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F 스타트업이야기] 〈33〉불평등과 싸움, 우리의 모든 시작

함성룡 전 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이사장(CFP)
함성룡 전 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이사장(CFP)

살거라! 어떤 소리가 밖에서 들려오더라도, 결코 나와서는 안 된다. 어미와의 약속을 지켜야 해. 넌 꼭 살아남아야 하고, 네 삶을 살아가야 해! 마룻바닥에 아이를 숨기고 문을 닫는다. 함박눈이 내리는 날 형무소 앞에 9살 꼬마아이 앉아있다. 고문에 피범벅이 된 아주머니가 형무소에서 버려지자 먹을거리를 주면서 붙잡고 묻는다. 엄마를 찾고 있는데, 엄마 이름은 심성숙 입니다. 아주머니는 울먹이며 모른다고 대답하며 고개를 저었다.

태어날 때부터 나의 삶은 일본의 식민지였다. 고문과 배신, 생존을 위해 목숨을 걸어야 했던 세상이었다. 애국단의 가치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나는 어미와 한 약속 때문에 살아남아야 했다. 나는 착하건 나쁘건 살아남는 데에만 진심이 담겨있다. 그래서 시대를 원망하지도, 고문을 당하여 나를 배신한 사람들도 원망하지 않는다. 누구나 산체로 손톱을 뽑히고, 불로지지고, 전기 고문을 하고, 거꾸로 매달아 고춧가루 물을 얼굴에 붓고 인간 이하의 상황에 놓인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사람이라면 그러지 말아야 하지 않느냐? 나는 이런 사람 이하의 상황을 만든 것에 화가 나는 거다. -경성크리처 중에서

무책임한 말과 선택에 대한 비판도 여기에 속한다. 우리는 자신의 위치를 망각하고, 합리화하고 책임 전가하는 모습을 일상에서 수시로 경험 할 수 있다. 목숨을 걸 수 없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죽음을 얘기하면 안 되며, 책임을 질수 있는 능력이 없는 사람이 섣불리 책임을 지겠다고 말을 해서도 안 된다. 우리는 책임의 무게가 얼마나 무겁고, 힘겹고, 헌신적 노력이 필요한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무책임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신뢰를 쌓아가는 행위는 상호간의 이해와 협력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눈앞의 자신의 편함과 이익보다 객관적 사고, 공동의 이익, 상황의 불합리함을 얘기 할 수 있고 협의해 나가는 과정이 매우 중요한 것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우리는 서로가 인정하는 '책임적 가치'를 찾게 된다.

서로의 지위와 위치보다 협의와 합의를 중요시하는 '책임적 가치'는 단순히 그 자리에 있으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일상적 삶 속에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고, 그 개인이 속한 집단에서도 책임적 사고를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만약 어느 누군가 또는 집단이 책임적 사고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자만과 교만일 뿐이며, 이는 전쟁과 다툼의 시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비록 현재의 어려운 상황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인류의 성장 과정에서 불평등과 불합리는 우리 모두가 경험한 것이다. 불평등과 불합리는 인류 성장 과정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발생 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서로의 지위와 위치보다 협의와 합의를 중요시하는 책임적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의 일상에서 발생하는 무책임한 이야기는 자신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상대를 무시하고 멸시하고 지배하면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태어날 때부터 일본 식민지인 상황을 우리가 선택 한 것이 아니며, 사업을 시작 할 때부터 대기업이 존재했던 것 또한 우리의 선택이 아니다. 이처럼 불평등과 불합리, 상식적이지 않은 상황 속에서 항시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이다

인류의 상황은 항상 불합리하다. 다만 상황의 불합리를 수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면서 책임적 가치를 찾았다. 집단이기주의 제국주의 또한 포기하지 않은 그 누군가가 있었기 때문에 세상이 합의하고 협의 가능한 상식적 상황이 될 수 있는 책임적 가치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일상에서 서로의 협의와 합의를 중요시하는 책임적 가치를 찾아가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면 우리가 사는 인류는 사람다움, 인간다움, 다채로움이 함께하는 세상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함성룡 전 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이사장(CFP)