혁명 △반도체·디스플레이·에너지 솔루션을 위한 친환경 기술 등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아스트라 코리아 2023에 신청한 스타트업은 기술과 제품 경쟁력, 성장 잠재력, 시장성 등 다각적 평가를 통해 아스트라 코리아 1기 스타트업으로 선정된다. 1기 스타트업은 어플라이드벤처스 투자팀과 일대일 매칭 후 사업·기술 상세 리뷰를 진행한다.
이후 피치데이에서 국내외 VC와 CVC,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대상으로 회사 역량을 소개할 기회를 제공 받는다. 이 가운데 혁신성을 인정받은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어플라이드벤처스의 벤처 투자와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협업을 검토한다.
스타트업의 혁신성이 주요 심사 기준이다. 특히 어플라이드벤처스 주요 투자 영역 중 가치 창출을 가로막는 문제 해결 기술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기존 기술과 솔루션 대비 차별성과 타깃 시장 규모도 핵심 평가 지표다. 현재나 1년 이내 개념 검증(PoC)이 가능한 기술을 보유할 수록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실제 고객과 테스트, 공동 개발, 성능평가를 진행했거나 관련 지식재산권(IP)을 보유했을 경우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아스트라 코리아 2023은 어플라이드벤처스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마감은 17일까지다.
아난드 카만나바르 어플라이드벤처스 부사장은 “한국은 뛰어난 인재와 혁신적인 스타트업이 많은 만큼 이번 아스트라 코리아 2023에서 어플라이드와 협업할 우수한 파트너를 찾길 기대한다”며 “어플라이드벤처스 투자와 아스트라코리아 프로그램도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 이끌어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